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30일 세종문화회관에서 한국방송기자클럽의 초청을 받아 토론회에 참석했다. 김 대표는 이날 안철수 무소속 의원과의 관계 등 여러 현안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김 대표는 독자세력화에 나선 안 의원이 많은 난관을 겪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대해서는 비판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또한 민주당의 혁신에 대해 차근차근히 준비하고 있는 중이라며 애정을 가지고 지켜봐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다음은 김 대표와의 일문일답 전문.
-한동안 정치권을 떠났었는데, 밖에서 본 우리 정치의 문제점은?
▲많은 벽들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벽을 깨고 변화를 실천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 다시 한 번 실감한다. 그러나 우리 민주당은 안으로부터의 변화, 내용이 있는 변화를 위해서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
-지난 한 달 당을 정비했다. 큰 틀에서 매듭을 지었다. 인선과 관련해 호남소외론이 얘기된다. 외부인사 영입도 미흡했다. 이에 대한 생각과 앞으로의 구상은?
▲민주당의 변화가 국민들께 제대로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새로운 얼굴이 민주당에 합류해주셨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한다. 정직하게 말씀드려서 지금의 민주당이 새롭고 국민들께 인정을 받을 만한 인물을 영입하는데 상당한 한계가 있다. 호남소외론은 왜 그런 말이 나오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아마도 당 대표에 나선 세 후보 중 두 분이 호남 출신인데 그분들이 대표로 뽑히지 못했고, 이어진 원내대표 선거도 두 후보가 호남이었는데 그분들이 선택을 못받아서 아마도 호남소외론이 얘기되는 것 아닌가 싶다.
그러나 전당대회를 보더라도 권리당원 중 상당수가 호남 유권자인데, 바로 그 많은 호남의 유권자들이 호남의 후보를 대표로 뽑은 것이 아니라 저를 대표로 뽑아주셨다. 호남이 소외된 것이 아니라 호남이 선택한 결과라고 말씀을 드린다.
-계파갈등을 여쭙지 않을 수 없다. 민주당의 골칫거리인 계파갈등, 친노와의 관계를 어떻게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을까.
▲대선패배 이후 전국적으로 민주당에 쏟아진, 요구를 받았던 가장 첫 번째 것이 계파주의를 극복하라는 것이다. 지금 민주당은 계파주의로부터 빠른 속도로 벗어나고 있다. 일부 지나치게 노무현 대통령님을 사랑하는 분들이 간혹 없었으면 좋았을 일을 발생시키긴 했지만 그런 부분 역시 빠른 속도로 수그러들고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
계파문제는 저는 우리 당 지도부로서 여러 번 일을 해봤는데, 새 지도부는 이전 지도부와 상당히 다른 내용을 담고 있다. 민주당에선 지도부에 속한 최고위원들이나 당의 고참 의원들이 공공연하게 계파의 이해나 입장을 얘기하곤 했는데 이번에 새로 출범한 지도부에선 그런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계파의 입장을 주장하거나 계파의 이득 때문에 부당하다는 이런 목소리가 전혀 없다. 제가 참석해본 지도부 가운데 그야말로 이번 지도부는 색다른 지도부라는 걸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다.
-당 지지율이 역대 최저라는 말이 있다. 생기지도 않은 안철수 신당의 절반 정도라는 조사도 나왔다. 이렇게 된 원인을 어떻게 보고 있나. 그리고 지지율을 끌어올릴 방안은?
▲지금의 민주당이 왜 지지율이 안 오르냐. 먼저 단기적인 변화나 가시화하는 방법을 제가 택하지 않아서 그렇다. 그리고 둘째는 전당대회 때 전국을 돌면서 많은 분들을 만났는데 제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큰 상처를 갖고 계시더라. 가슴에 큰 구멍을 가진 채로 하루하루를 견디더라. 저는 그 상처 치유에 시간이 좀 필요할 것이라 생각한다.
안철수 신당의 지지율이 더 높다. 말로는 유토피아를 얘기하고, 한 쪽으론 실제로 고단한 삶, 두 가지를 비교하면서 어디가 좋냐고 할 때 그 결과는 당연하지 않겠나. 안철수 의원을 중심으로 한 분들이 만약 신당을 만들어서 진행되는 과정에 많은 한계에 봉착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조사는 민주당이 지금과 같이 전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가상한 결과다. 앞으로 시간이 가면서 안철수 세력이 현실정치에서 맞는 한계와 민주당의 알찬 혁신을 통해 새롭게 변할 가능성을 포함해 조사한다면 그 결과는 상당히 다를 것이다. (민주당 변화의 시점은) 앞으로 두세 달은 더 필요치 않을까 생각한다.
