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은정기자] 올들어 국내증시가 부진한 모습을 이어가면서 자산운용사별 간판펀드의 수익률도 예전같지가 않다.
주식시장의 변동성으로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계속되면서 채권형 펀드는 상대적으로 선전하고 있지만,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은 마이너스를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다.
6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국내 주식형 펀드의 연초이후 수익률은 -1.97%, 해외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은 -0.74%를 기록했다.
돈이 몰린 간판펀드의 수익률이 저조한 가운데, 설정액은 작지만 탄탄한 전략을 앞세운 숨은 펀드들은 꾸준한 수익을 내고 있다.
◇빛바랜 간판펀드, 연초이후 줄줄이 마이너스
펀드설정액 규모가 큰 자산운용사 10곳의 간판펀드 수익률을 집계한 결과, 연초이후 한국투자네비게이터 펀드와 KB밸류포커스를 제외한 나머지 펀드의 수익률은 마이너스를 면치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2년간의 수익률은 자산운용사의 대표펀드라고 하기엔 아주 초라한 성적이다. 미래에셋인디펜던스 펀드는 30% 가까운 손실을 냈고, 하나UBS인BEST연금 펀드와 NH-CA1.5배레버리지인덱스 펀드의 손실도 23%에 달했다.
이밖에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한국투자한국의힘 펀드와 한화코리아레전드 펀드, 교보악사파워인덱스 펀드, 신한BNPP좋은아침희망 펀드, 우리행복을드리는 펀드도 10% 넘는 손실을 낸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펀드 가운데서는 운용설정액이 1조원을 넘는 공룡펀드도 6개나 있다.
교보악사파워인덱스 펀드의 운용설정액은 2조5000억원을 넘고, 한국투자한국의힘 펀드와 한국투자네비게이터 펀드, 삼성당신을위한코리아대표그룹 펀드, KB밸류포커스 펀드가 1조원대 자금을 운용하고 있다.
NH-CA1.5배레버리지인덱스 펀드는 최근 엔화약세와 북한리스크가 겹쳐 1900선을 이탈할 당시 약 1000여억원의 뭉칫돈이 유입되며 지난달 설정액 1조원을 돌파했다.
(자료=제로인)
◇숨은 강자펀드, 작지만 꾸준한 수익률
간판펀드가 제 이름을 못하는 가운데, 간판펀드의 빛에 가린 숨은 강자펀드들은 작지만 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펀드 설정액 규모 상위 10개 자산운용사가 꼽은 14개의 숨은 강자펀드 중 5개는 가치투자를 지향하는 펀드다.
각 운용사들은 한국투자마이스터 펀드와 KB그로스포커스 펀드, 삼성밸류코어 펀드, 한화 value포커스 펀드를 숨은강자 펀드로 꼽았다.
이 펀드들은 일부 간판펀드와 마찬가지로 미래가치주와 성장주의 균형있는 포트폴리오를 통해 장기적으로 초과수익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지만, 설정액은 10분의 1수준이거나 그 이하다.
최근 3년간 한국투자마이스터 펀드와 KB그로스포커스 펀드, 한화 value포커스 펀드 모두 20% 넘는 수익을 냈다.
한국투자마이스터 펀드와 한화 value포커스 펀드는 1999년에, KB그로스포커스 펀드는 2002년에 설정돼 설정이후 270~300%의 수익을 냈다.
숨은 강자펀드에는 퀀트펀드도 4개 있다. 퀀트펀드는 펀드매니저의 주관적 판단이 배제되고, 펀드매니저가 미리 정해놓은 조건에 맞는 종목을 매매하는 펀드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아세안셀렉트Q 펀드를, NH-CA자산운용은 퀀트MP 펀드를, 교보악사자산운용은 위대한중소형밸류 펀드를 숨은강자로 제시했다. 한화 value포커스 펀드도 퀀트 전략을 사용한다.
미래에셋아세안셀렉트Q 펀드와 위대한중소형밸류 펀드의 최근 2년간 수익률은 각각 37%와 16%를 기록했고, NH-CA퀀트MP 펀드는 14%대 수익을 냈다.
우리자산운용의 스마트 인베스터(Smart Investor) 분할매수 펀드는 색다른 전략을 펴고 있다.
이 펀드는 주가와 상관없이 특정일에 이뤄지는 기계적인 매수라는 기존 분할매수펀드의 단점을 보완해 주가 움직임에 따라 분할 매수를 실시해 펀드의 수익률 5%가 달성될 때마다 주식 비중을 20% 수준으로 낮추며 이익을 실현한다.
테마펀드도 숨은 강자펀드에 속해있다. 한화자산운용은 글로벌헬스케어 펀드를,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은 프레스티지코리아테크 펀드를 숨은 강자펀드로 제시했다. 이 두 펀드의 최근 2년 수익률은 35%다.
한화 글로벌헬스케어 펀드는 국내 유일의 글로벌헬스케어 펀드로 국내외 헬스케어 섹터 전망이 밝아 앞으로도 기대되고, 신한BNPP프레스티지코리아테크 펀드는 코스피 업종 구분과 관계없이 정보기술(IT) 관련 종목투자를 통해 적극적인 초과수익을 낸다는 설명이다.
하나UBS자산운용은 글로벌리츠부동산 펀드와 아시안리츠부동산 펀드, 글로벌인프라 펀드를 숨은 강자펀드에 올렸다. 이 펀드들은 기존에 골드만삭스 자산운용이 운용하던 4개의 펀드를 지난 3월부터 하나UBS자산운용이 이관받아 운용을 시작한것이다.
최근 2년동안 글로벌리츠부동판 펀드는 31%, 아시안리츠부동산 펀드는 47%, 글로벌인프라펀드는 35%의 높은 수익을 냈다.
우리투자증권 장춘하 연구원은 "간판펀드 중 우수한 성과를 내고 있는 펀드도 많다"면서도 "운용사의 명성을 보는것도 중요하지만 펀드를 고를 때에는 과거수익률이 꾸준하게 벤치마크를 상회했는지, 자금이 꾸준히 유입되고 있는지, 펀드매니저가 자주 바뀌지 않고 운용전략이 일관성 있는지, 보수는 어느정도 인지 등을 다각적으로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자료=제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