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세진기자] 이탈리아가 어렵게 내각 구성에 성공하면서 긴축완화 논의가 급물살을 탈 조짐이다.
28일(현지시간) 이탈리아에서는 엔리코 레타 중도좌파민주당 부대표가 총리로 지명되면서 9주간에 걸친 정국 혼란을 마무리지었다.
그러나 총리 취임식장에서 총격이 벌어지는 등 아직까지 불안요소는 남아 있으며 3대 정당의 연정 구성도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2개월간의 혼란 마무리..대연정 출범
(사진제공=이탈리아의회)
지난 2월 총선 종료 후 이탈리아 정국은 극심한 혼란에 빠져들었다.
상원에서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한 피에르 루이지 베르사니 전 중도좌파민주당 당수가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와의 연정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조르지오 나폴리타노 대통령이 중재에 나서, 엔리코 레타 총리를 새로 지명하면서 혼란은 수습됐다.
이번 내각은 총 21명의 장관으로 구성되며 이 중 중도좌파민주당 출신이 9명, 중도우파민주당 출신은 5명, 중도연합 출신은 3명이다.
안젤리노 알피노 중도우파민주당 사무총장은 부총리 겸 내무장관으로 임명됐으며 베를루스코니는 인선에 포함되지 않았다.
또한 레타는 뱅크오브이탈리아에서 장기간 근무했던 파브리지오 사코마니를 재무장관으로 임명, 경제살리기에 주력하겠다는 점을 시사했다.
레타는 29일 양당에서 신임 투표를 받게 되는데 안정적 표를 얻어야 국정 운여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한편 베페 그릴로가 이끄는 오성운동은 여전히 연정 참여를 거부하고 있으며 베페 그릴로 후보는 연정에 대해 "난교파티를 즐기는 연정을 무시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정책 조율 과정서 진통 예상..난제 해법은?
연정에는 집권 중도좌파민주당과 중도우파민주당, 몬티가 이끄는 중도연합이 참여한다.
그러나 이들 정당의 입장은 큰 간극이 있어 합의를 도출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진통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연정 참여 조건으로 주택세 환급을 내걸었다.
이탈리아 국민들은 마리오 몬티 전 총리가 이어온 긴축안에 강한 반감을 갖고 있어, 새 정부의 주요 과제는 긴축 완화와 경제 성장으로 집중되고 있다.
베를루스코니는 증세 반대 등 포퓰리즘 공약들을 내놓고 있어 이전 정부의 긴축정책을 계승하려는 레타와는 적지 않은 충돌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긴축에 반발하는 민심을 달래기 위해 레타 정부는 과도한 예산삭감을 자제하고 기업경기를 살리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가운데 새로 임명된 사코마니 재무장관은 시장 친화적인 인물로 알려져 있어 투자심리를 높이는 데 한몫을 할 것으로 보인다.
사코마니는 재정을 구조조정할 뜻을 밝히며 기업과 저소득층을 지지하는 한편 비생산적인 공공소비를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귀스페 벨피오리 FT 경제연구소장은 "새로운 이탈리아 내각이 경제 부흥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며 "투자자들은 이탈리아 정부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새 정부는 아울러 경제 성장을 위해 노동 시장을 대대적으로 재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내각, 긴축완화에 나설까
유럽에서 긴축을 완화하자는 주장은 이미 지난해부터 프랑스 등을 중심으로 제기돼 왔다.
높은 실업률 등 전반적인 여건은 좋지 않지만 유럽중앙은행(ECB)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가 국민들 사이에서 높아지는 상황이다.
조제 마누엘 바로소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이제 긴축이 한계에 달했다"고 말해 긴축완화 가능성에 더 무게가 실리고 있다.
토니 스트린저 피치 애널리스트는 "유럽의 경제회복 전망은 계속 늦어져, 자칫 일본처럼 '잃어버린 10년'을 겪게 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레타는 유럽연합(EU)에 긴축완화를 허가해 달라는 로비를 벌일 것임을 시사했다. 최근 레타 총리는 "유럽연합에 로비해 긴축을 완화하고 재정 적자 목표에 여유를 두겠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경제회복에 대한 기대심리는 이미 시장에 반영돼 지난 23일 채권시장에서 이탈리아 10년만기 국채 금리는2년 반만에 처음으로 4% 아래인 3.94%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