-안철수 현상이 민주당의 최대 관심사이자 현안이 아닐까. 안 의원이 민주당과는 연대와 협력보다 독자세력화를 추진하고 있다. 김 대표는 안 의원의 자세가 맞다고 보는지. 향후 관계설정은 어떻게 할 것인가.
▲요새는 하여간 기자분들을 만나면 질문의 대부분이 안 의원에 대해 물어본다. 저한테는 김한길에 대해 물어보면 좋겠다. 안철수 세력이 신당으로 갈 것이냐, 저는 정말 모른다. 그러나 무조건 독자세력화를 통해서 가다가 결과적으로 새누리당에 어부지리를 주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저는 그렇게 가면 어쩌면 새누리당에 표창장을 받을 일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었다. 안 의원 쪽도 신중하게 하리라 생각한다. 무작정 독자세력화가 우리 정치의 발전을 견인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건 그분들 판단의 몫이다.
-안 의원이 광주에서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한 건 어떻게 보는가. 안 의원이 대선 결선투표제 추진을 말했는데, 그에 대한 김 대표와 민주당의 입장은?
▲그렇게 세게 비판했나? 호남은 민주당에게 어머니와 같은 곳이다. 우리는 많은 것을 요구했고 많은 혜택을 받았지만 돌려드린 것 없이 빚이 많다. 안 의원이 왜 호남에가서 하필이면 그런 말을 했는지 잘 모르겠다.
결선투표에 대한 입장은, 많은 뜨거운 토론이 필요한 사안이라 생각한다. 아마 당내에서도 그 부분을 찬성하는 분들도 있고, 격하게 반대하는 분들도 계신다. 조금 더 논의가 진행돼야 당의 입장을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제 개인적인 생각은 대표가 된 이상 가능하면 절제하기로 했다.
-신당이 출현하면 한계에 봉착할 거라고 했다. 방금 새누리당에 이익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는데, 안철수 신당이 야권의 외연을 넓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문재인 의원도 안철수 신당이 나쁘진 않다고 했다. 그런 견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지.
▲일리가 있다. 저는 안 의원에 대해서 경쟁적 동지관계라고 규정했다. 우리가 안철수 세력과 민주당이 경쟁을 통해서 결과적으로 정치의 발전을 이끌어낼 수 있다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양당이 추구하는 것 가운데 교집합이 많다는 것이 확인된다면 그때는 그 부분에 대해 동지적 관계를 맺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저는 경쟁해야 될 때는 서로가 당당하게 경쟁하고, 지금은 그런 자세로 서로가 정진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형태가 어떻게 되든 결국 안 의원으로 대표되는 정파가 10월 재보선에 출마할 것이란 관측이다. 민주당은 지난 보궐선거에서 안 의원의 지역구에 공천을 안 했다. 10월 재보선에 안철수 인사들이 출마한다면 정면승부를 하는가?
▲서울 노원병에서 민주당이 취했던 태도, 그런 일은 다시 없을 것이다. 경쟁할 일이 있으면 당당하게 경쟁을 할 것이다.
-정면승부를 한다면 야권의 후보 많아져서 여당에게 좋은 일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공조해서 후보를 안 내면 공당이 어떻게 후보를 안 내냐는 비판이 가능하다. 이 두 가지를 피할 수 있는 묘안이 있다면?
▲아까 말씀드린대로 안철수 세력 쪽에서도 지금 지적과 같은 고민을 진지하게 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연대나 단일화 같은 모양새가 국민들께 이제 대단히 정치공학적으로 비치기 때문에 효과도 예전만 못하다. 좋은 의미에서 선의의 경쟁을 피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현재 상태라면 민주당의 10월 재보선 전망이 어둡다. 민주당 후보가 안철수 신당 후보에게 지는 일이 나오면 지도부 책임론이 도출되는데 이런 위기가 발생하면 어떻게 슬기롭게 극복할 것인지?
