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기자] 대리점주의 자살, 과도한 밀어내기 등 대기업의 횡포가 사회적인 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그동안 '을'의 처지에 있던 중소상인들이 전국적으로 힘을 모으기로 했다.
2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전국중소상공인·자영업자 살리기 비상대책협의회(전국 '을' 살리기 비상대책협의회) 발족식이 진행됐다.
이번에 출범한 비상대책협의회는 전국유통상인연합회, 전국편의점가맹점사업자단체협의회, 농심특약점협의회, 남양유업대리점협의회, 배상면주가대리점협의회, 한국지엠대리점연합회 등 총 50여개의 단체로 구성됐다.
인태연 전국유통상인연합회 회장은 "남양유업 대리점의 횡포와 폭력, 편의점의 가맹점 불공정 약관 등 실제 현장에서는 경제민주화를 역행하는 행위가 만연해 있는 것이 드러났다"며 "단순히 재벌의 탐욕에 맞서 싸우는 것이 아니라 죽어가는 중소상인들에 용기를 주기 위해 모였다"고 말했다.
또한 이창섭 남양유업대리점협의회장과 방경수 전국편의점가맹점사업자단체협의회장, 방기홍 전국문구·학습준비물생산유통인협회장, 박종석 공덕시장상인회장 등이 참석해 피해사례를 전했다.
특히 이날 발족식에서 협의회는 중소상인 살리기 8대 입법 요구를 포함한 10대 요구안을 발표했다.
우선 정부와 국회, 대기업 본사들은 최근 일어났던 사태들을 즉시 해결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정부는 중소기업·중소상공인부를 설치하고 각 정당은 상설기구로 중소상공인·자영업자 위원회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일명 '남양유업방지법'이라 불리는 대리점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가맹사업거래의공정화에 관한 법률, 중소상인 적합업종 보호에 관한 특별법,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등 8개 법안을 입법할 것을 촉구했다.
앞으로 협의회는 10대 요구 실현을 위해 정당과 소비자단체, 시민단체와 함께 600만 중소상인을 대상으로 서명운동을 펼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민변, 참여연대, 경제민주화국민본부와 협력해 불공정·갑의횡포 피해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정당, 서울시 등의 신고센터와 연계한 온·오프라인 활동에 나선다.
이달 중 지역별 서명운동본부 발족, 불공정 실태조사, 공정거래위원장과 동반성장위원장 면담 요구, 약탈적 갑을제품 불매운동, 대형마트 안가기 운동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특히 다음달 9일 중소상인 살리기 입법촉구 전국상인대회를 개최하는 등 임시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이같은 중소상인들의 대대적인 움직임에 그동안 식품·유통업계에 만연했던 불공정행위가 개선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절대적인 '갑'의 위치에 군림해왔던 대기업에서도 어떠한 대안을 마련하고 상생에 나설지도 주목된다.
한편,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남양유업 본사와 대리점협의회 간의 1차 단체교섭이 열렸다.
협의회는 불공정거래 행위의 사과와 함께 상품 강매, 부당한 판매목표 부과, 전산 발주시스템 등을 개선하는 요구안을 전달했다.
이날 양측의 교섭은 입장 차를 확인하는 선에서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2차 단체교섭은 오는 24일 열릴 예정이다.
◇2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전국중소상공인·자영업자 살리기 비상대책협의회 발족식이 열린 가운데 이창섭(왼쪽 두번째) 남양유업대리점협의회장이 피해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정해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