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②STX사태로 협력사 줄도산.."현장 지원 시급"

자재 없어 일주일에 4일씩 휴무..잔업·특근도 없어
협력사 "채권단, 회사채 상환보다 현장지원 초점 맞춰야"

입력 : 2013-05-21 오후 4:12:54
[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STX 창립 이래 일주일에 4일씩 쉬는 건 요즘이 처음이다. 요즘은 퇴근 후 잔업은 물론 휴일 근무도 없다. 현장에 필요한 자재가 들어오지 못해 일손을 놓고 있다."
 
경남 창원 STX조선해양(067250) 내에 위치한 사내협력사 대표 A씨의 하소연이다. 최근 STX(011810)그룹이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벌어진 일이다. 유동성 위기가 고조된 한달 전쯤부터는 공장 가동률이 평소의 60%까지 떨어졌다.
 
지난달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지원한 6000억원 중 회사채를 상환하고 남은 1500억원은 그동안 밀려있던 자재대금과 인건비로 이미 바닥난 지 오래다.
 
현재 협력사들이 추정하는 긴급 자금만 5000억원 가량. 이중 3000억원은 자재비로, 2000억원은 1~2달 가량의 운영자금으로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A씨는 "불이 났는데 소방관들이 불을 끌 생각은 안하고 불이 왜 났는지 조사만 한달째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회사채 상환도 중요하지만 수주물량을 생산할 수 있도록 현장 지원이 가장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배를 만들어야 선박 대금이 들어오고 그래야 채권 회수 기간도 단축될 수 있다"며 "채권단이 운영의 묘를 살려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STX가 유동성 부족으로 자재 대금 등을 지급하지 못해 협력사들의 공정률이 60%까지 떨어지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사진=뉴스토마토 자료)
 
현재 STX조선해양과 STX중공업(071970), STX엔진(077970)이 있는 경남 창원에는 STX 관련 고용인원만 6만여명이 넘는다. 그 중 STX조선해양의 사내 협력업체만 76곳, 전체 협력업체를 아우르면 1400여개에 달한다.
 
STX 사태가 심화되면서 이들 중 일부 협력업체들은 임금을 3~4개월씩 지급받지 못한 곳도 있다. 사내협력사도 임금이 며칠씩 지연되기 일쑤다.
 
근로자들 사기도 바닥이다.
 
다들 회사가 정상화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일선 노동현장을 지키고는 있지만 실력을 인정받는 일부 숙련공들은 경쟁사로 이직하기도 했다. 다만 조선 경기가 전체적으로 침체돼 있어 이직률이 1~2% 미만이라는 것이 위안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오후 5시 퇴근시간이 지나면 STX조선해양 주변은 고요해진다. 주변의 일부 협력사 근로자들만 잔업을 하고 대부분은 80여대의 통근 버스를 타고 부산, 진해, 마산 등으로 일제히 빠져나간다.
 
STX 협력사들은 현장 지원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조속한 경영정상화를 위해서는 현장부터 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잔량이 2년치에 달하기 때문에 배를 만들기만 하면 선박대금을 받아 유동성을 확보하고 정상화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다.
 
세계 4위 조선소라는 자부심도 여전했다.
 
약 30만평 규모의 조선소에서 연간 6조원의 매출을 올려 단위면적당 생산량이 세계 최고 수준이고, 선박 진수기간도 가장 짧아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조선소가 쉬는 날은 설 연휴 4일, 여름휴가 5일, 추석 4일, 연말 연초 각 하루씩을 포함 1년 365일 중 15일에 불과했다. 일주일에 4일씩 일손을 놓아야 하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최근에는 경상남도와 창원시도 STX 살리기에 나섰다. 그만큼 STX가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상당하다는 반증이다.
 
경남도는 도내 협력업체 긴급 경영안정자금으로 300억원을 지원하고 지방세, 재산세, 부가세 등 각종 세금 납부 기간을 연장했다.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100억원 규모의 특례보증도 실시한다. 가능한 한 모든 행정적인 지원은 아끼지 않겠다는 게 경남도의 방침이다.
 
STX조선해양 협력사 관계자는 "채권단이 현장은 무시한 채 회사채 상환에만 급급해 하고 있다"며 "수백억 단위의 선박 건조가 지연될수록 지연배상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대외신인도는 하락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회사 정상화에 어떤 것이 더 도움이 되는지 장기적 안목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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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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