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캐스팅·극장대관이 공연성공 좌지우지"

세종문화회관 서울시뮤지컬단 '창작뮤지컬 오픈 토크'

입력 : 2013-05-24 오후 8:07:59
[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세종문화회관 산하단체인 서울시뮤지컬단 주최로 24일 세종문화회관 예인홀에서 '기획·개발-투자-제작 성공을 위한 창작뮤지컬 오픈 토크’가 열렸다.
 
현재 국내 창작뮤지컬 시장에서는 공연제작 여부 자체가 스타 캐스팅과 대극장 대관에 좌지우지되는 기형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서울시뮤지컬단 창작 공모사업 '힘내라, 우리 뮤지컬'의 일환으로 열린 이번 포럼은 뮤지컬 창작자·제작자·투자자가 모여 국내 창작뮤지컬 시장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타개책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유인택 서울시뮤지컬단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포럼에는 김주형 캐피탈원 주식회사 투자심사역 차장, 박용호 뮤지컬 해븐 대표, 이종규 인터파크(035080) ENT부문 본부장, 조용신 CJ 크리에이티브 마인즈 예술감독과 뮤지컬 창작자들이 모여 창작뮤지컬의 제반 현황에 관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먼저 제작자의 입장으로 포럼에 참석한 박용호 뮤지컬 해븐 대표는 작품을 고를 때 눈치를 보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기획 이전에 작품부터 생각해야 성공 가능성도 자연스레 높아진다는 의견이다.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뮤지컬 <김종욱 찾기>의 경우에도 처음 제작되기까지 2년이 걸렸다고 털어놓은 박 대표는 "'요즘 어떤 스타일의 공연이 되니까 그거 해보자'는 식의 기획은 굉장히 위험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상업화부터 생각하지 말고 지속적으로 창작자를 지원하며 노하우와 관계를 누적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스타캐스팅 없이는 공연 제작 자체가 불가능한 현실과 관련해 관객을 향한 쓴소리도 내놨다. 박 대표는 "제발 관객분들이 배우만 보러오지 마시고 작품을 보러오셨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인터파크 공연사업부문과 공연장 블루스퀘어를 같이 맡고 있는 이종규 인터파크 ENT부문 본부장은 투자자와 티켓유통업자 입장에서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봤다. 현재 인터파크는 공연티켓 유통 외에 뮤지컬 <그날들>에 일부 투자하는 등 공연투자자로서의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이 본부장은 "인터파크가 늘 공연시장 데이터를 보고 있는데 창작뮤지컬 부문은 지난 5년 중 가장 외형적으로 크게 성장했지만 질적인 부분에서 아쉬운 면도 있다"면서 "향후 뮤지컬시장에서 가치가 나온다면 창작뮤지컬일 것이라는 컨센서스가 있는 정도"라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창작주체가 아니다보니 신규창작물에 대한 판단이 어렵다는 솔직한 입장도 털어놨다.
이 본부장은 "아무래도 공연사업으로 영업이익을 추구하는 민간기업이다보니 그렇다"며 "최초 투자보다는 검증된 프로덕션과 의사결정이 수월하다"고 말했다.
 
영화 투자 전문가인 김주형 캐피탈원 주식회사 투자심사역 차장은 각자 투자심사자로 입장을 바꿔 생각해볼 것을 주문했다. 김 차장은 "산업적 특성상 불특정 다수 만날 수 있는 게 영화라면 한정된 기간 동안 한정된 관객을 만나는 게 뮤지컬인데 이 사실 하나만으로 어디에 투자자의 애정이 갈 지 보일 것"이라며 공연 투자자의 애로사항에 대해 설명했다.
 
아울러 영화시장과 비교할 때 뮤지컬시장은 정확한 정보가 공유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 차장은 "공연 투자심사역을 맡고 있는 사람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하는데 기획서를 보면 어떤 포인트를 잡고 투자하는 지 알 수 없기 때문"이라며 "영화의 경우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을 통해 축적된 데이터를 볼 수 있는데 공연은 정보가 없어 투자자가 객관적 시각으로 접근하기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뮤지컬 제작에 대한 환상을 품고 있는 것은 아닌지 냉정하게 돌아볼 것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CJ 크리에이티브 마인즈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조용신 뮤지컬 연출가는 "뮤지컬의 미래가치가 굉장히 높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다들 뮤지컬을 하고 있는 형국이라 생각하고 나도 그 중 한 사람"이라며 "반성해 볼 일"이라고 지적했다.
 
워크숍을 진행하지 않고 제작단계로 직행하는 국내 뮤지컬시장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도 있었다. 조 예술감독은 "우리나라의 경우 시장형성 초기에 제작사 시스템을 바로 도입해 처음부터 디즈니나 카메론 매킨토시가 하는 식으로 커 왔다"면서 "사실 워크숍 단계를 거쳐야 작품 자체의 질이 높아지는데 그 점은 건너 뛴 채 개발단계에서 배우 출연과 극장 대관을 최대 이슈로 삼는 등 서로가 서로를 속이면서 투자를 진행하는 구조가 됐다"고 언급했다.
 
예정된 100분을 훌쩍 넘긴 이날 오픈 토크는 본래 토론주제인 창작뮤지컬 재원 조성에 대한 논의까지 이르지 못하고 창작뮤지컬 시장의 현 문제를 공유하는 차원에서 마무리됐다. 유인택 서울시뮤지컬단장은 "오늘은 문제를 처음으로 공유하는 시작 단계로 봐줬으면 한다"면서 "사후 청중의 반응을 살핀 뒤 앞으로 포럼을 확대 진행하는 문제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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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볏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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