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취임한 후 야심차게 마련한 첫 작품인 성장사다리펀드의 성공 여부는 투자할 만한 기업이 있느냐에 따라 결정될 예정이다.
신제윤 위원장은 22일 오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벤처·중소기업 창업·성장 생태계 조성을 위한 현장 목소리를 듣기 위해 간담회를 가졌다.
신용보증기금·산업은행·
기업은행(024110) 등 7개 기관의 정책금융 기관장과 국민·우리·신한·하나·농협·외환은행 등 6개 은행장과 은행연합회장·금융투자협회장·벤처캐피탈협회장, 중소기업인, 예비 창업자, 벤처캐피탈리스트 등도 참석했다.
그간 투자에 대한 위험을 벤처투자가 감수해야하는 구조 탓에 외면당한 점을 고려해 이번에는 고위험·고수익은 정책금융이, 저위험·저수익은 민간투자자가 운영하는 방식으로 정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성장사다리펀드의 목적대로 투자가 활성화될지 여부는 투자할 만한 기업이 있냐에 달려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신제윤 위원장은 "성장사다리펀드를 1개년에 2조원, 3개년에는 6조까지 지원한다고 했는데 무작정 지원할 수는 없다"며 "분명히 옥석을 가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신 위원장은 "걱정은 6조을 지원 받을 자격이 있는 벤처기업들이 있느냐는 것"이라며 "기업 선정을 잘 하느냐가 굉장히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이는 공무원이나 정책금융기관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벤처캐피탈을 비롯한 투자업계에서 적극적으로 아이디어와 상업성이 있는 기업을 발굴하는데 더 노력해 달라"며 "필요하면 이에 대한 지원책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박종수 금융투자협회은 "3개년에 6조원을 지원하려면 벤처기업들이 많아야 한다"며 "현재는 벤처기업이 100개 정도라고 하던데 한 회사에 100억만 해도 1조원 밖에 안된다"면서 벤처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내비쳤다.
홍기택 산업은행장도 "기업 대출을 위해서 자본을 많이 조성했는데 실절적으로 얼마나 가치 있는 벤처기업에 지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박병원 은행연합회장은 "1년 전부터 청년창업재단에 5000억원을 출연하기로 해서 본격적으로 스타트업 지원을 하고 있는데 생각보다 좋은 투자처를 찾기 어렵다"며 "청년창업 지원과 네트워킹하느 인프라 구축해서 좀 더 준비된 창업을 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22일 오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벤처·중소기업 창업·성장 생태계 조성을 위한 현장 목소리를 듣기 위해 간담회를 가졌다. (사진제공=금융위원회)
아울러 이종갑 벤처캐피탈 협회장은 벤처기업의 애로사항을 전했다.
이 회장은 "은행·보험·증권 등 금융권에서 벤처 투자를 더 많이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10년 전에는 은행권에서 벤처기업이나 창투사를 통한 투자에 30%의 소득 공제를 해줬는데 지금은 없다"며 세제 혜택을 건의했다.
그는 "2013년 회계년도부터 국제회계기준(IFRS)가 적용되는데 벤처 쪽은 투자 시점부터 2~3년은 투자가치를 제대로 반영하기 어려워 장부상에는 손실로 나타난다"며 "IFRS 적용기간을 3~4년 정도 유예해주면 좋겠다"는 뜻도 밝혔다.
질의 응답 시간에는 한 모바일 디지털 콘텐츠 대표가 "과거에는 제조·기술 기반이 주를 이룰 때는 특허 등이 주요했다"면서 "최근에는 문화산업 쪽으로 넘어오면서 저작권·디자인 등록 등에 대한 표준화된 평가 지표가 마련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조준희 기업은행장은 "자원이 없는 나라에서 문화콘텐츠 사업이 미래 먹거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조 행장은 이어 "지난해 1월부터 문화콘텐츠를 하는데 매년 1500억씩 3년간 4500억을 지원하겠다고 했고 현재 3700억이 집행됐다"며 "평가를 위해 각 부문별로 대한민국의 유수한 교수 45명이 자문위원으로 있다"고 소개했다.
김정국 기술보증기금 이사장은 "그간 디자인 평가 등에 많은 노력을 했는데 객관적인 평가 지표를 만든다는 게 쉽지가 않았다"며 "현재 문화 문화콘텐츠를 평가하는 새로운 시스템을 개발 중인데 곧 완성될 것"이라고 답했다.
신제윤 위원장은 "지적재산 평가 시스템이 잘 가동 안된다는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데 그럴 때마다 은행장들은 잘 되고 있다고 한다"며 "지속적으로 지적이 나온다는 건 문제가 있다는 것이므로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신 위원장은 "창업 하려는 분들과 창업하지 않은 분들 모두 성장사다리펀드를 통해 어려움을 해결하고 희망을 가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벤처와 기업을 잘 모르기 때문에 성장사다리펀드를 만들면서 어려움이 있었다"면서 "현장에 계신 분들이 금융위에 의견을 두면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