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뱃길 1년)③되돌릴 수 없는 '뱃길', 미래는?

"예견된 실패, 해법 안보여".."소모적 논쟁보다 대안 필요"
마케팅으로 화물·여객수요 창출..실효성 검증 '관건'

입력 : 2013-05-30 오후 4:19:03
[뉴스토마토 최봄이기자] "이제와서 운하를 메울 수도 없는데, 어떻게든 잘 살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라뱃길 운영 주체인 한국수자원공사 관계자의 한 마디에서 절박함이 묻어난다.
 
전면개통 후 1년, 아라뱃길이 당초 정부가 호언장담했던 기능을 발휘하기는 커녕 애물단지로 전락할 대위기에 처했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론은 사업 초기의 우려가 현실로 드러나자 더욱 매섭게 아라뱃길 사업을 꼬집고 있다.
 
'배 없는 뱃길', '혈세 먹는 하마', '애물단지 전락' 등 냉정한 평가가 쏟아지는 가운데 비판적 시각의 전문가와 정부, 수자원공사 간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 차는 더욱 벌어졌다.
 
◇경제성, 있다? 없다?..운하 역할은 '글쎄'
 
◇아라뱃길 컨테이너 접안시설(사진=최봄이 기자)
 
가장 큰 쟁점이 되고 있는 것은 '아라뱃길의 경제성 여부'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지난 20일 열린 개통 1주년 평가 토론회에서 '아라뱃길의 비용대비 편익 비율(B/C)이 0.1~0.17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수자원공사는 즉각 반박에 나섰다.
 
경인운하 사업의 추진 근거가 된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용역 연구결과를 보면 비용대비 편익 비율이 1.07이다. 수치가 1보다 크기 때문에 비용보다 편익이 큰 것으로 해석됐다.
 
수자원공사는 지난 23일 보도자료를 통해 홍 교수의 경제성 검증 방법이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보도자료는 "홍 교수가 수자원공사의 공식 검증 없이 네덜란드 데하베(DHV)사의 예측 물동량과 지난 1년 실적을 단순비교 해 사업타당성이 없다고 단정했다"며 "친수경관 조성 등으로 실제 관광·레저 편익이 홍 교수가 제시한 177억원보다 대폭 증가할 것"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이에 대해 홍 교수는 "당초 정부 예측치의 7%로 나타난 운영실적을 토대로 경제성을 분석한 것"이라며 "관광·레저 편익은 실제 이용객 수가 KDI 예측치의 4분의 1 수준임을 감안해 비율대로 삭감했다"고 반박했다.
 
그는 '아라뱃길을 살릴 해법이 있느냐'는 질문에 "운하로서의 기능은 사실상 실패했다고 본다"며 "친수공간 형태로 관광·레저 기능을 최대한 살려 비용손실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동남아 정기노선, 초중량 화물 특화..'배 있는 뱃길' 만들까
 
◇고요한 김포 컨테이너 부두 앞에는 이따금씩 자전거들만 오간다.(사진=최봄이 기자)
 
수자원공사가 지난 26일 발표한 경인운하 활성화 방안은 선박과 유람선 이용객 확보를 위한 마케팅 강화로 요약된다.
 
우선 물동량 확보를 위해 국내외 선·화주를 초청해 설명회를 여는 등 '집중마케팅'을 추진할 계획이다. 남중국, 베트남, 태국 등지를 오가는 신규 노선을 개설해 동남아시아 화물도 적극 유치한다.
 
실제 현재 부두운영사 인터지스가 말레이시아에서 가공목재를 싣고 월 3~4회 입항하는 신규 노선을 지난 29일 개설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선박 화물의 입·출항료를 100% 면제하고 전환교통보조금, 예·도선료를 감면하는 등 인센티브도 제공한다.
 
전환교통보조금은 도로로 운반하던 화물을 연안해운으로 전환할 경우 정부가 지급하는 보조금이다. 예선비는 예인선 사용료, 도선료는 배가 항구에 안전하게 접안할 수 있도록 운전해주는 서비스에 대한 사용료다. 쉽게 말해 항구 이용료를 대폭 할인해 선박을 유치한다는 전략이다.
 
이번에 발표된 활성화 방안에는 육상운송이 어려운 초중량 화물을 적극 유치하고 거점항만과 연계를 강화한다는 전략도 포함됐다. '초중량 화물'은 도로나 다리에 부담을 줄 수 있는 무거운 화물로 대형 교량상판, 발전소 설비 등을 말한다.
 
수자원공사는 월드컵대교, 전력수급 계획 등에서 파악한 수요를 바탕으로 2017년까지 이런 화물을 60항차 운항한다는 목표를 세운 상태다. 지난 27일에는 CJ대한통운이 무게 100여t, 길이 15m의 동두천 복합화력발전소 기자재를 아라뱃길을 통해 운송한 바 있다.
 
'거점항만 연계'에 대해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인근 인천항, 평택항을 이용하는 수요를 분담하는 것으로 아라뱃길만의 특장점을 개발하는 문제와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근본적 경쟁력 한계 극복대안 안보여"
 
하지만 전문가들은 일련의 아라뱃길 활성화 방안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운송 경쟁력이 떨어지는 근본적인 한계 때문에 마케팅 강화만으로 큰 실적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가장 큰 걸림돌은 '배후 생산기지의 부재'다.
 
