LG·소니, 프리미엄 TV 올인..'같은 듯 다른 듯'

프리미엄 기술 선점 LG전자 영업익 '뚝'..명예회복 나선 소니

입력 : 2013-04-18 오후 4:54:17
[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프리미엄 대 프리미엄.
 
세계 TV시장 1위 삼성전자를 맹렬히 추격하는 LG전자와 그런 LG전자를 뒤쫓는 소니. 올 한해 양사의 전략은 공교롭게도 '프리미엄'에 초점이 맞춰졌다.
 
LG전자가 지난해 세계 최초로 85인치 울트라HD(UHD) TV를 선보이며 기술력을 과시한 데 이어 새해 벽두부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를 시장에 내놓으며 프리미엄 TV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시장 점유율 1위를 수성하고 있는 삼성전자에게 차세대 TV 기술 선점을 무기로 도전장을 내민 것. 실제 삼성전자는 뒤늦게 UHD TV를 따라간 데 이어 아직 OLED TV마저 시장에 내놓지 못하며 굴욕을 맛봐야만 했다.
 
동시에 2000년대 들어 좀처럼 기를 펴지 못하던 왕년의 왕좌 소니도 프리미엄 TV 시장에 가세했다.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3에서 UHD와 OLED를 결합한 4K OLED TV를 선보이며 명예 회복에 주력했다.
 
최근에는 55인치와 65인치 울트라HD TV를 500만원대와 800만원대 중반 가격으로 출시하며 수천만원을 훌쩍 넘는 한국 제품보다 접근성을 높였다. 여기에다 엔저 현상까지 맞물리며 가격 경쟁력은 한층 강화됐다.
 
일련의 이 같은 흐름 이면에는 LG전자와 소니 양사 모두 브랜드 가치 제고와 시장 점유율 확대 성공의 열쇠를 프리미엄 TV가 쥐고 있다고 보고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삼성전자가 주도해온 TV시장에서 반격의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프리미엄 TV에 집중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LG전자, 프리미엄 TV로 브랜드 가치 제고..영업이익률 '뚝'
 
LG전자(066570)는 올 초 경쟁사인 삼성전자(005930)를 따돌리고 OLED TV를 출시하며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3D TV 이후 이렇다 할 상승 모멘텀을 찾지 못하던 LG전자는 지난해 하반기 84인치 울트라HD TV를 내놓으며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데 이어 올해 역시 같은 타이틀을 손에 넣었다.
 
그동안 제품 경쟁력에 비해 삼성전자보다 브랜드 이미지가 뒤쳐진다는 꼬리표가 늘 LG전자를 따라다녔다. 마케팅에서도 이렇다 할 싸움이 진척되지 못했다. 그러나 차세대 TV의 잇단 출시로 LG전자는 이제 더 이상 추격자가 아닌 시장선도 업체로 이미지를 자리매김하고 있다.
 
프리미엄 시장을 집중 공략한 결과가 브랜드 가치 제고로 이어지고 있다는 게 관련 업계의 공통된 평가다. 프리미엄급이 선전하면서 자연스레 하위 제품군들도 덩달아 이미지 상승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은 업계 상식.
 
그러나 프리미엄 이미지에만 집중한 대가는 컸다. TV 사업을 담당하는 HE사업본부가 매 분기 최대 매출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데 반해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3분기와 4분기 각각 0.8%, 0.3%를 기록하는 등 연이어 0%대로 뚝 떨어지며 저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수익성에서 답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포트폴리오, 프리미엄에 집중.."수익성엔 약 아닌 독"
 
업계 전문가들은 이러한 기형적 수익구조의 가장 큰 요인을 포트폴리오 구성의 실패에서 찾고 있다. 고수익을 내는 프리미엄 제품에 치중하면서 매출을 뒷받침할 저가형 TV 시장을 놓친 게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세계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신흥시장 대신 선진시장에 집중하겠다는 것은 무리수라는 게 업계 안팎의 평가다. 실제 증권가를 비롯해 업계 안팎에선 올해 TV시장의 수익은 신흥시장에서 찾아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또 저가형 제품인 직하형 발광다이오드(LED) TV에서 대응이 늦은 점도 부진의 요인으로 지적됐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삼성전자는 직하형 LED TV 비중이 60% 내외였던 데 반해 LG전자는 10%를 겨우 웃도는 수준이었다.
 