▲저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되는 것을 위기라고 보지 않는다. 그런 일이 있지도 않을 것이다. 10월 재보선에서 우리 만족과 성과가 없다고 해서 김한길 대표 그만해라고 얘기가 나오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 민주당이 많은 변화와 혁신을 차분하게 준비하고 있고, 그 결과가 10월 재보선 전에 보여지리라 생각된다. 그럴 때 민주당의 저력이 확인이 될 것이다. 너무 부정적인 가정을 통해 질문을 하시니까 제가 사실 답답하다.
-10월 재보선 전 민주당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카드라도?
▲지금 차분히 다 준비에 들어갔다. 제가 말을 앞세우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미리 이런 것이 나온다고 말씀을 드리진 않겠지만 6, 7, 8월 민주당이 변하는 모습을 보게 되실 것이다.
-이르지만 차기 대선도 관심이다. 최근 문재인 의원이 활동의 폭을 넓히는 모습인데, 여전히 민주당의 대안이라고 할 수 있나. 또 하나는 박원순 서울시장 역할이 거론되고 있다. 박 시장에 대한 평가도 궁금하다.
▲우리 민주당에는 차기 주자로 말해지고 있는 분들이 참 많다. 문재인, 손학규, 김두관, 정세균은 지난 대선 후보로 뛴 분이다. 박 시장과 송영길, 안희정 모두 지금 차세대 주자로 거론되고 있다. 저는 그분들이 자기 자신을 알리고, 자기가 추구하는 가치를 정확히 밝히는 활동들이 적극적으로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문 의원을 따로 만났을 때도 그런 말씀을 드렸고, 문 의원 뿐만 아니라 민주당이 가진 소중한 자산인 모든 분들이 열심히 정치적으로 자기 몫을 확장하는 것이 좋겠다는 기본 생각을 갖고 있다. 그분들이 역동적인 경쟁의 과정을 통해 2017년 우리 주자가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지난해 대선에 나왔던 후보들 말고도 박원순, 송영길, 안희정 같은 광역단체장이 있다는 말씀을 드렸고, 박 시장도 상당히 국민들로부터 기대를 모으고 있는 예비주자 가운데 한 명 아닌가 생각한다.
-당 혁신을 천천히 하면서 보여주겠다고 하셨다. 전대 과정에선 지독한 혁신을 하겠다고 했는데 아직까진 별다른 모습을 못봤다.
▲당 혁신을 천천히 하겠다고 한 것은 아니고 지금도 빠른 속도로 하고 있는데 그 결과가 당장 나오긴 어려워서 밖의 분들은 너무 천천히 하는 것 아니냐고 말을 할 수는 있다. 당내에 내부적으로 사무처를 정리하는 일이 대단히 중요하다. 인적자원을 어떻게 배치해서 효과를 극대화하겠는가 하는 고민을 하면서 진행 중이다. 또 우리가 지난 대선에서 국민들께 약속했던 기초자치단체 선거에서 공천권을 폐지할 것이냐 하는 문제도 별도의 위원회에서 진지하게 빨리 결론을 내리기 위해서 논의가 진행 중에 있다. 또 풀뿌리 민주주의를 제가 말씀드렸는데 지방선거를 앞두고 상향식 공천을 제도화해서 지도부가 지방선거 출마 희망자들 공천에 마음대로 개입할 수 없도록 하는 제도를 지금 만드는 중이다. 또 뭐가 있을까. 여러 가지 하여간 지금 진행 중에 있기 때문에 하나하나 꺼내서 보일 때 그에 대한 평가가 있을 것이고, 또 정당민주주의 측면에서 당원의 뜻이 지금보다 훨씬 존중을 받아야겠다. 당 권력을 현역이 독점하는 구조를 깨기 위한 전당원투표제도 준비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그런 부분이 기술적인 준비가 끝나면 제대로 실천단계로 가는데, 그렇게 되면 우리 정당사에서 물론 군소정당에선 경험이 있지만 양대정당에서는 최초가 되지 않을까 한다.
-민주당은 지난 전대에서 당헌당규 수정으로 중도를 지향했다. 자칫하면 민주당이 선명성을 잃나 우려가 나온다. 정책과 노선 우클릭 우려와, 대선 때 민주당이 진보정의당하고 연대를 하지 않았나. 앞으로도 진보와 연대를 할 것인지 궁금하다.
