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차현정기자] 경험과 기량이 검증된 베테랑은 세간의 주목을 받기 마련이다. 장기적인 성과까지 발휘한다면 더할 나위 없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이 1999년 내놓은 ‘마이스터증권펀드’가 그렇다. 올해로 14년을 맞은 마이스터펀드의 설정 후 수익률은 271.13%이다. 정통고편입펀드 가운데 10년 수익률은 가장 높다. 최근 1·3·5년 구간에서 각각 3.76%, 19.66%, 36.36%를 기록하는 등 장단기 성과 모두 견조하다.
결정적 매력은 사실 따로 있다. 펀드의 안정성과 변동성을 나타내는 표준편차다. 마이스터펀드의 표준편차는 최근 3년간 업계 최저 수준인 15%를 나타내 국내주식형펀드 중 안정적인 운용능력을 입증했다.
“투자는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부진한 시장을 막아낼 수 있는 방어력이 우선돼야 합니다. 이 펀드는 그런 부분에 강점이 있어요. 특히 주가가 하락할 때 방어력이 뛰어나고 오를 땐 뒤처지지 않습니다.”
이영석 한국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18년차 베테랑 펀드매니저다. 그가 운용하는 마이스터펀드는 올해로 14년째를 맞는 대표적인 장수펀드다.
이영석 한국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본부장. 그는 지난 2006년 마이스터펀드 바통을 이어받아 벌써 8년째 이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공수경비 펀드.."슬럼프는 없다"
공격과 수비를 아우른다고 해서 붙여진 이 펀드의 또 다른 이름은 ‘공수경비(攻守警備)형 펀드’다.
“슬럼프가 없다는 게 강점입니다. 큰 실패 없이 매년 꾸준하게 시장을 항상 이기면서 아웃퍼폼하기 때문에 고점에 가입해도 손해 볼 일이 없는 거죠.”
사실 대단한 펀드는 많다고 했다. 부럽기도 하다는 그다. 하지만 현재의 수익률만 놓고 따지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불확실성 커진 시장이 재평가될 것으로 예고된 가운데 국면이 전환되면 고전할 가능성도 더 크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한쪽 방향에만 강한 일부 펀드가 현재 하위권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배경이라는 설명이다.
마이스터펀드의 운용 설정액은 현재 1503억원. 꾸준했던 성과에 비해 규모는 덜한 편이다.
“화끈하지 못한 탓이죠. 개인 리테일 투자자들은 늘 1등을 선호하거든요. 그래서 투자원칙의 근간은 유지하되 운용스킴을 보완해 상대수익률을 끌어올리는 부분에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야구선수가 타격 폼을 바꾸듯 펀드 운용스킴 자체를 바꿀 수는 없지만 보완은 필요하다는 게 이 본부장의 설명이다.
“진일보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반성과 분석을 거듭하면서요. 지금의 안정성은 위기를 기회로 만든 덕에 찾은 겁니다.”
이 본부장은 과거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운용 부사장과 한 직장에 있던 당시 정통액티브 투자전략을 고수하면서 가치투자에도 포인트를 뒀던 적이 있다. 이후 밸런스가 유지되며 출발 대비 레벨 업이 됐지만 시장 오버슈팅에 대한 섣부른 판단으로 두 차례 정도 고비를 겪었다고 했다. 횡보장과 하락장에선 선방할 수 있었지만 시장이 강세흐름에 접어들자 취약성이 걷잡을 수없이 커지더라는 거다.
위기는 기회가 됐다. “위기가 위기로 끝나면 의미가 없죠. 반성하고 분석하고 그리고 또 반성, 분석을 이어간 게 도움이 됐고 이후 보완점을 찾아 지금의 안정적인 수익률을 붙인 겁니다.”
◇내실 다지기 끝.."1조 펀드 시간문제"
최근엔 기관 자금 유입이 심상찮다. ‘장기성과가 좋은 펀드’라는 입소문이 돌면서 기관자금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C클래스 쪽으로 한 달 사이에 500억원 정도의 자금이 들어왔는데 중상위권 이상의 수익률에 낮은 변동성을 눈여겨 본 투자자들이 알아보기 시작한 방증이라고 봅니다.”
마이스터펀드는 메가트렌드에 부합하는 대형성장주 발굴 투자를 펀드운용 원칙으로 둔다. 시장의 트렌드 변화를 탄력적으로 반영해 유연한 투자를 추구한다. 운용시스템상 펀드 모델포트폴리오의 70%는 회사 모델포트폴리오(MP)를 복제토록 돼 있다. 나머지 30%는 전략 종목을 담는다.
“아무리 바빠도 탐방은 합니다. 투자후보기업군에 대한 심도 있는 점검은 필수죠. 펀드에 담은 기업만 보는 게 아니고 경쟁업종까지 크로스체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본부장은 지난 3월부터 회사 주식운용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컨센서스를 꾸리는 작업까지 맡게 되면서 일이 늘었다. 그래서 요즘엔 투자후보기업군이 찾아와 설명회를 해주는 넌딜로드쇼(NDR) 활용을 많이 하고 있다는 그다.
시장 전망에 대해 들어봤다. “올해 시장은 계속 박스권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기본적으로 경제 환경이 썩 좋지만은 않습니다. 글로벌 경기회복은 기대되는데 엔화약세라든지 중국 경기 회복이 느리다는 점은 제약 요인입니다. 국내도 내수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이어서 뜨거운 시장이 되진 못할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기업들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평균 1배 수준이고 역사적으로 저평가된 영역이라 시장 다운사이즈도 크지 않다고 이 본부장은 진단했다. 정부의 향후 추가 금리인하나 경기부양 정책에 따른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형성될 것으로 내다봤다.
저성장 저금리 속 어떤 기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지 궁금했다.
“가파른 회복보다 안정성이 뒷받침되는 기업을 먼저 봅니다. 그중에서도 새 성장이 가능한 기업에 시장 포커스가 맞춰질 것으로 봅니다. 과거보다 시장의 진폭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성패 좌우는 이들 기업이 쥐고 있다고 생각해서죠. 시장 흐름보다, 업종 선택보다 중요한 것은 결국 기업 선택 노하웁니다.”
레버리지가 큰 기업보다 안정성과 수익성 호전을 만들 수 있는 기업을 발굴해야 한다는 그의 투자 철학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14년간 쌓아온 안정성과 상위권 수익률로 펀드 내실 다지기는 끝냈다고 했다.
“이제 펀드 규모 늘리는 일만 남았네요. 수익률 유지를 위해 쉼 없이 반성, 분석 하다보면 규모는 절로 늘 거라 봅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네 번째 1조 펀드 탄생, 시간문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