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곽보연기자] 국내 600대 기업들이 경쟁력을 쌓기 위해 올해 투자규모를 지난해보다 더 늘릴 계획이다. 기업들이 올해 세운 투자규모는 지난해보다 14% 늘어난 130조원 규모에 달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매출액 상위 600대 기업(금융업 제외)을 대상으로 지난 1월부터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기업들은 올해 약 129조7002억원을 투자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6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 600대 기업의 투자실적인 113조9183억원보다 13.9% 늘어난 수치다.
시설투자와 R&D 투자에 한해 진행된 이번 조사에서 시설투자는 지난해 91조6233억원보다 16.3% 늘어난 106조6002억원으로 집계됐고, R&D 투자는 전년 대비 3.6% 늘어난 23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조사 대상은 2011년 말 기준 매출액순 600대 기업으로 이번 조사에 응한 기업은 모두 468개(회신율 78%) 기업이다. 조사는 지난 1월16일부터 3월31일까지 설문지와 조사원 구술조사를 병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조사에 참여한 468개 기업 중 올해 투자를 지난해보다 확대할 예정인 기업은 158개 업체로, 축소할 예정인 기업(115개사)보다 조금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투자규모를 확대할 예정인 기업들은 '경쟁력 제고를 위한 선행투자(27.9%)', '신제품 생산 및 기술개발 강화(19.7%)', '신성장산업 등 신규사업 진출(19.2%)' 등을 그 이유로 꼽았다.
전경련은 "세계 경제 성장이 둔화되고 국내 경제회복이 지연되는 등 대내외 경영환경이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이런 가운데 투자규모를 늘리는 것은 기업들이 경쟁력 제고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선행투자에 적극 나설 계획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에 종사하는 기업들이 82조7760억원을, 비제조업에 종사하는 기업들이 46조9243억원을 투자키로 결정했다. 지난해와 비교해 제조업과 비제조업이 각각 13.2%, 15%씩 투자규모를 늘린 것이다.
제조업은 석유정제업과 조선·기타운수 업종이 투자 확대를 주도하고 비제조업은 전력·가스·수도와 도소매업 등의 투자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600대 기업의 투자 증가율 추이를 살펴보면 글로벌 금융위기로 어려움을 겪었던 지난 2009년을 제외하고 지난 10년간 기업들은 투자를 매년 전년보다 늘리는 추세를 보여왔다.
박찬호 전경련 전무는 "올해는 대내외 경제여건이 녹록치 않은데도 투자액을 약 14% 늘리려 하고 있다"며 "기업들이 위기 이후의 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시설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리려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전무는 "새 정부가 기업들이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한다면 대기업의 투자가 당초보다 늘어나 경제살리기와 일자리 창출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4월4일 윤상직 장관은 30대 그룹의 기획·총괄 사장단과 간담회를 갖고 올 한해 148조8000억원의 투자계획을 다짐받았다.
30대그룹과 600대기업의 투자계획이 약 19조원의 차이가 있는 것과 관련해 조사기관인 전경련은 모집단이 불일치 한다는 점과 조사 방법의 차이를 그 이유로 들었다.
이번 조사를 진행한 이철행 전경련 경제본부 투자고용팀 팀장은 "지난달 제출한 30대 그룹의 투자계획과 600대 기업의 투자계획을 비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30대그룹의 계열사는 약 1400~1500개에 이르는데 그 중 600대 기업에 포함되는 계열사는 많아야 300개 업체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모집단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이 팀장은 또 "산업부와 전경련이 공동으로 조사했던 30대 그룹의 투자계획은 설비투자와 R&D투자를 비롯해 해외투자와 지분투자 등의 내역도 포함했지만, 600대 기업 투자계획에서는 해외투자와 부동산투자, 타법인 출자(지분투자) 등을 제외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