그 결과 삼성전자는 TV 사업부문이 속한 소비자가전(CE) 부문은 지난해 1분기 4.2%, 2분기 5.8%, 3분기 3.4%, 4분기 5.3%를 기록하며 연 평균 4.67%의 양호한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마케팅 비용에 투입되는 자본력도 막대했지만, 적절한 포트폴리오 구성도 큰 몫을 했다는 분석이다.
 
올해 역시 지난해에 이어 TV 시장의 저성장 기조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LG전자의 프리미엄 전략이 실적 개선에 얼마나 기여할 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1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증권가에서 TV부문이 속한 HE사업본부의 부진을 지배적으로 예상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브랜드 가치 바닥난 소니, 프리미엄에 승부수
 
LG전자와 삼성전자의 추격자로 전락한 소니 역시 프리미엄 TV로 승부수를 띄우며 재기를 노리고 있다. 부활의 카드로 울트라HD TV를 앞세우며 프리미엄 시장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
 
◇이미지 출처=hamapro.blog.so-net.ne.jp
더 이상 예전의 브랜드 가치에 기댈 수 없을 정도로 막다른 골목에 몰리게 되자 제품 경쟁력을 통한 쇄신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변화는 지난해 구원투수로 등판한 히라이 가즈오 소니 최고경영자(CEO)가 부임하면서 본격화됐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세계 최대 가전 박람회 'CES 2013'에서 울트라HD와 OLED를 접목한 56인치 4K OLED TV를 선보이며, 기술력에 있어 일취월장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비록 상용화 단계는 아니었지만, 국내 제조사들이 선점한 OLED에 UHD까지 결합, 한국 기업들을 단숨에 추월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는 점에서 전시용이라 여기고 가볍게 볼 수만은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 국내 대형 제조사들의 간담이 써늘해졌다는 후문이다.
 
아울러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이달 중순부터 55·65인치 울트라HD TV를 각각 4999달러(약 568만원)와 6999달러(약 796만원)에 출시한 것도 울트라HD 시장 선점 경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히라이 사장이 몰고 온 또 다른 변화는 수익성 중심의 사업구조 재편이다. 소니는 올 상반기 일본 시장에서 출시하는 11종의 모델 가운데 울트라HD TV를 3종이나 선보였다. 대신 22인치와 26인치 저가형 모델은 아예 라인업에서 제외시켰다.
 
이를 두고 일본 내부에서는 소니가 최근 1년 사이 중소형 TV를 줄이고,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대형 제품으로 중심축을 급격하게 옮기는 전략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물론 이면에는 브랜드 가치 제고라는 생존의 전략이 있었다.
 
소니는 대대적 체질개선을 통해 올 1분기(1월~3월) 적자폭이 전 분기 절반 수준으로 축소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TV 사업부문은 9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가겠지만, 그 규모가 점차 축소되는 방향으로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올 2분기부터 프리미엄 제품에 주력하는 소니가 LG전자와 마찬가지로 브랜드 인지도 제고만 누리게 될 지, 실적 개선의 계기까지 덩달아 마련할지가 관전 포인트다.
 
◇프리미엄 '올인' 전략 통할까..'삼성전자의 벽'
 
LG전자와 소니의 같지만 다른 듯한 프리미엄 전략에 대해 일각에서는 성과를 내기가 녹록치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을 내놨다. 전체 TV 시장의 주도권을 쥔 1위 제조사 삼성전자의 지배력이 프리미엄 시장에서도 그대로 통한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연구소의 한 연구원은 "프리미엄 TV 시장 역시 승자독식 구조여서 1위 업체는 고가 제품을 내면 더 큰 시장선점 효과를 누린다"면서 "2위 이하 업체들에겐 결코 유리한 환경이 아니기 때문에 프리미엄 전략에 집중하는 것만으론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특히 올해는 대내외 경기 침체의 여파로 TV 시장의 파이도 커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수익성을 높이는 하나의 방편으로만 프리미엄 전략을 취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LG전자와 소니에게 있어 삼성전자는 여전히 큰 벽이란 얘기다.
 
반론도 존재한다. 중국과 대만 업체들이 빠르게 기술 격차를 따라잡으면서 시장의 혼돈은 더욱 거세질 것이란 전망이다. 아직은 1위의 여유가 있지만 2위 그룹의 반격, 또 여타 업체들의 추격이 더해지면서 올 한 해 TV시장은 카오스가 일 수도 있다. LG전자와 소니가 바라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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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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