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수 사장 '문제발언' 사과.."경황없는 말이 오해 불러"

입력 : 2013-05-09 오후 2:43:16
[뉴스토마토 김기성기자] 전동수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사장이 9일 고개를 숙였다. 전날 발언에 대한 사과였다.
 
그는 이날 오전 자사 블로그를 통해 "부주의한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키게 돼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오해'라는 말을 빼지 않았다. 전 사장은 "다시 돌아 보건데, 충분히 오해를 살만 했던 발언"이라며 "주의 깊지 못했던 행동"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해'라는 표현을 쓴 이유로 자신의 진의를 다음과 같이 전했다.
 
"유해물질을 한층 더 밀착 관리할 수 있는 전담조직과 환경안전 책임자가 배치된 만큼 사업부장(사장)으로서 비즈니스에 더 힘을 쏟겠다는 의미였다. 경황없이 대답했던 것이 큰 오해를 낳게 된 것 같다."
 
'오해'를 주장하는 그의 '해명'과는 달리 전날 그의 발언은 매우 부적절했다. 협력사 직원 1명이 죽고 4명이 부상당하는 인명피해가 발생했음에도, 사고가 난 화성사업장 인근 지역주민들이 불안에 떨며 대책을 호소함에도, 오히려 자신은 건재하다는 일종의 과시로 보일만 했다.
 
발언의 근저에 "돈만 잘 벌면 된다"는 지극히 이익만을 쫓는 사고가 내재해 있었던 것만은 부인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삼성의 문화로 확대해석할 수 있는 근거를 그 스스로 제시한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실제 1차 불산 누출 사고가 발생한 직후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그의 사퇴 필요성이 거론되기도 했다고 한다.
 
성난 여론을 달래기 위한 후속조치의 일환이었지만, 그는 그 와중인 3월8일 8대 한국반도체산업협회장에 추대되며 '사퇴설'을 일축시켰다. "만사'전'통(萬事錢通)의 힘"이라는 수군거림이 있었다. 그가 한 것이라고는 1차 불산누출 사고 직후 발표한 유감 표명이 전부였다. 이조차도 8일 설화로 뒤엎었다.
 
연장선상에서 바라봐야 할 사례가 또 있다. 7일 오전 11시. 삼성전자 서초사옥 본관 앞에서는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직원으로 일하다 숨진 고 이윤정씨의 추모 1주기 집회가 열렸다. 고인의 남편이 저 세상으로 떠난 아내에서 눈물의 편지를 읽는 뒤편으로 삼성 측 관계자들이 보였다.
 
'행복추구권 침해하는 부당한 집시법 개정촉구 결의대회'로 추모식에 맞불을 놓는 집회였다. 헌법에 명시된 집회결사의 자유를 행복추구권이란 이름하에 정면 반박했다. 직원들의 손에는 저마다 피켓이 들려 있었으며 '집회소음 그만! 업무방해 근절!', '일 좀 하자! 삼성이 봉이냐!'는 내용이 보였다. 
 
◇지난 7일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진행된 전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 직원 고(故) 이윤정씨 추모식 1주기 집회 뒤로 피켓을 들고 맞불집회를 놓는 삼성 측 관계자들이 서 있다.(사진=곽보연 기자)
 
한때 자사 근로자였던 고인이 싸늘한 주검이 되어 돌아왔지만, 삼성은 맞불집회로 대했다. 바로 다음날 전동수 사장의 "돈만 벌면 된다"는 발언이 '경황없이' 나온 실언만은 아닐 수 있다고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사회가 시끄럽다. 포스코는 '라면 상무' 사태를 "언젠가 터질 사고"로 규정하고, 갑에 길들여진 조직문화를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른 대기업의 목에 힘주고 다니는 임직원들에게 우리가 좋은 본보기를 제공했다"고 경종을 울렸다.
 
포스코의 자성 뒤로 남양유업 사태가 터졌다. 본사 관리직원이 아버지뻘 되는 대리점주에게 시종일관 고압적 자세로 반말과 욕설 등 폭언을 일삼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남양유업은 창립 이래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이 역시 일개 직원의 잘못이 아닌 조직문화에서 비롯된 근원적 병폐였다.
 
이른바 '갑을 문화'로 명명되는 대기업의 횡포에는 또 다른 '을'인 근로자에 대한 잘못된 행태도 분명 존재한다. 사람이 죽어나가도 최고 책임자가 "돈만 벌면 된다"고 말할 수 있는 현실이다.
 
이윤근 노동환경건강연구소 부소장은 "사고예방을 위한 관련법규가 잘 만들어지고, 기업이 아무리 많은 투자를 한다 하더라도 기업문화가 바뀌지 않으면 유사한 사고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면서 "동일 설비에서 연속적으로 발생한 삼성의 불산사고와 성과제일주의를 강조한 삼성 임원의 발언이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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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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