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가에게 듣는다)`지점 vs. 스마트폰뱅킹` 경계 허문다

④이병도 신한은행 미래채널본부장 "스마트금융에 풀뱅킹서비스까지"

입력 : 2013-05-31 오후 2:35:23
[뉴스토마토 송주연기자] "산업간 융합이 중요하듯 이제 은행 거래도 대면채널과 비대면채널간 융합이 화두가 될 겁니다. 고객들은 지점에서도 업무를 보고 스마트폰으로도 거래를 하는데 이 거래가 서로 분리돼 있으면 답답한 일 아닙니까. 채널과 관계없이 은행 업무가 연결될 수 있도록 올해부터 채널 융합에 도전할 겁니다."
 
◇이병도 신한은행 미래채널본부장
(사진=송주연기자)
29일 신한은행 본점에서 만난 이병도 미래채널본부장은 미래채널본부의 올해 계획을 이같이 밝혔다.
 
올해로 2년째 미래채널본부를 이끌고 있는 이 본부장은 은행과 고객이 만나는 접점인 '채널'을 관리·개선하고, 보유한 채널을 통해 영업을 극대화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흥미 위주 스마트뱅킹? "은행본업에 충실해야"
 
과거 은행의 채널은 지점과 같은 대면채널뿐이었지만 이제는 폰뱅킹, 인터넷뱅킹, 모바일뱅킹(스마트폰뱅킹) 등 비대면채널이 은행의 중요한 채널로 자리 잡았다.
 
그 중에서도 스마트폰뱅킹을 중심으로 한 스마트금융은 미래채널본부의 핵심사업 중 하나다.
 
이 본부장은 누구보다 스마트금융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만큼 머릿속에 스마트금융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스마트기기들로 인해 게임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재미를 추구하는 요소들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어요. 은행들도 그런 추세에 부응하기 위해서 스마트뱅킹에 흥미요소를 추가하고 있지요. 그런데 이런 작업들이 은행에 적합한 건지는 좀 더 시간을 두고 판단해야 할 것 같아요. 고객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도 필요하지만 '스마트뱅킹이 은행 본업에 얼마나 충실한가'가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인터넷·스마트폰뱅킹 이용자가 늘수록 스마트금융은 고객이 굳이 지점에 가지 않아도 될 만큼 더욱 편리함과 유익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객들이 원하는 스마트금융은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을 통해서도 지점에서 업무를 보는 것처럼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것 아닐까요? 그래서 신한은행은 스마트금융을 위한 상담조직을 강화했습니다. 스마트금융에 '풀뱅킹(Full-banking)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죠."
 
이 본부장은 덧붙였다.
 
"풀뱅킹이 가능하려면 지점에서 할 수 있는 업무, 거래 환경을 스마트뱅킹 같은 비대면상에서 구현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과거에 비대면 채널이 취약했던 상담이 뒷받침 되어야 하죠. 고객이 자산관리를 받고 싶어도 비대면 상에서는 상담이 불가능하잖아요. 우리는 전문상담 조직을 만들어서 펀드, 예금, 대출 등을 지점에 가지 않고도 상담 받을 수 있도록 풀뱅킹을 구축했습니다."
 
◇스마트금융 너머 풀뱅킹..화상채팅 상담도 일상화
 
신한은행은 특히 인터넷상에서 전문상담원과 펀드상담을 할 수 있도록 화상채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본부장은 자신의 PC에 접속해서 화상채팅 과정을 설명했다.
 
"여기 스마트펀드센터라고 있지요, 이걸 클릭하면 됩니다. 상담사들 사진도 다 나와 있고 이력도 다 나와 있지요? 이 직원들 전문성이 탁월합니다. 그런 직원들로만 뽑았어요. 설치하라는 프로그램을 이렇게 설치하면 연결이 됩니다."
 
마침 현재 1명의 상담사가 대기중이라는 안내표시가 떴다. 이 본부장이 상담직원을 클릭한 후 열려 있는 다른 창을 닫다가 그만 화상채팅 창을 닫아버렸다. 다시 화상채팅을 시도하려고 하자 대기 중인 상담사가 0명으로 표시됐다. 그새 누군가가 상담을 신청한 것이다.
 
