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기자] 공공·민간 부문 근로자의 정년 60세 의무화를 오는 2016년부터 사업장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시행하고, 2017년에는 모든 사업장에 이를 적용한다는 내용의 ‘정년 60세 의무화 법안’이 국회 환경노동위를 통과했다. 고령사회(65세이상 인구가 전체인구의 14%를 넘어선 사회)를 앞두고 있는 국가적 현실을 반영한 결과다. 이에 따른 고용과 재정의 문제, 현실적 괴리, 그리고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사회를 맞이하고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가까운 일본의 경우는 어떠한지 등등 정년 60세 시대의 문을 연 우리의 현실과 과제 등에 대해 고민해보고자 한다. [편집자註]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통과된 정년 60세를 의무화하는 '정년연장법'의 파장이 거세다. 특히 일자리를 두고 부모세대와 자녀세대간 '세대 갈등'이 일어날 수 있다는 등 논란이 커지고 있다.
청년층 사이에서는 정년이 연장되면 그만큼 신규채용이 위축돼 청년고용이 더 악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기업 역시 정년 연장으로 인한 청년층 신규 채용 감소는 불가피하다고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년 연장으로 인한 세대간 고용충돌은 타타성이 없다며 일어날 가능성이 적다고 주장한다. 오히려 임금피크제 등 추가 보완책을 마련해 정년 연장과 청년 고용 두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이다.
◇父子간 서로 다른 시각..'환영'vs'공감하지만 걱정'
우선 정년 연장을 바라보는 세대별 시각은 매우 상반된다. 인구 고령화 속 노후 대책이 마땅치 않은 중·장년층은 하루라도 더 일할 수 있다는 현실에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다.
은퇴를 5여년 앞둔 직장인 황모씨(52세)는 "자식들이 결혼 적령기이고 아직 노후 대책도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년 연장 소식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면서 "진작 이뤄졌어야 하지만 이제라도 되서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반면에 젊은이들은 부모세대의 정년 연장을 공감하면서도 가뜩이나 바늘 구멍인 청년 취업이 더 힘들어질 것이란 우려 때문에 걱정 섞인 목소리가 크다.
지난해 2월 대학을 졸업하고 아직까지 취업준비생 신분인 손모씨(27·여)는 "인구 고령화 속 평균 수명도 길어지는 현실에서 아버지, 어머니의 정년을 늘리는 데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정년 연장으로 기업들의 신규 채용을 줄일텐데 청년 일자리가 감소할까봐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실제 기업들은 비용부담 등을 이유로 신규채용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청년고용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것.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성명서를 통해 "고용노동부가 정년을 연장한 372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연장 이후 300인 이상 사업장은 3.7%, 공공기관은 4.0% 순채용 인원이 감소했다"며 "현재 300인 이상 사업장의 평균 정년이 57.4세인 점을 고려하면 정년이 연장되는 약 3년간 신규채용에 심각한 지장을 받게 된다"고 밝혔다.
◇"세대간 고용충돌, 타당성 없어"..오히려 대안 마련이 바람직
하지만 전문가들은 외국 사례와 국내 연구 결과로 보면 정년 연장이 세대간 일자리 경쟁을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타탕성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중·장년층과 청년층이 주로 일하는 직종도 다르며 상호보완 관계에 있다는 것이 이유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해 12월 발간한 '기업의 정년 실태와 퇴직 관리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중·고령자 고용 증가가 청년층 고용을 감소시킨다는 증거가 없어 세대 간 고용 대체 가설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오히려 양자 간 보완 관계가 강하고, 일본과 유럽에서도 조기 퇴직과 청년층 일자리 증가의 상관관계는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덧붙였다.
한국은행이 펴낸 '청년층과 고령층 간 고용대체 관계 분석' 보고서도 "청년층과 고령층 직종경합이 일부 업종에서 진행됐지만 전산업 및 대부분 업종에서 미미한 수준이며 일부 업종에서는 오히려 완화됐다"며 "양 세대 간 고용대체가 진행됐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세대간 갈등을 걱정하는 것보다 대안 마련 등을 통한 해결책 모색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특히 정년 연장과 청년 고용 두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일자리 수 자체를 늘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자리 늘리기 대안으로는 공공기관과 공기업부터 정원 규제를 탄력적으로 운용하고, 민간기업은 초과근로나 교대근무를 조정하는 일자리 나누기 등을 제안했다.
또 임금피크제를 포함한 추가 보완 대책과 함께 기업 규모와 업종별 특성을 감안한 다양한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광석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사회경제적으로 일자리 수가 증가한다는 차원에서도 일자리 나누기 등의 대안으로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금재호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업과 노조가 상생의 관점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며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근무기간에 따른 임금 상승이 월등히 높은 만큼 이런 임금 체계를 정년 연장에 맞게 고쳐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지만 연세대 경영대 교수는 "정년 연장에 임금피크제 등을 병행하면 구직을 원하는 청년층에도 큰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장년층도 일자리를 보전받고 정부는 소득세를 받아 근로자와 기업을 지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에서는 단기적인 임금부담을 느낄 수 있겠지만 결론은 숙력된 장기 근속자의 정년 연장을 통해 기업의 생산성이 제고될 수 있는 측면이 있고 청년 입장에서는 임금피크제라든지 임금조정을 통해 신입사원 채용의 여지를 가지게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