▲저는 민주당이 우클릭 됐다고 보지 않는다. 저는 전대 과정을 통해 민주당이 추구하는 지향성에 대해서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얘기했다. 그것은 우리 헌법 전문이 요구하고 있는 가치이다. 국민생활 균등한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 우클릭인지, 좌클릭인지 단정적으로 누구도 말할 수 없다.
균등하지 않은 부분을 우리가 갑을관계라고 말하지 않나. 그래서 우리가 을을 위한 민주당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을을 위한 6월 국회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런 부분을 가지고 우클릭, 좌클릭 규정을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
진보세력이 두 개의 당으로 나뉘어져 있다. 진보세력 역시 내부적인 혁신의 과정에 있다고 생각하고, 그 과정을 국민과 함께 조금 더 지켜보겠다.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젊고 활기차게 보이고 싶어한다. 그런데 김 대표는 젊으신 시절부터 백발을 고수하고 있다. 염색을 안 하는 이유는? 혹시 부인께서 염색하라고 잔소리를 하진 않나?
▲분명한 것은 제가 검은머리라면 절대로 흰머리로 염색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거다. 그냥 생겨먹은대로 사는 게 맞다고 생각하고, 저는 사실 자랑은 아니겠지만 세수하고 얼굴에 뭘 발라본 적도 없고 머리를 빗으로 빗어본 적도 없다. 남을 볼 때도 겉모습으로 평가를 안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제 자신의 겉모습을 꾸미고 하는 걸 안 해야지 생각하고 산다. 우리 집사람이 결혼초기엔 염색을 많이 말했지만 제 인생철학을 가지고 요구를 압도했다. (그럼 검은머리의 김 대표는 보지 못하는가?) 그렇다고 봐야죠.
-다음 주면 김 대표 취임 한 달이고, 박근혜 정부는 출범 100일이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고 지난 100일을 어떻게 평가하나. 박근혜 정부가 가장 잘한 일과, 가장 잘못한 일을 한 가지씩 꼽아달라.
▲박근혜 정부 100일 동안 가장 잘한 일, 이것 하나 정말 잘 했다고 제가 자신있게 말을 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안타깝게도 그런 일이 쉽게 떠오르지 않는 게 사실이다. 앞으로 200일, 300일이 되면 그런 일이 많기를 기대하고, .또 그럴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가장 잘못한 일은 우리 당에서는 불통·불신·불안 3불이 박근혜 정부 결과라고 본다. 인사문제에서의 불통, 한반도 위기상황의 불안, 대선 공약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느냐 할 때의 불신이다. 박 대통령이 기자회견도 하셔서 우리가 이것을 했다고 자랑하실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
개인적으로 제가 불만이 있다면 농담이지만 윤창중씨 사건을 대통령께서 수습하시면서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해서 각 신문이 전부 그렇게 제목을 뽑았다. 왜 제1야당 대표가 연상되게끔 하셨냐. 추민애 의원이 저에게 얘기해서 웃은 일이 있다. 잘 해주셨으면 좋겠다.
-남북관계를 묻겠다. 새 정부 들어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는 것 같다. 핵실험, 미사일, 개성공단 폐쇄, 6.15 행사 공동개최 최종 불허 입장 밝히고, 대화를 위한 제안을 안 한다고 했다.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이 맞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평가를 하시는지? 민주당이라면 어떻게 남북관계를 풀 수 있겠나. 복안이 있다면?
▲제일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이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는 것이고, 둘째가 민생이다. 한반도 긴장이 완화돼야 하고 평화를 지키는 일이 너무나 중요하다. 이점에 있어 저는 박근혜 정부가, 특히 대통령께서 전향적인 자세를 취하셔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시진핑 주석이 비핵화 실현을 위한 6자회담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 정부와 미국은 비핵화가 담보해야 된다고 말한다. 미국이 주도해서 6자회담 자리를 만들 때도 회담을 통해 비핵화 결론으로 낸 것 아니냐. 그런데 비핵화가 전제돼야 회담을 열 수 있다고 한다면 그 6자회담은 뭘 위한 회담인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남북문제 뿐만 아니라 개성공단 등은 대화를 통하지 않고선 풀 수 없다. 박 대통령은 타협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 경제적 규모도 우리가 북의 한 30배 정도 되는 상황이다. 우리가 북의 억지를 받아준다고 해서 굴욕적이지 않다.
