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일자리를 포기한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이 "시간제도 좋은 일자리라고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말한 것에 대해 곧바로 든 생각이다. 박 대통령의 주장은 고용률 70% 달성이라는 공약을 현실화시키기 위해 쥐어 짜낸 꼼수라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
시간제 근무와 같은 말은 이른바 '알바'다. 우리 사회의 알바들이 을중의 을로서 얼마나 차별대우를 받는지는 신문 며칠치만 봐도 알 수 있다.
차별없는 노동 조건, 복지혜택은 고사하고 고용주에게 성폭행당하고 살해 당하기까지 하는게 이른바 '알바'들의 현실이다.
인식을 바꾸라고 하는데 사회적 인식은 대통령이 지시한다고 해서 바꿔지는 게 아니고 시간제 노동자에 대한 처우와 불평등이 개선되면 저절로 바뀌는 문제다.
박 대통령이 임금을 주는 게 아닌 다음에야 고용주가 실질적으로 노동조건과 처우를 더 낫게 바꿔야만 하는 문제이며 '인식 전환'이 먼저가 아니고 '실질적 개선'이 먼저인 게 너무나도 분명한 얘기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 고용주들이 박 대통령 임기 내에 이러한 실질 개선을 이뤄낼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대법원 확정 판결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이 판결이 실현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떠올려보면 대충 답이 나오지 않나 싶다.
대통령의 발언에 여론의 비난이 빗발치자 새누리당과 청와대는 진화에 적극 나섰다. 대통령의 발언은 시간제 노동의 실질적 개선을 이뤄내야 한다는 취지라는게 주 내용이다.
이명박 정부 때처럼 대통령의 발언을 진위가 잘못됐다며 '전문 통역사'들이 따로 해설을 해줘야 하는 처지도 딱하지만 실제로 진의가 그랬다면 대통령의 발언은 내용이 달랐어야 한다.
시간제 노동의 처우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고용주들을 설득하고 변화시킬 것인지에 대한 얘기가 먼저 나왔어야 이치에 맞다. 그러나 대통령의 발언은 다짜고짜 시간제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내용 뿐이다. 그런데도 국민이 대통령의 발언을 '오독'했다고 할 수 있는 것인가.
이쯤 되면 지난 대선때 논란이 됐던 전두환 6억원 제공 논란이 떠오른다.
청와대의 안주인으로 살다가 박정희 사망 이후 아파트 30채를 살수 있는 거액을 전두환 군부로부터 받았다는 그 얘기다.
청와대를 나온 이후에도 부족함이 없이 살면서 고용노동을 전혀 할 필요도 이유도 없었던 과거의 삶이 시간제 일자리 발언의 근본 원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지난번에는 해본게 너무 많은 대통령이 '내가 다 안다'는 식의 국정운영 진수를 보여줬다면 이번에는 해본 게 별로 없는 대통령이 일자리를 찾아 헤매는 젊은이들의 가슴에 못을 박았다.
학교를 마치고 나와 직장을 구하는 지금 젊은 세대들은 시간제 알바도 좋은 일자리라고 인식을 바꾸거나 아니면 제대로 된 일자리를 얻기 위해서 다시 5년을 기다려야 할 처지다.
맹자의 "항산해야 항심한다(有恒産 有恒心)"는 고사를 떠올리지 않더라도 일국의 대통령이 국민들의 항산을 위해 노력하진 못할망정 항심부터 하라고 떠미는 것은 우리 사회의 미래를 너무나도 절망스럽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