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경제민주화 후퇴에, 재계 "이때다" 총반격(종합)

"당근 내놨다. 채찍 거둬라" 정치권 압박 노골화

입력 : 2013-04-26 오후 5:54:52
[뉴스토마토 김기성기자] 궁지에 몰렸던 재계가 대대적인 반격에 나섰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경제위기를 이유로 대선 핵심공약이었던 경제민주화와 관련해 한발 물러설 뜻을 내비치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공세로 전환했다.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무역협회 등 경제 5단체 부회장단은 2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라자호텔에서 긴급회동해, 국회의 경제민주화 입법화 움직임에 강한 제동을 걸었다.
 
박 대통령의 거듭된 요청에 새누리당 지도부가 적극 화답한 데 이어 민주통합당마저 당 노선을 놓고 내분을 보이자 반격의 적기라고 여긴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전날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야가 이견 끝에 대체휴일제 도입을 의결하지 못하자 무산을 기정사실화하기 위한 압박의 필요성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
 
투자 및 고용 계획 등 재계가 ‘당근’을 내놓은 만큼 정치권이 ‘채찍’을 거둬들이고 화답하라는 경고도 곁들여졌다. 더 이상의 압박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강경 대응이었다.
 
재계는 그간 세계 경기의 불확실성이 증대됨에 따라 유연한 대응을 이유로 투자계획을 미뤄오다 지난 4일에서야 지난해 실 투자액보다 7.7% 증액된 149조원(30대그룹 기준)의 투자 목표치를 내놓았다.
 
경제 5단체의 반발은 최근 논란이 된 대체휴일제 도입 및 정년 60세 연장 의무화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이들은 이날 ‘최근 노동 현안 관련 규제 입법 등에 대한 경제계 입장’이라는 제목의 자료를 내놓았다. 목차에 명시된 규제 현안만 20개, 페이지 수는 무려 34쪽에 달할 정도로 방대했으며 구체적이었다. 규제란 규제는 모조리 반대였다.
 
경제 5단체는 이와는 별도로 ‘최근 경제·노동 현안 관련 규제 입법 등에 대한 경제계 입장’이란 이름의 성명서를 내놨다. 이들은 먼저 “현재 우리경제는 총체적 난국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규정한 뒤 “경제 주체 모두가 ‘경제 살리기’와 ‘일자리 창출’에 매진하더라도 긍정적 결과를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규정했다.
 
그럼에도 “최근 사회 전반에 확산되는 반기업 정서와 시장경제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키는 각종 경제·노동 관련 규제 입법이 기업의 투자심리를 크게 위축시킴으로써 우리경제의 앞날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구체적으로 “신규채용을 어렵게 하는 정년연장 의무화, 국제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공휴일 법률화, 천문학적 고용비용 증가와 노사갈등을 유발하는 통상임금 산정, 형평성 시비를 야기하는 엄마가산점제, 막대한 보험재정 지출을 초래하는 통근재해 도입 등은 단순히 포퓰리즘을 넘어 경제 전반의 성장 동력을 근본적으로 약화시킬 뿐만 아니라 사회통합을 저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기업가 정신을 회복시키고 ‘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를 실천하기 위한 혁신적인 규제 완화를 모색할 시점”이라며 “기업에 대한 편향적 시각이 완화될 수 있도록 정부와 정치권이 적극적으로 노력해 주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성명서에는 다섯 가지 구체적 사항이 적시됐다. ▲공정거래 관련 법안을 기업 투자를 고려해 균형 잡힌 방향으로 전환 ▲각종 고용 관련 규제의 정비 ▲경제 및 기업 여건을 고려치 않은 과잉입법의 철회 ▲노사갈등에 대한 신속하고 적절한 조치 등 네 가지 요구사항과 함께 끝으로 “우리 기업들은 투자 및 고용 확대에 힘쓰고 투명경영, 사회공헌 등 ‘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 달성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명 발표 직후 이뤄진 브리핑에서는 보다 노골적인 표현들이 오갔다. 이동응 경총 전무는 기자들에게 “새 정부 들어 경제민주화에 공감하고 협조하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재계의 노력을 강조한 뒤 “(국회의 경제민주화 논의는) 동반성장 자체를 오히려 더 어렵게 만들고, 사회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대기업을 옥죄고 반기업 정서를 확산시키는 것은 경제 회복과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되질 않는다”면서 “(정치권이) 계속 이런 식으로 나갈 경우 위기감마저 생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재계의 이날 주장에는 사실관계에 있어 심각한 오류들도 있어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가령 대체휴일제 도입의 경우, 근로일수가 생산성의 효율을 담보하지 않을뿐더러 재계가 방패로 내세우는 청년실업과 비정규직 등 취약계층의 문제에 있어 그간 철저히 외면해 오지 않았느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이미 우리나라는 OCED 국가 중 최장의 근로시간을 자랑하고 있다. 또한 재계가 강조하는 노동의 유연성 확보로 인해 비정규직 문제가 발생하고, 이는 소득의 양극화를 불러와 끝내 경제민주화 요구로 귀결되었다는 주장에도 맞서야 한다.
 
뿐만 아니다. 대체휴일제 도입으로 인한 내수진작의 효과는 여타 자료에서 입증된 바 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지난 2010년 대체휴일 시행 시 약 24조5116억원의 사회경제적 순편익과 10만6835개의 신규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공휴일 및 일요일 간 중복에 대해서만 대체공휴일을 인정, 휴일이 향후 10년간 연 평균 2.3일 늘어나는 상황을 상정해 계산한 수치다.
 
실제 여행업계에서는 공휴일제도 개선을 통해 매년 2.3일의 대체휴일이 확충되면 국민 국내여행 일수도 10.1일(2008년 기준)에서 0.99일 늘어난 11.1일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근로자의 여가시간 증가로 근무 집중도가 향상되면 국내에서 산업재해로 매년 발생하는 경제적 손실액(17조6000억원)도 크게 줄 것이란 게 재계를 제외한 사회 각계 입장이다.
 
재계는 대체휴일제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들다고 주장했으나 이와는 반대로 현재 상당수 국가들이 이를 시행 중에 있다.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은 물론 중국마저 대체휴일제 효과를 노리고 정부가 나서 공휴일을 사전 조정하고 있다. 또 영국과 러시아, 호주 등도 공휴일이 주말과 겹칠 경우 평일을 대신 쉬도록 하고 있다.
 
다만 독일과 프랑스는 대체휴일제를 시행하지 않고 있다.
 
이날 경제 5단체 긴급회동에는 이동근 대한상의 부회장과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 송재희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 김무한 한국무역협회 전무 등 부회장단이 총출동해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추진에 맞서 강한 연대감을 과시했다.
 
◇왼쪽부터 송재희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 이동근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 김무한 한국무역협회 전무(사진제공=대한상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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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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