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대통령 추모문화제, 흥겨운 분위기 속 막 내려

문재인 "착실히 준비해 5년 뒤에 반드시 정권 교체 이루자"

입력 : 2013-05-19 오후 11:42:15
[뉴스토마토 한광범기자] 고(故) 노무현 대통령 서거 4주기 서울추모문화제가 19일 서울광장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5만여명의 시민이 참석해 밤늦게까지 자리를 지켰다. 문재인 의원을 비롯한 국회의원들이 시민들 앞에서 '강제로' 춤을 추었고, 공연 중간에 정치인들도 신나는 노래에 맞춰 몸을 흔드는 등 이날 행사는 비교적 흥겨운 분위기가 연출됐다.
 
노무현재단과 정봉주와 미래권력들 등이 공동으로 주최한 이번 추모문화제는 오후 2시부터 진행된 시민참여행사와 저녁 6시30분부터 진행된 추모 공연으로 진행됐다. 시민참여행사에는 '봉하장터'·'픽셀 아트를 통한 노 대통령 얼굴 그리기'·'노무현 다시 만나기' 등의 행사가 펼쳐졌다.
 
◇한 시민이 19일 서울광장에서 故 노무현 대통령의 모습이 담긴 현수막을 휴대폰을 이용해 촬영하고 있다.(사진=한광범 기자)
 
저녁에 진행된 추모 공연은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으로 시작됐다.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정봉주 전 의원이 진행한 '힐링 토크'였다.
 
이들은 "정치권의 양대 구라(입담꾼)를 모셔놓고 20분밖에 안줘서 빈정상해 재미없게 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도 20여분 동안 5만여 관객을 웃음으로 사로잡았다.
 
정봉주 전 의원은 "뜨는 해 정봉주와 이미 진 해 유시민"이라고 웃음 선공을 날리면서도 "유 전 장관의 책인 '어떻게 살 것인가'는 20만부가 팔린 반면, 내 책 '대한민국 진화론'은 2만부가 팔렸다"며 유 전 장관을 띄웠다.
 
그러면서도 "과거 국회의원 시절에 유 전 장관과 같이 다니면 나한테 '비서관'이냐는 소리를 들었는데, 요즘엔 둘이 같이 다니면 유 전 장관이 '연예인과 같이 다닌다'는 소리를 듣는다"며 '깔때기'를 잊지 않았다.
 
이에 유 전 장관은 "해는 지면 다시 뜬다"고 응수했다. 이어 "제가 이런 말 했다고 기자 여러분이 '정계 복귀 시사'로 쓰지는 말아달라"고 웃으며 당부하기도 했다.
 
◇故 노무현 대통령 서거 4주기 서울추모문화제에서 시민들이 유시민·정봉주 전 의원의 '힐링 토크'를 관람하고 있다.(사진=한광범 기자)
 
이들은 또 시민들에 대한 당부와 자신의 포부를 밝혔다.
 
유 전 장관은 "문재인 의원이 무대 앞에 앉아있는데, 다음에 이기면 된다. 대한민국은 앞으로 가고 있다"며 "노 전 대통령이 꿈꾸던 사람 사는 세상 꼭 만들자. 그 꿈을 위해 똑바로 살 것"이라고 다짐했다.
 
정 전 의원은 "좌절이나 멘붕 따위의 사치스러운 말은 하지말고 잘살자"며 "잘 사는 모습을 저들에게 보여야 저들의 간담이 서늘해지고 노 전 대통령도 기분 좋아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수들의 공연과 힐링토크가 끝난 후 참석한 정치인들에 대한 소개가 이어질 때 마이크를 잡은 문재인 의원도 조심스럽게 소감을 밝혔다.
 
문 의원은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이 정치를 바꿔야 한다. 제가 정치에 뛰어든 것은 그걸 실현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뜻을 이루지 못해 죄송하다. 노 전 대통령께도 죄송한 심정으로 4주기를 맞았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이어 "강물이 바다를 포기하지 않듯이 노 전 대통령의 꿈인 '사람사는 세상'의 꿈도 내려놓을 수 없다"며 "5년을 더 기다려야하지만, 착실히 준비해 5년 뒤엔 반드시 이루자"고 정권 교체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문재인 의원을 비롯한 정치인들이 서울광장에서 故 노무현 대통령 서거 4주기 서울추모문화제를 관람하고 있다.(사진=한광범 기자)
 
이날 추모 공연에 참석한 가수들과 여러 인사들도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그리움을 나타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세월이 많이 흘렀지만 잊을 수 없다, 세월이 갈 수록, 절망이 깊을 수록 더 그리워지는 사람이 있다. 노 전 대통령, 바로 그 분"이라며 "세월이 흘렀어도 그 분이 그리운 것은 그 분이 바라던 '사람 사는 세상'이 아직 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병완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노빠 여러분, 안녕하세요"라는 말로 인사말을 시작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의 5주기, 7주기에는 그분을 그리워하지 않는 세상이 되는 게 그분의 뜻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추모 공연에 참석해 준 가수들에 대한 고마움을 표했다. 그는 "아티스트들이 여기 오는 것은 쉽지 않은 용기가 필요하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가수 조관우 씨는 "이 시기가 되면 마음이 무겁다. 가까운 사촌 형님이 하늘에 계신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내가 처음 '하얀 나비'를 선곡한 것은 노 전 대통령의 영정사진에 하얀 나비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고백했다.
 
가수 이승환 씨는 "40대의 제 꿈은 정의로운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말을 평소에 잘 못했다"며 "그러나 그 분의 길을 보고 배웠고, 그 분의 눈길을 보고 느꼈다. 그래서 이제 정의로운 것에 대해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이날 추모식에 참석한 직후 몇몇 시민들로부터 면박을 받았다. 그는 행사장을 둘러보며 시민들과 악수를 하기도 했으나, 일부 시민들이 "왜 왔느냐"며 거칠게 항의하며 수행원들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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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광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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