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정부가 중장기 에너지 정책의 근간이 되는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 수립 작업에 착수한 가운데 '9.15정전' 사태 이후 되풀이 되는 블랙아웃(대정전) 우려를 불식시킬 대안으로 태양광 발전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태양광발전은 원자력과 화력 발전에 비해 건설 기간이 짧을 뿐만 아니라 발전소 건설시 치르는 사회적 갈등 비용이 낮아 대체 전원으로 적합하다는 주장이다.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태양광 발전 확대보급이 필요성과 지원방안'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최대 전력 수요를 분산시킬 수 있는 대안으로 태양광 발전을 꼽으며 보급 확대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전력피크 타임과 태양광 발전의 전력 생산 시간이 맞물려 최대 전력 수요 분산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세계 최대 태양광 시장으로 꼽히는 독일의 경우 태양광 발전을 통해 피크타임 전력 수요를 잘 관리한 모범사례로 꼽힌다.
독일은 일조량이 우리나라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지만, 발전 규모는 26배를 웃돈다. 피크타임 전력 수요를 태양광 발전으로 충당하기 위해 태양광 발전에 큰 공을 들인 것이다.
그 결과 독일의 태양광 발전은 지난 2007년 3.1테라와트시(TWh·100만㎾급 원자력발전소 3500기가 시간당 생산하는 전력량)에서 지난 2011년 18.5TWh로 비약적으로 성장하며 오전 피크 시간의 전력 가격을 40%나 낮출 수 있었다.
김정인 중앙대 산업경제학과 교수는 "피크타임에 전력을 생산하는 태양광 발전은 원자력이나 석탄 등을 이용해 24시간 연속 운전하는 기저발전을 보완할 수 있다"면서 "분산전원을 통해 상시 전력공급체제를 갖추는 것은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필수"라고 강조했다.
소규모 투자를 통해 최대 전력수급 문제를 빠르게 해결할 수 있다는 점도 태양광 발전의 이점으로 지목됐다.
대규모 시설인 원자력과 화력 발전소는 각각 8년과 5년 가량의 공사기간이 소요된다. 특히 지역 주민들의 극심한 반발을 살 경우, 공사 지연은 물론 사회적 갈등 비용도 만만치 않아 신규 발전소의 건립 자체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반면 태양광 발전소는 이러한 부담에서 자유로운 편이다. 소규모 투자로 6개월 가량만 공사를 진행하면 전력수급이 가능하다. 원전처럼 안전 리스크가 없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 갈등 부담이 적은 점이 장점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다.
박용신 환경정의 사무처장은 "태양광의 가장 큰 장점은 짧은 시간 안에 전력 수급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라면서 "불확실한 원전이나 화력보다 태양광을 통해 피크전력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태양광 업계를 위해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국자중 한국태양광산업협회 부회장은 "금융업계가 태양광 산업을 부정적으로 보면서 대출 문턱이 극도로 높아진 상황"이라면서 "업황 침체에 자금줄마저 막히면서 기업들은 그야말로 고사상태에 놓여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태양광 발전사업의 경우 개발비용의 70% 이상이 프로젝트 파이낸싱으로 조달돼야 하는데 금융권의 벽에 가로막혀 중소기업과 대기업 가릴 것 없이 사업 진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설명이다.
대기업들은 사정이 그나마 나아 해외 금융기관을 통해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하고 있지만, 중소기업은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정부가 나서 꽉 막힌 자금줄에 숨통을 틔워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진민근 신재생에너지협회 본부장은 "그나마 자금여력이 있는 대기업은 프로젝트 파이낸싱 진행을 위해 어떻게든 수단을 마련하지만, 중소기업들은 그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정부가 나서 해외진출에 관심 있는 중소기업들을 지원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태양광 발전 확대보급이 필요성과 지원방안' 토론회(사진=양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