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영택·최승근·염현석기자] 신고리 1~4호, 신월성 1·2호 등 원전 6기가 불량부품 사용으로 가동이 전면 중지되면서 사상 초유의 '블랙아웃'(대규모 정전)이 예고된 상황.
전문가들은 원전이 재가동되기까지 최소 4~6개월의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어 제조업 중심의 산업계는 가동률 저하를 피할 수 없게 됐다. 피해는 그야말로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더 심각한 건 ‘에너지 절약’, ‘과소비 단속’ 등 절전 동참에 대한 호소 외엔 사실상 전력 수급에 대한 현실성 있는 대안이 전혀 없어 ‘손 놓고 하늘만 쳐다봐야’ 하는 상황이란 점. 정부가 사실상 손을 놓으면서 산업 현장의 위기감은 커지고 있다.
◇예비전력 37만kW 불과..전력수급 ‘관심’ 단계 진입
산업통상자원부는 31일 신고리 1·2호기, 신월성 1호기 등 총 300만kW급 원전이 불량부품으로 인한 정비 탓에 올 여름 전력수급 대책에 비상이 걸렸다고 밝혔다.
이번 불량부품 사태로 설비용량 중 300만kW가 빠지면서 올해 총 7871만7000kW로 여름철 전력을 운영해야 한다.
이는 올 최대 전력(7834만7000kW) 대비 예비전력이 37만kW에 불과한 수준으로, 전력수급 위기 ‘관심’ 단계 진입을 의미한다.
예비전력이 100만kW 이하로 떨어지면 지난해 9월15일 상황과 같은 대규모 정전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여기에다 전력 공급의 절반을 차지하는 화력발전소도 지난해 대규모 정전 사태 이후 전력가동을 최대한 끌어올리면서 피로가 한계치에 도달했다.
◇석유화학, 가동률↓ 불량률↑..후속피해 불가피
지난 2011년 초 여수산업단지 정전 사태 당시 GS칼텍스를 비롯해 LG화학, 한화케미칼 등 26개 석유화학 업체가 700억원 이상의 피해를 입었다.
이후 가동률 저하와 제품출하 지연, 불량률 상승, 운송지장 등 적잖은 후속 피해가 잇달았다.
기업들은 자체 비상발전기 등으로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고 있지만 이조차 형편이 좋은 대기업에 국한된다. 이들 대기업들조차 갑작스런 정전에는 사실상 무방비 상태다.
또 비상발전기는 핵심공정 위주로 배치돼 있어 라인을 정상 가동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에 금호석화는 전력난 대비책으로 열병합발전소 건립 등 에너지 의존성을 낮추기 위한 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LG화학은 납사분해 과정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 등의 부산물을 활용한 자체 발전소를 갖춰 전력난에 대비하고 있다.
하지만 자체 발전소를 마련한 여수산단을 제외하고 오창 등 다른 공장은 비상발전기 외에 다른 추가 대안이 없어 피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현대제철 등 철강업 전력난 피해 '현실화'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모습.(사진=뉴스토마토)
국내 최대 철강사인
포스코(005490)는 제철소 가동에 사용되는 전력의 80% 가량을 자체 발전소를 통해 생산, 공급 받기 때문에 전력 수급에 따른 문제는 그리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다만 서울 포스코센터를 비롯해 사무 공간에서는 정부의 실내온도 지침을 준수하는 등 전사적인 에너지 절감 활동에 동참하기로 했다.
문제는 국내 최대 전기로 철강사인
현대제철(004020)이다. 올해에만 8000억원 규모의 전기를 사용할 것으로 보여 비용 부담이 크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전력 당국이 요청할 경우 전력 사용 피크 기간에 맞춰 12기의 전기로를 번갈아 보수하는 등 전력 사용을 줄이는 내용의 비상계획을 마련한 상태”라고 말했다.
전력 주무 부처인 산업부는 "기업체를 중심으로 휴가 분산, 조업 조정 등을 시행하고, 에너지 과다 사용 시 단속을 강화할 것"이라는 원론적 대안만 내놓고 있다.
조선업계는 다른 업종에 비해 전기 사용량이 적은 편이지만, 선주사에 납기일을 맞춰야 하는 특성 때문에 특정 기간 전력 사용을 줄이기는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산업부는 올 여름 전력 피크시간 할증요금제를 도입할 계획이지만 선택형 피크 요금제의 경우 대규모 사업장에는 적용되지 않아 선택의 폭이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