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월가의 관심이 오는 30일부터 차례로 열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FRB)의 공개시장위원회(FOMC)와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회의에 쏠려있다.
29일(현지시간) 주요 외신들은 미국과 유럽 중앙은행이 이번주에 예정된 통화정책회의에서 유동성 공급방안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최근 발표되는 경제지표들이 일제히 저조한 모습을 보여 중앙은행이 유동성 공급을 통해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이란 의견이다.
다만 시장에 돈을 풀어도 그 효과가 미비하거나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킬 것이란 반론도 나온다.
◇Fed 자산매입 이어갈 듯..노동시장, 침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30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존의 통화정책을 재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연준이 매달 850억달러의 자산을 사들이고 역대 최저 금리 수준을 유지하면서 경기부양을 꾀했으나 기대한 만큼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 연준 정책 입안자들은 "경제가 회복되고 고용시장이 충분히 개선될 때까지 출구전략을 고려하지 않겠다"는 대원칙을 고수해왔다.
연준이 통화정책의 변화를 꾀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노동시장이다. 연준이 목표로한 6.5% 이하의 실업률과 최근의 고용지표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고용시장을 판단하는 핵심 지표인 비농업 부문 신규고용은 지난 3월 8만8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시장 예상치인 16만1000명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美 비농업부문 신규고용 <출처=미국 노동부>
다음 달 발표되는 4월 신규고용 예상치도 15만명으로 3월보다 개선될 것으로 보이나 여전히 2년평균치인 18만명을 밑돌 것으로 전망된다.
이달 실업률도 연준이 목표한 6.5%에 한참 못 미치는 7.6%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소비지출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3월 개인 소비지출은 전월보다 0.2% 늘었는데 이는 지난 2월의 0.7% 증가에 비해 둔화된 것이다.
밀란 뮬라인 TD 증권 수석 투자전략가는 "임금상승률이 저조하다면 소비자들은 지출을 꺼릴 것"이라며 "물가 상승률도 낮은 편이라 연준이 자산매입 규모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유럽 ECB, 금리 인하 전망..독일은 반대
내달 2일 열리는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회의에서는 금리 인하 등 적극적인 경기부양 조치를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코노미스트 76명중 43명은 ECB가 유로존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준금리는 현행 0.75%에서 0.25%포인트 낮은 0.5%포인트가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 같은 전망은 부진한 경제지표에 기인한다. 스페인 국가통계청에 따르면 유로존 경제 4위국인 스페인의 지난 1분기 실업자 수는 집계를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600만명을 넘어섰다.
유로존 2위 경제대국인 프랑스도 고용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3월 프랑스의 실업자 수는 322만5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5% 증가했다.
여기에 키프로스 구제금융 사태와 이탈리아 정국혼란 여파로 유로존 경기에 대한 우려감이 증폭된 상황이다.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해 유로존 4월 경기체감지수는 전달보다 1.5 포인트 하락한 88.6을 기록, 지난해 12월 이후 최저로 떨어졌다.
여기에 물가상승 압력이 완화된 가운데 유로화도 강세를 보이고 있어 유럽 안팎에서 ECB에 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달초 '헤지펀드의 제왕'으로 불리는 조시 소로스는 다른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양적완화를 이어가는 반면 유럽만 긴축기조를 고집하면 독일 경제마저 위축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학자들도 나서서 ECB에 기준금리 인하를 촉구했다.
다만, 유로존 최대 경제국이자 ECB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독일이 금리 인하에 반대하고 있어 이번 정책회의에서 또 한 번 금리가 동결될 수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지난 25일 "독일은 금리인하가 아니라 금리인상이 필요하다"며 금리인하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선진국 경기부양한다는데..효과는 '글쎄'
다만, 선진국 중앙은행이 경기부양조치를 확대한다해도 그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특히, 유럽의 경우 금리인하가 유로존 경제 전체에 미치는 효과는 미비할 것이며 재정위기에 처한 남유럽 국가들은 별다른 혜택을 볼 수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예르그 아스무센 ECB 집행위원회 위원은 "금리 인하로 큰 효과를 얻지 못할 것"이라며 "남유럽 국가의 경우 금리를 인하하더라도 민간소비나 기업투자가 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르코 발리 유니크레디트 이코노미스트는 "금리 인하는 기정사실이 아니다"라며 "인하 결정 시기가 아직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 연준의 양적완화를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세계 최대 채권펀드사인 핌코의 모하메드 엘 엘리안 최고경영자(CEO)는 "양적완화는 경제성장이나 노동시장 개선에 도움이 안 되고 버블만 일으킬 뿐"이라고 지적했다.
윌버 로스 WL 로스 앤 코 회장도 "연준의 정책이 주식과 국채시장의 버블만 조장했을 뿐 장기 성장률과 고용 등 근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