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러브콜? '글쎄'..가치소비가 바꾼 '가방' 시장

입력 : 2013-04-30 오전 10:36:00
[뉴스토마토 김희주기자] 지난 2009년 한섬(020000)의 석정혜 디자이너가 론칭한 가방 브랜드 '쿠론'이 1년 만에 대기업 코오롱인더(120110)스트리 FnC에 인수되면서 최근 연매출 400억원을 기록했다.
 
석정혜 디자이너는 현재 코오롱인더스트리 FnC 부문의 이사로 재직하고 있으며, 지난해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에 쿠론 단독매장을 오픈하기도 했다.
 
이처럼 국내 신진 디자이너의 가방 브랜드가 대기업을 만나 신데렐라의 꿈을 이루는 경우가 있다. 대기업과의 협업은 디자이너들에게 자신의 작품을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여겨지고 있고, 이를 위해 지속적으로 기업의 문을 두드리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덩치 큰 회사의 러브콜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고집스럽게 스스로 시장을 개척하는 브랜드들이 늘어나고 있다.
 
디자이너들이 자기 브랜드에 대한 애착과 자부심이 상당이 높은 것도 그 이유지만, 대기업의 자본과 유통망에 편승하지 않고도 충성도 높은 고객을 확보한 브랜드들이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이호재 디자이너가 지난 2006년 론칭한 가방 브랜드 '호제'는 3년 전 월평균 4000만원에 불과하던 매출이 현재 20억원대로 급등했다.
 
2009년부터 주요 백화점에 입점하기 시작해 현재 18개 백화점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올해도 10% 이상의 매출 상승을 기대하고 있다.
 
호제는 몇몇 국내 대규모 패션 기업들로부터 러브콜을 받은 적 있지만 이를 거절하고 자신만의 독창적인 디자인으로 승부를 걸고 있다.
 
호제 관계자는 "대기업의 러브콜은 분명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조건이 맞지 않는 경우도 있고 브랜드 전개에 제한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대기업의 러브콜을 거절했다"고 말했다.
 
◇이호재 디자이너가 론칭한 가방 브랜드 '호제'의 2013 뉴콜렉션. (사진제공=호제)
 
지난 2011년 노광원 디자이너가 론칭한 '하비아누' 역시 대기업의 인수 요청을 거절한 사례다.
 
하비누아는 올해 1분기에만 지난해 매출의 80%를 달성하면서 올 한해 30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올해 면세점에도 입점할 계획이며, 제품 모델 수를 늘려 연말 쯤에는 단독 매장도 문을 열 계획이다.
 
◇가치소비가 바꾼 소비 패턴도 한 몫
 
디자이너 백의 인기는 경기 불황에 따른 '가치소비' 트렌드가 크게 작용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가치소비는 광고나 이미지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에게 필요한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하는 소비 형태다. 소비자들이 로고로 도배된 과시용 명품 가방보다 질좋고 저렴한 디자이너 백을 선호하는 경향이 커지도 있는 것이다.
 
이를 방증 하듯 지난 2월 루이비통은 매출 하락으로 현대백화점 부산점 매장을 철수하는 굴욕을 맛봤다.
 
또 구찌그룹코리아는 지난해 매출 2825억원으로 전년 대비 4.5% 감소했고, 펜디코리아 역시 지난해 매출 308억원으로 전년 대비 10% 감소했다.
 
명품보다 저렴하면서도 백화점 고급 브랜드에 속하던 MCM이나 닥스, 메트로시티 등 국내 브랜드 백들도 역신장 추세다.
 
로고리스(logoless)백이 유행하면서 로고로 도배된 빅로고 백이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명품보다 저렴하면서도 식상하지 않은 신진 디자이너 백에 열광하고 있다"며 "이들 브랜드는 품질도 우수하고 트렌드를 제대로 반영해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 불황에 따른 가치소비와 로고리스(logoless)백의 유행으로 디자이너 백의 고성장세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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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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