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정부가 복지확대를 국정과제로 내걸었지만 정작 현장에서 복지업무를 맡는 사회복지사와 어린이집 교사들이 처우는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이들에 대한 처우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올해 초 사회복지사들이 연달아 자살했다. 지난 1월 경기도 용인시에서 사회복지사가 투신자살한 후 석달 새 3명이 업무스트레스와 열악한 처우를 못 견디고 생을 마감했다.
영유아를 돌보는 어린이집 교사들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9일 육아정책연구소의 '표준보육료 산출연구'를 보면 지난해 기준으로 전국 어린이집 교사들의 근무시간은 일평균 9.9시간이고 한 달 월급은 150만원도 채 안 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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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숨이 턱에 차도록 버거운 일상"
지난 3월 자살한 울산의 사회복지사 안모씨는 유서에서 "하루하루 숨이 턱에 차도록 버거운 일상"이라고 썼다. 정부가 복지확대를 공언한 후 복지 관련업무가 폭증했지만 이를 담당할 인력이 부족해 사회복지사 한 명이 맡을 업무량도 급증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 자료를 보면 전국 주민센터 3474곳 중 복지직 공무원이 센터당 1~2명인 곳이 2800여 곳이나 됐다. 10곳 중 8곳은 복지직 공무원이 1~2명밖에 안 돼 인구가 많은 곳은 공무원 한 명이 5000명 정도를 담당해야 하는 것이다.
안모씨도 원래 기초생활수급자 업무만 맡았지만 점차 노인, 장애인 업무까지 맡았고 나중에는 양육수당, 학비 지원 등의 사업까지 떠맡았다. 때문에 야근과 주말 출근을 반복했고 업무 관련 상담과 문의 전화로 거의 휴식을 취할 수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사회복지행정연구회 관계자는 "올해 정부의 복지지원 대상은 994만명이지만 이를 담당할 복지직 공무원은 2만3000명 정도"라며 "정부가 사태의 심각성을 알고 복지직 공무원을 충원할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어린이집 교사, 새벽 출근에 셔틀차량 운전까지
육아정책연구소에 따르면 전국의 어린이집 307곳 중 대부분(62.9%)이 낮 7시~7시30분에 문을 여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린이집 교사들은 아이들을 맞으려면 그보다 더 빨리 나와야 하므로 실제로는 이른 새벽부터 출근하는 셈이다.
어린이집 중 63.8%는 토요일에도 아이들을 맡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대부분 간호사와 영양사, 취사원 등이 따로 없어 어린이집 교사들은 아이들의 안전사고와 영양관리, 급식까지 모두 챙기고 있었다.
심지어 어린이집 교사가 셔틀차량까지 직접 운전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육아정책연구소에 따르면 셔틀차량을 보유한 어린이집 168곳 중 운전기사를 따로 둔 곳은 84곳 밖에 안 됐다. 나머지는 원장이나 어린이집 교사가 운전하고 있었다.
육아정책연구소 관계자는 "무상보육 실시 후 서울지역 어린이집은 0세~2세 원아가 20%나 늘어나 어린이집 교사들의 업무량이 더 늘었다며 처우 개선이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현장 목소리 듣는 복지정책 필요
현장에서 복지업무를 맡고 있는 사회복지사와 어린이집 교사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관계자는 "정부는 공공·민간 복지인력을 늘리고 인건비를 올리겠다고 밝혔다"며 "그러나 단기간에 문제를 해결하려면 구조적으로 행정직 공무원을 복지직으로 전환하는 방법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사회복지사협회 관계자는 "2010년 기준으로 사회복지사의 임금은 전체 근로자 임금의 60% 정도"라며 "사회복지공제회가 사회복지사들의 생명과 신체 피해에 대한 공제까지 할 수 있도록 하고, 사회복지사의 업무와 신분, 처우 등을 체계화 한 법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어린이집 교사들의 처우 개선 역시 인력 충원에서 답을 찾는 의견이 많았다. 또 그동안 정부의 보육예산이 주로 영유아 부모를 지원하는데 초점이 맞춰졌기 때문에 어린이집을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육아정책연구소 관계자는 "어린이집 교사를 도와줄 보조 교사와 영양사 등을 충원해 업무를 나눠야 한다"며 "정부가 어린이집 지원예산을 늘리는 한편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국공립 어린이집을 확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보육진흥원 관계자는 "현장에서 복지를 담당하는 어린이집 교사의 복지수준이 낮은데 복지확대를 말하는 것이 모순"이라며 "정부가 현장에서 직접 복지업무를 담당하는 분들의 의견을 듣고 처우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