이 본부장은 "현재 스마트폰에서는 용량, 영상통화 요금 등 몇 가지 풀어야 할 과제가 있어 화상채팅 서비스를 실시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앞으로 점차 스마트폰이 인터넷뱅킹 업무의 대부분을 대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이 스마트금융에 집중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스마트폰을 통한 상품가입이 눈에 띄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본부장은 "현재 접속건수 기준으로 인터넷뱅킹과 스마트폰뱅킹이 비슷한 수준으로, 곧 스마트폰에서의 접속이 인터넷뱅킹 접속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며 "스마트폰뱅킹을 통한 상품판매는 아직 인터넷뱅킹의 1/4 수준에 불과하지만 1~2년 전과 비교하면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1~2년 전 스마트폰뱅킹을 통해 판매된 수신상품 누적액이 100억~200억원 수준에 불과했다면 최근에는 1조원 이상으로 급증했다는 것이다.
 
◇이종산업과 제휴 확대..미래먹거리 찾는다
 
신한은행은 미래 먹거리가 될 스마트금융을 강화하기 위해 북21(BOOK21) 등 이종산업과의 제휴를 확대하고 있다. 저금리 시대에 은행들도 마냥 높은 금리를 제공할 수 없는 만큼 고객에게 금리 이외의 다른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여행, 유학, 다이어트 등 다양한 테마별 적금상품을 모아놓은 미션플러스 적금도 스마트폰과 인터넷으로 가입할 수 있는 스마트금융 상품이다. 정해진 금리 이외에 미션 수행 활동에 따라 추가 금리가 더해지고 주제에 따라 여행상품 및 유학경비 할인, 쇼핑 할인 쿠폰 제공 등 혜택이 제공된다.
 
이 본부장은 "무조건 높은 금리를 제공할 수는 없지만 다양한 업체들과 제휴를 맺어 금리 이외의 방식으로 혜택을 제공해 고객 충성도를 높이고 새로운 고객 확보에도 활용하고 있다"며 "현재 몇몇 업체들과 새로운 업무제휴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점-스마트뱅킹 융합..은행업무 연계된다
 
이 본부장은 스마트금융의 진화가 향후 지점과 스마트폰뱅킹의 경계를 허무는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예를 들어 한 고객이 지점에서 상품 상담을 받았어요. 펀드가 좋을지 적금을 들지 고민하다가 판단이 안서서 그냥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배우자와 상의를 하고 적당한 상품을 선택했습니다. 근데 다시 은행에 갈 시간이 없는 거예요. 이럴 때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에서 내 상품 상담 내역을 확인할 수 있으면 어떨까요? 가입이야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으로 언제 어디서든 할 수 있으니까요.”
 
이 본부장은 “대면 채널과 비대면 채널간 거래가 서로 연결되는 채널간 융합이 일어난다면 은행에서 상담 받고 스마트폰으로 가입할 수 있고 그 반대도 가능할 것”이라며 “채널 융합에 대비해 제도가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올해부터 기초적인 작업부터 준비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탄탄하게 구축된 국내 스마트폰뱅킹 기반을 해외 지점의 스마트폰뱅킹 구축에도 활용할 방침이다.
 
이 본부장은 "국내 업무관행이나 제도에 바탕을 둔 스마트폰뱅킹 버전을 글로벌화 할 계획"이라며 마지막 질문에도 소신 있게 향후 추진 계획을 밝혔다.
  
"중국 신한은행 지점에서 스마트뱅킹을 이용하려면 중국버전을 따로 만들어야 해요. 한국버전으로는 안되거든요. 해외 지점들 계속 늘려나가고 있으니까 앞으로 그 나라의 제도, 관행, 수요에 맞게 스마트뱅킹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겁니다."
 
두 시간 동안 차분하게 이야기를 이어온 이 본부장의 모습 속에서 그의 뚝심이 엿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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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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