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기자] 중국의 소비자 물가가 식품 가격 상승으로 예상보다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 다만 여전히 정부의 목표치에는 못 미쳐 경기 부양책 사용 여지를 높였다.
여기에 생산자 물가가 14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간 점도 취약한 경제 회복에 대한 우려를 고조시키며 경기 부양 전망을 뒷받침했다.
◇중국 4월 CPI 2.4%↑..식품 가격 상승 영향
9일 중국 국가통계국은 4월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같은 기간보다 2.4%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사전 전망치였던 2.3%와 전월의 2.1% 상승을 모두 웃도는 결과다. 다만 정부의 연간 물가 목표치인 3.5%는 여전히 하회했다.
이 달 물가 상승을 이끈 것은 식품 가격이었다.
식품 가격은 전년 동기대비 4.0% 상승했다. 그 중에서도 채소 가격이 전달보다 5.9% 올랐다. 전달에 비해서는 11.2%나 급등했다.
국가통계국은 "통상적으로 4월달 채소 가격은 전달보다 하락하며 안정세를 보이만 올해에는 예년보다 낮았던 온도 탓에 정상적인 수급이 어려워 가격이 올랐다"고 설명했다.
◇중국 물가지수 추이(자료=중국 국가통계국, 뉴스토마토)
함께 발표된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 동기대비 2.6% 하락했다.
전달의 마이너스(-) 1.9%와 예상치 -2.3%를 모두 하회하는 것으로 작년 3월 이후 14개월 연속 하락이다. 2002년 이후 가장 긴 내림세기도 하다.
글로벌 원자재 가격 하락과 유휴 생산 시설의 증가가 생산자 물가를 끌어내린 것으로 분석됐다.
제조업체에 대한 수요 감소로 생산 능력 과잉 현상이 초래됐고, 이는 기업의 이윤까지 갉아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가 상승 압력 완화..정책 여지 커져"
지난달의 물가 지표는 중국 정부가 통화 완화에 나설 것이란 전망에 보다 많은 힘을 실어줬다.
앞서 발표된 1분기의 경제성장률이 예상에 못 미치며 부양책 사용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물가까지 안정적 수준에 머물러 정부의 선택권을 넓혀줬다는 설명이다.
특히 이달 물가 상승의 원인으로 지목된 식품 가격은 2월 고점에 비해 안정적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PPI 하락 속도를 감안하더라도 충분히 통제 가능한 수준이란 것이다.
루팅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단기적 성장 모멘텀이 예상보다 약하다"며 "이는 물가 상승 압력도 완화시켰다"고 진단했다.
또 "중국의 낮은 물가상승률은 경기 부양을 위한 통화정책과 재정정책 사용 여지를 높여줬다"고 그는 덧붙였다.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졌다는 평가다.
주하이빈 JP모건체이스 수석이코노미스트 역시 "상대적으로 낮은 물가는 정부의 움직임을 더욱 빠르게 할 것"이라며 "원자재 가격 개혁이 가장 먼저 이뤄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자오하오 ANZ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물가는 기저 효과 등의 영향으로 5월에는 3% 안팍을 기록할 것"이라면서도 "중국 경제의 회복세가 여전히 취약한 만큼 통화 정책의 조절 여지는 충분하다"고 언급했다.
반면 물가가 상승세를 이어간다면 정책 기조가 긴축으로 선회할 수 있다는 시각도 전해졌다.
장즈웨이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물가 상승 추세가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점차 통화 완화 정책 사용을 어렵게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시장의 관심은 오는 13일 발표되는 4월의 산업생산과 소매판매, 고정자산투자에 모아지고 있다.
이들 지표가 예상보다 부진할 경우 통화 완화에 대한 전망은 보다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내 20개 주요 금융기관과 연구소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산업생산은 전달보다 0.7%포인트 증가한 9.6%를, 소매판매는 0.2%포인트 높아진 12.8%를 기록할 것으로 나타났다. 고정자산투자는 20.8% 증가로 전월보다 0.1%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예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