수자원공사는 "아라뱃길은 신생항만으로 안정화에 3~5년이 소요된다"는 입장이다. 근거로 평택신항, 포항영일항도 개항 첫해 실적이 목표치의 각각 4.6%, 1.2%로 낮았으나 개항 3년차에는 50~58%로 높아진 사례를 들었다.
 
하지만 평택신항은 기아차, 포항영일항은 철강공단 등 대규모 생산기지를 배후에 두고 있어 아라뱃길과 단순 비교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
 
운항 속도가 느린 것도 문제다.
 
문병호 민주당 의원은 "화물 운송은 신속성이 생명으로 분·초를 다투는 문제"라며 "인천항을 이용해 도로를 이용하면 훨씬 빠르고 저렴하게 운송할 수 있는데 굳이 느리고 유류비도 많이 드는 아라뱃길을 이용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문 의원은 "선주들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은 과잉 투자된 항만들과의 출혈 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아라뱃길 사업의 적자를 키울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현재 수자원공사의 부채는 13조7000억원으로 자본 11조2400억원보다 2조4600억원 많다. 4대강 사업에 8조원을 투자하면서 재정구조가 악화된 상황이다.
 
(사진=최봄이 기자)
 
◇관광수요 창출·수질개선·준공 등 과제 산적..정부 "머리 맞댄다"
 
수자원공사는 관광·레저기능 강화를 위해 대규모 쇼핑·숙박시설 유치, 중간선착장 개선 등을 추진하겠다는 전략이다.
 
우선 국내 최대규모 아울렛 유치가 확정된 상태다. 김포터미널 내 판매시설 부지(5만2000㎡)에 들어서는 현대 프리미엄 아울렛으로 오는 7월 착공해 내년 오픈 예정이다.
 
여의도~서해섬 등 운항노선을 다양화하고 뱃길 내 중간 선착장을 공항철도와 연계해 이용편의를 높인다는 계획도 세웠다. 초대형 유람선을 운항해 연간 이용객을 100만명 수준으로 늘린다는 목표도 포함됐다.
 
하지만 현재 운영되고 있는 유람선도 빈 좌석이 많은데다 볼거리가 없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어 좀 더 다각적이고 구체적인 대안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수질개선 여부도 관건이다. 현재 수질로는 수상레저 수요를 유입시키기에 역부족이다.
 
김진한 인천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요트·카누 등 수상레저를 즐기는 이용자들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수질에 건강지표를 포함해 관리해야 한"고 지적했다.
 
신개념 수변문화공간으로 제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물을 더 깨끗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또 "최근 수질관리를 위해 바닷물 유입량을 늘려 생태계 교란, 염분의 지하수 유입 우려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바닷물과 하천이 만나는 곳에 기수생태계가 형성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생태계 교란을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고 못박았다.
 
이 관계자는 "현재 하천구역 레저활동에 대한 수질지표가 불분명한 상황"이라며 "향후 지표를 보완해 수질을 개선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인천터미널, 교량, 연결도로 등 시설물 준공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 시설물들은 준공 후 지자체에 이관돼야 하지만 인천시는 관리비 부담과 민원 등을 이유로 준공을 연기하고 있다.
 
◇아라뱃길 김포 여객터미널(사진=최봄이 기자)
 
◇초라한 실적 되풀이하지 않으려면?..철저한 타당성 검증 필요
 
"반복되는 소모적 논쟁은 화물, 승선객 유치 등 민간 영업활동을 위축시켜 물류·관광 활성화 걸림돌로 작용한다. 정상적인 영업 활동 지원과 지역현안 해결 등 발전적 대안 제시가 보다 중요하다."
 
수자원공사가 아라뱃길 개통 1주년에 즈음해 쏟아진 각종 비판에 대응해 내놓은 입장이다. 여기에는 최근 다시 불거진 우려의 목소리와 지적을 이미 수년간 들어 왔다는 의미가 포함 돼 있다. 
 
지난 1년의 실적만으로 사업의 성패를 가늠하긴 무리가 있지만, 공통적으로 축약된 의견들을 소모적 논쟁으로만 치부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막대한 국민의 세금이 투입된 사업인 만큼 쏟아지는 비판을 앞으로의 사업 추진에 긍적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협의회를 구성했다. 당장 이달부터 가동되는 협의회는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대기로 했다.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수자원공사 등 정부기관과 각 지방청이 참여해 아라뱃길 준공과 화주 유치를 위한 마케팅 방안 등 주요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정치권에서도 아라뱃길 활성화를 위한 실무협의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업비 2조5000억원, 연간 운영비 200억원. 경제성, 환경파괴 논란 속에 개통 1주년을 맞은 아라뱃길을 살릴 설득력 있는 대안은 아직 떠오르지 않고 있다. 다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사업의 연착륙을 위해 정부가 더욱 치열하게 노력해야 한다는 점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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