-지난 수년간 북과 대화를 했는데, 그들은 대화 이면에서 다른 술수를 부리고 있었다. 정부는 이걸 악순환으로 보고 있고, 이걸 끊으려면 북의 태도 변화가 먼저라는 입장 같은데.
▲개성공단을 볼모로 해서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행태는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가 안 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우리도 똑같이 버릇을 고쳐야 된다는 식으로, 최근 북 입장이 변화 보이고 있는데 언제까지나 우리가 분명한 자세 없으면 대화가 안 된다. 6자회담 비핵화 전제 안 하면 안 된다, 이렇게 했을 때 어떤 해법이 있겠나. 박 대통령의 한반도신뢰프로세스는 대화를 안 하면 신뢰가 쌓인다는 것인지 우려되는 바가 있다.
-북이 관계 정상화를 원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데 문제는 민간단체를 통한 대화를 앞세우고 있어 여전히 진정성에 의문이 든다. 우리 정부가 취하는 태도는 북이 갈등 때마다 민간에 손을 내미는 것은 안 되고, 이제는 당당하게 당국 간 대화로 풀자는 입장이다. 어떻게 보나.
▲당국 간 실무회담을 먼저 하자는데 그 의제가 개성공단 정상화가 아니고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의 완·부제품들을 가져오게 하는 실무회담을 하자는 것 아니냐. 그것보다 훨씬 앞서서 개성공단 정상화 의지가 우리 정부에 있는지가 중요하다. 거기 가는 과정에 민간을 앞세우는 것이 결코 어색한 일이 아니다.
지적하신 바대로 우리가 북에 많이 당하고 끌려간 바 있다. 그러나 북이 무슨 말을 하든 우리가 원하는 것을 안 하면 대화를 안 한다고 해서 일이 풀리겠나. 긴장상태가 고착되는 상황에 있을 때는 외국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 민간을 먼저 앞세워서 대화해서 쉬운 것부터 풀고 어려운 것 나중에 풀어야 한다. 선경후정이 이런 거 아니겠나. 그런데 우리 정부는 실무회담 얘기 내용도 개성공단 정상화 회담이 아니고 다르지 않나. 우리 정부에 개성공단 정상화 의지가 더욱 분명하게 있어야 한다고 본다. 개성공단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나. 사실 개성공단 자리에 원래는 북한군이 있었다. 그걸 밀어내고 공단이 들어간 것 아니냐. 개성공단이 가지는 한반도 평화에 대한 상징성을 우리가 함부로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
-우리 정부가 정상화를 안 하겠다고 한 건 아니지 않나. 공식적 절차를 갖고 당당하게 얘기를 하자는 게 정부의 입장인 것 같다. 이 부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우선 개성공단 입주업체 방북 신청 승인을 안 하고 있다. 그분들은 개성에 있는 자기네 회사가 소위 사유재산이다. 자기 것을 가서 보겠다는데 정부가 막고 있다. 또 6.15 기념식 우리 정부가 안 된다고 하니까 북은 당국자가 와도 좋다고 한다. 북 태도에 분명한 변화가 있다. 저는 대화를 하는데 망설일 이유는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취임 한 달인데 다음 주 대통령과 여야 대표 회동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아직 청와대의 통보가 없었나?
▲그런 통보 아니고 이제 우리와 청와대가 의제와 형식에 대해서 논의를 진행 중에 있다.
-회동 가능성 높아보이는데 박 대통령에게 어떤 부분을 집중적으로 강조할 예정인가?
▲우선 6월 국회가 열리니까 급한 것이 대선 과정에서 우리와 박 대통령이 공동으로 공약했던 부분들이 법안화 된 것들을 최대한 처리를 해야 한다. 또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쇄신위에서 합의된 것도 최대한 빨리 처리를 해야 한다.
또 수많은 민생법안들, 서민과 중산층이 먹고사는데 필요한 생활밀착형 정책들을 법안화하는 일이 가장 시급한 일 아닐까. 또 한반도 평화를 우리가 담보하기 위해 어떤 일이 필요하겠냐에 대해서도 함께 얘기를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
-6월 국회는 민주당과 새누리당 새 지도부 구성 완료 이후 처음 열려 관심이다. 어떤 현안이 가장 해결돼야 한다고 보나. 추상적으로 말고, 이번 국회에서 이것만은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 있다면?
