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헌철기자] 불황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유통업계가 '내실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기 위한 몸부림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식품업계 1위인 CJ제일제당은 브랜드파워가 약한 일부 제품을 정리하고 핵심제품으로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제일모직도 캐주얼 브랜드 '후부' 사업을 접고 글로벌 성장이 가능한 브랜드에 자원을 집중하기로 했다.
또
대상(001680) 등 다른 식품기업들도 소모성경비 감축 및 출퇴근 시간 엄수 등 위기경영 체제에 돌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CJ제일제당(097950)은 경기침체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실적이 부진하자 시장 점유율이 낮은 일부 제품을 시장에서 철수 시키고 출근 시간을 오전 8시30분에서 8시로 앞당겼으며 접대비용을 최대 절반 가까이 삭감하는 등 손익 위주로 회사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철수된 대표 브랜드는 인델리 커리 분말제품이다. 이 제품은 이달 중순부터 생산을 중단한다. 이와 함께 회사는 간장 등 일부 제품군에서도 철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 이다. 인델리 커리는 카레 시장에서 점유율 3% 수준대에 머무르고 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보여주기식 제품 구성, 백화점식 사업형태를 지양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불황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강한 체질의 기업으로 변신하겠다는 목표"라며 "핵심제품과 글로벌로 사업역량을 집중, 네슬레 같은 세계적 식품기업 수준의 영업이익률을 올릴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CJ제일제당은 이를 위해 1+1 증정행사 등 제살깎기 식 판촉과 소모성 경비를 줄이는 등 전사 차원에서 낭비요소를 최소화 하고 있다.
제일모직은 14년 된 캐주얼브랜드 '후부'를 시장에서 철수시키기로 결정했다. '에잇세컨즈'나 '빈폴 아웃도어' 같은 성장성 있는 신생브랜드에 자원을 집중하기 위해서다.
제일모직(001300)은 최근 사 브랜드 노후화와 소비침체로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브랜드가 없다는 위기의식을 인식하고 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일모직은 자사 여성복 브랜드 사업성도 재검토 할 예정이며, 중국에 진출한 브랜드 중에서도 수익성이 좋지 않는 브랜드를 철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군살을 빼고 경영을 효율화 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유통업계가 손익위주 내실경영을 강화하는 직접적인 이유는 불황 때문이다.
CJ제일제당의 1분기 매출은 1조7974억원으로 5.1%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1132억원으로 11.8%나 감소했다.
불황에 따른 내수경기 침체로 소비 자체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형마트 영업규제로 인한 식품소비 감소까지 겹쳐 손익이 악화되는 양상이다. 다른 식품업계도 올해 실적이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패션업계도 불황 영향이 큰 산업이다. 제일모직 패션부문 매출은 지난해 약 9.6% 성장했으나, 영업이익은 9% 하락했다. 식품 유통 패션 화장품 등 경기에 민감한 소비산업이 불황여파를 넘기 위해 내실경영을 강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손익구조가 취약한 식품기업의 경우 내부적으로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돼 온 경영 혁신을 이번 불황을 계기로 현실화 하고 있는 상황이다.
식품업계는 평균 영업이익률 7~8% 선으로, 유통 패션 등 타 유통업계 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특히 식품물가 안정이 정책의 주요 어젠더로 등장하면서 가격인상까지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유통의 파워가 커지면서 1+1 행사 등 출혈 판촉에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참여해온 관행도 손익에는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심사업과 제품으로 역량을 집중하는 경영혁신에 대한 필요성이 최근 수년간 높아져왔는데 올해 불황으로 인한 실적악화가 마침 겹치면서 실제 액션으로 취해지는 모멘텀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