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초점)남양유업 사태의 본질은 '밀어내기'

입력 : 2013-05-09 오후 7:50:10
[뉴스토마토 정해훈기자] 앵커: 대리점을 대상으로 한 불공정행위로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는 남양유업이 결국 고개를 숙였습니다. 계속되는 여론의 비난에 불매운동까지 벌어지면서 대국민 사과에 나섰습니다. 이번 사태로 본 유통업계의 고질적 문제를 유통팀 정해훈 기자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정기자 안녕하세요?
 
영업사원의 막말이 인터넷에 공개되면서 논란을 일으켰던 남양유업이 사죄의 뜻을 밝히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어떤 내용인가요?
 
기자: 오늘 남양유업은 대국민 사과를 발표하고 그동안 대리점에 행해졌던 무리한 밀어내기 행위를 인정했습니다.
 
김웅 대표이사는 대리점피해자협의회를 대상으로 제기했던 명예훼손 등의 경찰 고발을 모두 취하하고 현재 진행 중인 검찰과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대리점 인센티브와 거래처 영업활동 지원을 2배로 늘려 연간 500억원 규모의 상생기금을 마련하고 대리점 자녀 장학금 지원제도를 신설할 예정입니다.
 
특히 이번에 문제가 됐던 밀어내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공동 목표를 수립하고 원하지 않는 물품을 반송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해 도입할 방침입니다.
 
앵커: 검찰과 공정거래위원회가 동시에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혐의가 있는지 짚어주시죠.
 
기자: 남양유업의 물품 공급은 대리점주들이 회사가 관리하는 전산 프로그램에 물품명과 수량을 입력하면 물류센터에서 대리점으로 배송하는 형태로 이뤄집니다.
 
하지만 일부 대리점에서는 다음날 또는 2일 후 입력했던 것과 전혀 다른 품목이 배송되거나 훨씬 많은 수량의 물품이 배송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더구나 협의회는 명절이나 직원들의 퇴직 또는 인사이동, 직원들의 경조사가 있으면 떡값, 전별금, 하례금 등 명목으로 금품을 상납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사실은 남양유업 직원의 증언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에 지난 1월30일 대리점피해자협의회는 공정위에 본사를 고발했고 이후 4월2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참여연대 등과 함께 서울중앙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했습니다.
 
고소장이 접수된 지 약 한달 후인 이번달 3일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는 남양유업 본사에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서버 등의 자료를 확보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영업담당 사원이 한 대리점주에게 욕설이 포함된 폭언을 한 음성파일이 인터넷에 공개되면서 파문은 일파만파로 번지게 됐습니다.
 
앵커: 남양유업의 밀어내기 행위가 정말 심각하군요. 하지만 비단 남양유업만의 문제가 아닌 것 같은데 다른 사례가 있나요?
 
기자: 이번 남양유업 사태가 불거지면서 그동안 '을'의 입장에서 피해를 입었다는 주장이 연이어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7일에는 국회경제민주화포럼과 참여연대, 민변 등이 주최하고 이종걸 의원실이 주관한 피해사례 발표회가 열렸는데요, 이날 남양유업을 비롯해 CJ대한통운, 크라운베이커리, 농심 등 각각 본사의 횡포를 고발하는 의견이 쏟아졌습니다.
 
전 CJ대한통운 수탁인은 본사가 화물운임 지급을 거부하고 소송을 제기해 제3자의 채무에 관한 연대보증 책임을 요구하고 계약서에 없는 감가상각비 명목의 차량할부금과 주유비까지 청구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크라운베이커리 점주는 본사가 일방적으로 주문시간을 변경해 예측 주문할 수밖에 없고 이 때문에 매출에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다고 불만을 표출했습니다.
 
라면업계 1위인 농심은 매출 목표를 강제로 부과하는 전형적인 밀어내기 수법이 자행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앵커: 남양유업뿐만 아니라 업계 전반에서 다양한 사례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의 원인은 무엇이고 해결해야할 방안은 어떤게 있을까요?
 
기자: 무엇보다도 업계에서의 과도한 매출 경쟁이 이번 문제의 원인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각 대리점을 관리하는 영업담당자도 한편으로는 본사의 '을'에 불과한데요, 목표를 맞추려는 무리한 시도가 이러한 사태를 몰고 온 것으로 보입니다. 매출에 영향을 받은 본사 측도 이를 인지하고도 묵인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무조건적인 성장 위주의 운영을 지양해야 하고 본사가 대리점주의 의견을 실질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다시 남양유업의 문제로 돌아와서요, 본사의 대국민 사과 이후 피해 당사자인 대리점주들의 입장은 어떤가요?
 
기자: 오늘 오전에 남양유업의 기자회견이 열린 데 이어 오후에는 대리점피해자협의회를 비롯해 참여연대, 전국유통상인회 등 시민단체가 모여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협의회 측은 남양유업의 대국민 사과가 진정성이 부족하다고 비판했고요 전 국민을 상대로 한 '쇼'라고까지 표현했습니다.
 
그러면서 밀어내기, 떡값 요구 등 불법적 행위에 대한 사죄와 함께 전국 대리점주에 실질적인 사과가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이번 사태에 대한 재발 방지를 위한 대리점협의회의 단체 교섭권, 피해 대리점의 구체적 손해배상 협의를 요구했습니다.
 
특히 이날 회견에 동참한 편의점협의회는 전국적으로 남양유업 제품의 불매운동을 확대한다고 발표했고요 민변은 피해 점주들의 의견을 모
 
아 추가적인 민사, 형사 소송을 계획 중이라고 밝혀 앞으로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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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