▲국회에 여야가 참여하는 쇄신특위에서 합의를 본 특권 내려놓기로 한 거 반드시 이번 국회에서 처리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대선 때 공동공약 법안하는 것이 아직 60여개나 남았다. 이것들 다 처리했으면 좋겠다. 여야가 같이 공약했기에 쟁점부분이 상당히 작다. 경제민주화를 위해 필요하다. 우리 사회의 을들을 살리고 지키는 법안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 다음에 민생과 관련된 먹고사는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법안들을 최대한 처리하는 6월 국회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두환 전 대통령 미납 추징금 시효가 올 10월로 끝이 난다. 6월 국회에서 처리가 될까. 이 부분에 대한 민주당의 준비는?
▲아직 당론화가 된 것은 아니지만 우리 최재성 의원이 관련 법안을 내놨다. 아마 국민들에게 크게 박수를 받을 법안이다. 물론 처리해야 된다. 아마 관련법에 대해선 여당에서도 심하게 반대할 명분이 없지 않겠나 싶다.
-경제민주화와 갑을이 사회적 화두다. 새누리당은 갑을상생을 주장하는데 이에 반해서 민주당은 을의 눈물을 닦아주는 정당을 말한다. 을을 유독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면 민주당은 갑은 버리겠다는 뜻인지. 우리가 을을 볼때 을이지만 갑의 위치에 있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어떤 해법이 있나?
▲갑을로 편가르기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 같은데, 갑을 편가르기가 아니라 바람직하지 않게 갈라져 있는 것을 지적하는 거다. 그간 경제에 집중하면서 양극화가 심화돼 양극화 정도가 한계에 도달했다. 이런 상태의 양극화는 우리 경제의 발전을 불가하게 한다. 이 상태를 그대로 놔두곤 지속적 경제성장이 어렵다. 그러니까 을에 있는 분들을 우리가 제대로 살려내고 배려해야 된다. 갑의 경쟁력도 제고되고 국가적으로도 지속가능한 성장이 가능할 것이다.
갑의 횡포로 인한 경제적 불이익 담당하고 있는 을들을 우선적으로 말하는 건데, 인간적 권리를 침해받는 분도 있다. 어떤 분은 갑이기도 하고 을이기도 하다. 단순하게 편을 갈라서 저쪽은 나쁘고 이쪽은 좋다고 못한다. 을의 처지에서 부당하게 불이익이나 인간적인 상처를 경험하고 감수해야 하는 사람들을 우리가 제대로 제자리에 갖다놔야 한다. 그것이 정치가 하는 굉장히 중요한 일이다.
-경제민주화와 관련해 정부와 여당이 당초 계획에서 후퇴한다는 지적이 있다. 어떻게 평가하나.
▲여당은 많이 후퇴한 것으로 보인다. 속도조절론을 얘기하고 있다. 그런데 박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되고 나서 인수위 시절 140개 국정과제를 선택할 때 경제민주화가 빠진 것 때문에 많은 분들이 지적을 했다. 어떻게 그렇게 강조해놓고 당선이 되자마자 그걸 국정과제에서 빼느냐고. 그런데 며칠 전 다시 살아났더라. 이건 참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5월 한 달 동안 을을위한 경제민주화를 표방했다. 그런 야당의 주장이 아마도 경제민주화를 국정과제에 포함시키도록 만든 것 아닌가 한다. 서로를 위해 좋은 일이다.
-개헌에 대해 묻겠다. 여야 원내대표가 국회의장 산하에 개헌관련 특위를 신설하자고 했다가 국회의장의 반대로 무산됐다. 김 대표께선 개헌에 대해 어떤 생각인가. 그리고 개헌을 한다면 언제가 적기라고 보나.
▲권력구조가 바뀌어야 된다. 대통령에게 지나치게 권력이 집중되는 문제에 대한 말씀들을 많이 하신다. 그것을 개헌을 통해서 권력체계가 바뀌어야 된다는 얘기를 하신다. 또 헌법에 그 부분 말고도 손을 볼 부분이 있다는 얘기를 많이들 한다. 지난달 여야가 만든 국회의장 소속 개헌연구회에서 개헌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고, 다만 중요한 것은 개헌 문제는 국민적 공감대가 어느 정도 숙성됐느냐에 따라서 시기가 정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여야협의체에서 논의하면서 국민적 공감대가 가능해야 시기를 가늠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