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재욱기자] 임건우 보해양조 전 회장(66)은 보해저축은행 '영업정지 유예' 청탁과 관련해 박지원 민주당 의원에게 "3000만원을 건넸다"고 진술했다.
보해저축은행의 대주주인 임 전 회장은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이정석) 심리로 열린 박 의원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2011년 3월9일 오문철 보해저축은행 대표와 함께 국회 원내대표실을 찾아가 (당시) 박지원 원내대표에게 3000만원을 건넸다"고 밝혔다.
임 전 회장이 "원내대표실을 찾아가기 전 오 대표로부터 화장실에서 3000만원을 받았다"고 진술하자, 검찰은 오전에 열린 오 대표에 대한 증인 신문에서 시연한 돈봉투를 직접 임 회장의 겨울 코드에 넣는 장면을 재차 연출했다.
임 회장은 이 과정에서 코트를 직접 들어보이며 "오 대표가 (자신의 왼손에 들고 있던) 코트 바깥 주머니에 봉투를 넣으며 '제가 준비했다'고 말했다"며 "직감적으로 돈 봉투란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박 대표를 찾아가 보해저축은행 영업정지 유예와 관련해 부탁을 하자, (박 의원이) 그 자리에서 김석동 금융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보해저축은행 경영정상화를 위해 영업정지 연기를 부탁했다"고 발언했다.
이어 "김 위원장이 긍정적인 답변을 했는지, 박 대표가 '한달 동안 진행 잘 해보라'라고 말해줘서 상당히 고마웠다"고 말했다.
그는 "통화가 끝난 뒤 오 대표가 전화 통화를 위해 자리를 떴고, 원내대표실에는 박 대표와 단 둘이 앉아 있었다"며 "처음 돈을 건네니 박 대표가 거절하는 바람에 돈을 대표실 테이블 위에 올려 놓고 나왔다"고 말했다.
임 전 회장의 검찰 조사 조서를 보면 "박 의원에게 돈을 건네지 않았다"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지만, 공판에서 진술을 번복한 것이다.
임 전 회장은 "박 대표가 회사가 어려울 때 우호적으로 협조했기 때문에 피해를 줘선 안된다고 생각했다"며 "그러나 검찰에 진술한 3000만원의 사용처가 거짓으로 탄로나면서 사실을 말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박 의원의 변호인 측은 임 전 회장에게 "이 사건과 관련해 40여일 간 조사를 받았고, 추가로 기소될 수 있다는 걱정에 심신이 지친 상태였다"며 "동생인 임성우 보해양조 회장의 회유로 임 전 회장이 거짓 진술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지만, 임 전 회장은 "사실을 말하고 있다"고 답했다.
박 의원 측은 즉각 보도자료를 내고 "오 대표와 임 전 회장이 박 대표를 만났을 때 '김 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었다'는 시점에 김 위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검찰은 재판과정에서 돈다발을 '바깥주머니'에 넣는 모습을 연출했는데, 처음에는 '안주머니'라고 주장하다가 들어가지 않는 것을 인정하고 말을 바꾼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검찰은 박 의원을 2011년 3월9일 임 전 회장으로부터 "금융위원회의 경영평가위원회 개최를 연기해 보해저축은행 영업정지 결정을 미뤄달라"는 청탁을 받고 3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했다.
박 의원은 이와 함께 2010년 6월 오 대표를 만나 '보해저축은행에 대한 수원지검의 수사를 무마해달라'는 청탁을 받고 30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2008년 3월 목포시에 있는 모 호텔 부근 길에서 비서관을 통해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불법정치자금 2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도 함께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