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준영기자] 대기업으로부터의 납품단가 인상이 현실화된 중견기업이 7.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달 직원 300인 이상 1000명 미만의 중견기업 104개사에 '중견기업 경영상황 파악을 위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납품단가가 지난해보다 오른 중견기업은 7.4%에 그쳤다.
반면 납품단가가 '인하'된 중견기업은 33.8%로, 무려 5배에 이르렀다. 납품단가 후려치기에 대한 경종이 울리면서 실상이 나아지길 기대했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특히 이들 중견기업이 대부분 1차 벤더에 위치하고 있어 2, 3차 중소 하청업체의 경영애로는 더욱 클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와 비교해 납품단가가 '변동없다'는 응답은 38.2%, '아직 납품단가가 결정되지 않았다'는 비율은 20.6%였다.
종사자 규모별로 보면 500명 이상 규모 중견기업은 납품단가 인상 비율이 8.3%, 인하 비율이 27.8%로 조사됐다. 300~500명 미만 기업의 경우 납품단가 인상 비율은 6.3%, 인하 비율은 40.6%로 보다 규모가 작을수록 대기업으로부터 인하 압력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수출 기업일수록 내수 기업에 비해 납품단가에 따른 고통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내수 중견기업은 '납품단가 인하' 응답이 42.9%로 절반에 달한 반면 수출 기업의 경우 31.5%로 평균(33.8%)보다 낮게 나타났다. 수출 기업의 9.3%가 납품단가가 인상됐다고 답했지만 내수기업은 단 한 곳도 인상되지 않았다.
경제민주화 광풍이 불면서 동반성장이 구체적 의제로 제기됐지만 체감도는 높지 않았다. 무려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견기업의 절반 이상(57.3%)이 '대기업의 동반성장 문화가 개선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다만 매출적 측면에서는 타격이 크지 않아 위로가 됐다. 중견기업 10곳 중 7곳(66.3%)이 '최근 매출액이 증가하거나 큰 변동 없이' 운영되는 반면 3곳(31.7%)은 최근 엔저현상 등 '환율하락으로 매출이 감소했다'고 답했다.
중견기업 10곳 중 9곳은 대내외적 어려운 경영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원가절감'(91.9%)을 위한 모든 수단을 강구한다고 답했다.
조유현 중소기업중앙회 정책개발본부장은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경영상황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기업 규모에 따라 체감경기, 경영여건, 정책평가 등에서 차이를 보였다"며 "중견기업에게도 동반성장은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