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전자상거래 피해..공정위 대책마련 고심

입력 : 2013-04-29 오후 5:22:41
[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 서울시 서초구에 사는 김모씨는 오픈마켓에서 신형 에어컨을 샀다. 며칠 뒤 집에 도착한 에어컨을 확인해보니 신형이라는 광고와 달리 누가 한 번 구입다가 반품한 제품이었다. 오픈마켓 홈페이지 어디에도 중고나 반품이라는 표시가 없어 화가 난 김씨는 해당 판매자에게 연락하려고 했지만 판매자와 끝까지 연락이 닿지 않아 반품이나 환불이 불가능했다.
 
최근 전자상거래를 이용이 늘고 있지만 소비자 피해도 그만큼 커 정부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9일 한국소비자원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2년 기업과 소비자 간 전자상거래 규모는 약 19조6410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같은 기간 접수된 전자상거래 소비자피해는 총 4467건으로 전년에 비해 400여건이나 늘어났다. 전자상거래 피해는 2010년 이후 매년 4000건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4대 오픈마켓 소비자피해 추이>
(사진제공=한국소비자원)
 
◇뛰는 전자상거래, 기어가는 현행법
 
전자상거래 피해 증가에 대해 스마트폰 보급과 소셜커머스 확산 등으로 인터넷 환경은 급변하는데 이를 규제할 관계 법령은 시장의 변화속도를 못 따라 간다는 지적이다.
 
소비자시민모임 관계자는 "현행 전자상거래법(전상법)은 전자거래 시장이 처음 만들어질 때가 기반"이라며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보급, 소셜커머스 확대 등으로 등장한 신종 전자상거래 피해를 구제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달 소셜커머스 업체와 인터넷 쇼핑몰 등과 맺은 '소셜커머스 소비자 보호 가이드라인'에는 ▲전상법 준수 ▲허위과장광고 금지 ▲서비스 관련 사항 준수 ▲위조상품 판매방지 등의 내용이 담겨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시모 관계자는 "현행법은 악의를 가지고 소비자의 돈을 가로챌 목적을 가진 전자상거래 업체를 규제하는데 큰 역할을 하지 못한다"며 "피해 예방을 위해 공정위를 비롯한 정부가 보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정위, 올해 안으로 전상법 개정
 
이에 대해 지난 24일 열린 공정위의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노대래 위원장은 소비자 권익 보호를 중점 과제로 내걸고 세부대책으로 전상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 관계자는 "전자상거래 피해가 빠르게 늘어난만큼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제도 개선 필요하다"며 "소비자를 기만·유인하는 사이트에 대해 사이트 폐쇄 등을 명령할 수 있는 임시중지명령제를 12월 중으로 법 개정해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제도의 실효성과 신속한 소비자 피해 방지를 위해서 소비자원과 서울시 전자상거래센터 등 관련기관과 소비자단체에도 임시중지명령 발동요청권을 부여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전상법 개정안에 대해 서울시 전자상거래센터 관계자는 "임시중지명령제도를 법에 보장하자는 의견은 그동안 쭉 제기된 것"이라며 "공정위의 이번 방침은 소비자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현실적이 대안"이라고 환영했다.
 
◇피해 일어나기 전에 막을 수 있어야
 
전자상거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피해가 발생한 뒤 뒤늦게 사이트를 폐쇄할 게 아니라 처음부터 소비자들이 전자상거래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전자상거래 피해는 건당 피해액은 적지만 제도의 허점을 노린다는 점에서 피해가 늘고 유사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며 "소비자에게 주의를 당부하는 것보다 정부가 문제 있는 사이트를 식별해 선제적으로 조치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공정위가 전자상거래 업체에 대한 모니터링과 정보변경 현황 확인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관련 정보를 소비자와 공유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인터넷전자상거래학회 관계자는 "전자상거래 서비스에 대한 비교정보를 제공하거나 안심 사이트를 선정하는 등 전자상거래 피해를 막고 소비자 신뢰를 쌓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전자상거래 전담 역량을 강화하고 제재 수준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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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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