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뱃길 1년)②부동산 활기?..떨어지지 않으면 다행!

전면개통한 작년 5월부터 인근 아파트 매매가 '잠잠'
"아라뱃길보단 공항철도·대형 아울렛 환영"

입력 : 2013-05-29 오후 3:12:14
[뉴스토마토 최봄이기자] 침체된 부동산 시장에 '개발호재'는 가뭄의 단비와 같다. 대규모 국책사업이 진행되거나 국가 기관 또는 대기업 본사 이전, 지하철 개통 등 지역의 가치를 높일수 있는 개발계획이 호재로 작용한다.
 
2조5000억 규모의 국책사업인 아라뱃길 역시 사업 초기부터 인근 부동산 시장을 들썩일만한 '대형급 호재'로 거론됐다. 정부는 2008년 12월 사업 추진을 확정하면서 아라뱃길 인근의 주택시장이 활황기를 맞을 것이라고 장담하기도 했다.
 
당시 아라뱃길이 인접한 서울 강서구, 경기 김포시, 인천 서구일대 등 부동산 시장에서는 매수문의가 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이후 임시개통(2011년 10월)부터 전면개통(2012년 5월), 개통 1주년(2013년 5월)에 이르기까지 아라뱃길은 부동산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아라뱃길과 주변 산책로(사진=최봄이 기자)
 
◇'미분양 무덤' 청라지구, 아라뱃길 수혜 '역부족'
 
서해쪽 아라뱃길은 청라국제도시와 맞닿아 있다. 그러나 '미분양의 무덤'이라 불리며 부동산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청라지구에 아라뱃길 호재는 없었다.
 
2011년 3.3㎡당 766만원이었던 서구 경서동 평균 시세(KB국민은행 기준)는 아라뱃길이 전면개통한 지난해 2분기 667만원으로 오히려 하락했다. 올해 2분기 현재 782만원대로 하락폭을 상쇄했으나 분양 당시 프리미엄까지 붙어 거래되던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침체된 모습이다.
 
청라지구 주민 박모씨는 "가끔 가족들과 산책을 나오는 정도이지 아라뱃길로 동네 분위기가 크게 바뀌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2003년 송도국제도시, 영종하늘도시와 함께 대규모 개발지구로 지정된 청라국제도시는 2009년 이후 투자유치 등에 실패하며 부동산 시장도 얼어붙었다. 실수요자와 세입자를 중심으로 일부 수요가 유입되고 있기는 하지만 '아라뱃길 덕'이라는 의견은 찾아보기 어렵다.
 
경서동 매물을 취급하는 한 공인중개사는 "공항철도나 대형 쇼핑몰 입점, 4.1대책 정도가 호재라고 볼 수 있다"며 "여론이 좋지 않은 아라뱃길을 내세워 매물을 소개할 순 없다"고 전했다.
 
◇검암·고촌, 아라뱃길보단 공항철도
 
청라지구 북부 인천국제CC와 인접한 경서우정에쉐르(2006년 입주, 292가구), 태평샹베르(2005년 입주, 572가구), 가이아샹베르2차(2005년 입주, 560가구)는 아라뱃길과 더 가까이 붙어 있지만 개통 이후에도 거래는 '잠잠'한 모습이다.
 
560가구 규모의 가이아샹베르 전용 109㎡는 지난해 5월 2억1000만원대에 거래돼 2008년 6월 고점(2억8250만) 대비 7000만원 이상 매매가가 하락했다. 최근 시세는 더 떨어져 지난달에는 1억7000만~8000만원대에 거래됐다.
 
검암동 아파트 시세도 비슷하다. 풍림아이원2차 전용 99㎡는 2007년 1월 최고 2억8000만원에 거래되기도 했지만 이후 꾸준히 호가가 떨어져 현재 2억2000만원대에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귤현 아이파크 전용 105㎡는 평균 매매가가 2004년 1억8900만원에서 2008년 2억7000만원까지 뛰어오른 후 현재 2억4000만원 후반대에 거래되고 있다. 아라뱃길 개통보다는 거시적인 부동산 경기의 흐름에 따라 시장 가격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란 분석이다.
 
아라뱃길 사업의 핵심 수혜지로 꼽혔던 김포시 고촌읍 일대도 전반적인 부동산 경기 흐름을 역행할만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고촌 주민 송모씨는 "관광객들이라도 많이 찾아야 분위기가 살아날텐데 주말에도 가게 매출이 많지 않다"며 "불경기에 별 수 있겠냐"고 말했다.
 
1250가구 규모 수기마을 힐스테이트2단지 전용 112㎡는 2010년 4억2500만원까지 올랐던 매도호가가 현재 3억6000만원대까지 떨어졌다.
 
◇경기 고촌 일대 한 아파트 단지(사진=최봄이 기자)
 
아라뱃길이 부동산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반론도 존재한다.
 
귤현동에서 공인중개업을 하는 이모씨는 "아라뱃길로 지역경제가 크게 살아난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생활의 질을 높여주는 것은 맞다"며 "아파트 단지와 연결된 자전거도로를 이용해 쾌적한 주거환경을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라뱃길이 물류 수송, 관광·레저 등 제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는 현 상황에서는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수요 창출 효과를 기대 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임채우 KB국민은행 부동산 팀장은 "검암·고촌 지역은 아라뱃길보단 공항철도로 강남 접근성이 좋아진 덕에 수요가 유입되고 있다"며 "아라뱃길이 인근 부동산 시장에 도움을 주려면 물류단지와 인근 아울렛이 활성화되고 아라뱃길을 찾는 사람들이 훨씬 많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계속)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최봄이 기자
최봄이기자의 다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