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STX(011810)그룹이 해외자산 매각에 속도를 내는 등 구조조정을 본격화하고 나섰다.
(사진제공=STX)
최근 매각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계열사는 STX다롄, STX프랑스, STX핀란드, STX에너지 등으로 일단 돈이 될 만한 건 모두 내다 판다는 방침이다.
STX그룹이 올해 상환해야 할 회사채만 1조원이 넘는다.
당장 이달에만
STX조선해양(067250)이 4일과 7일 3000억원, STX가 14일 2000억원 등 총 5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상환해야 한다. 하반기에는 STX, STX조선해양,
STX팬오션(028670) 등이 총 58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막아야 하는 실정.
위기 탈출을 위해 STX그룹은 중국 STX다롄의 경영권과 지분권한을 중국 정부에 위임하는 것을 심도 있게 검토 중이다.
앞서 STX그룹은 지난 1월 중국 다롄시 정부로부터 긴급 경영자금 지원을 받는 대가로 STX(대련)조선유한공사의 지분 75.5%와 STX(대련)중공유한공사의 지분 100%를 담보로 맡겼다.
STX다롄의 매각이 예정대로 추진될 경우 국내 STX그룹 계열사들이 STX다롄에 선 1조2000억원 규모의 지급보증을 면제받게 된다.
우려도 있다. 국내 조선업계 일각에서는 STX다롄 매각에 따른 핵심기술 유출을 걱정하고 나섰다. 중국이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빠르게 우리나라 조선산업을 뒤쫓아왔지만 여전히 해양플랜트 등 첨단 기술에 있어서는 버거워 한다는 게 일반적 평가다.
특히 STX가 1조7000억원을 투자해 설립한 STX다롄 조선소는 세계 최대 해양플랜트 제작시설을 갖추고 있어 매각으로 인해 핵심기술이 유출될 경우 국내 조선업계 전반에 영향이 미칠 수 있을 것이란 지적이다.
이는 중국도 마찬가지로 최근 정부가 직접 나서 해양플랜트 특화산업지구를 지정하는 등 우리나라에 대한 추격을 가속화하고 있다.
유럽 전초기지 역할을 하고 있는 STX프랑스와 STX핀란드도 매물로 거론되고 있다.
크루즈와 페리 선박을 생산하는 STX프랑스와 STX핀란드는 STX조선해양이 각각 44.5%, 66.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 조선기업 중 크루즈 생산이 가능한 유일한 조선소로, 유럽에서는 최대 규모의 알짜 계열사다. 이에 따라 당초 STX건설과의 시너지를 통해 크루즈 산업을 키우려고 했던 강덕수 회장의 계획도 무산될 처지에 놓였다.
업계에서는 STX다롄과 STX프랑스, STX핀란드가 정상적으로 매각될 경우 최대 2조원 가량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특수선 전문 업체인 STX OSV를 7680억원에 이탈리아 조선업체 핀칸티에리에 매각한 바 있다. 또 지난 3일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에 STX에너지 지분 43.15%를 매각해 약 4000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했다.
이외에도 STX조선해양이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체결한 상태이며, STX팬오션은 산업은행이 인수 검토를 위한 예비 실사에 착수했다. STX건설은 지난달 26일 유동성 위기를 이기지 못하고 끝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계열사 매각 등을 통해 회사채 상환에 필요한 유동성이 확보되면 자율협약을 체결한 STX조선해양을 중심으로 대규모 구조조정도 단행할 예정이다. 현재 3만5000여명의 직원 중 임원을 비롯해 팀장급 이상 관리직이 주요 구조조정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편 STX그룹에 대한 구체적인 구조조정 방안은 STX조선해양에 대한 채권단의 자율협약 실사가 마무리되는 내달 초쯤 결정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