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염현석기자] 국내 정유업계가 국제유가 하락과 내수 경유판매 부진 등 '이중고'에 시름하고 있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정제 마진이 줄고 있는 가운데 전체 매출의 40%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내수 판매마저 급감하고 있어 마땅한 활로가 보이질 않는다는 게 업계의 토로다.
특히 내수 판매 비중이 가장 높은 경유의 경우 1분기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평균 12% 급락할 정도다.
SK이노베이션(096770)은 지난 1분기 1조4646억원의 국내 경유 판매실적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15% 감소한 수치다.
S-Oil(010950) 역시 같은 기간 9.3% 줄어든 8274억원의 국내 경유 판매실적을 보였다.
업계는 지난해 3월 석유전자상거래를 통해 수입 경유가 유입되고 각종 세금 혜택이 더해져 수입 경유 비중이 국내 경유시장에서 10%까지 늘면서 국내 정유사들이 직접적 타격을 입은 것으로 분석했다.
여기에다 지난해 2분기 평균 리터당 995원하던 경유 공급가격이 국제유가 하락으로 4월 이후 현재까지 리터당 평균 928원으로 하락하면서 수익성은 크게 악화됐다.
국내 대형 정유사 관계자는 "정부가 수입 경유에 리터당 50원가량의 혜택을 제공해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면서 국내 경유 재고량이 늘었다"며 "7월부터 수입 경유에 대한 세제 혜택이 일부 없어지고 정유사들이 석유전자상거래에 참여하면 경유 판매가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유업계는 내수 부진보다 국제유가 하락세를 더욱 심각한 문제로 보고 있다. 국제유가가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 탓에 5월 들어 100달러까지 하락하는 등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
유영국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는 정유업계 전통적인 비수기로 국제유가 또한 하락하는 시기"라며 "중국의 경제성장률 둔화 우려 등으로 국제유가 상승 요인이 크지 않아 지금보다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2분기 국제유가가 배럴당 94달러까지 하락하면서 SK이노베이션과 S-Oil 등 국내 정유사들은 석유사업 부문을 중심으로 큰 폭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사상 최악의 실적을 기록하며 어닝쇼크를 보였던 악몽이 떠오를 법하다는 얘기다.
당시 SK이노베이션과 S-Oil의 영업손실액은 각각 1054억원, 1612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4분기 역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5달러까지 하락해 재고평가손해가 커지면서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유사들의 수익구조에서 석유사업 부문은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등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6월까지 국제유가가 회복되지 않는다면 실적에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수출 전략에 대해서도 "유럽은 영국을 중심으로 브렌트유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고, 미국을 중심으로는 WTI유가 장악하는 등 대륙별 진입장벽이 높아 여의치 않다"며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호주, 남미 등 수출 지역을 다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