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끝 소공인)"우리는 '제2의 유니클로'를 꿈꾼다!"

(르포)②-2. 창신동 의류봉제공장밀집지역에 부는 새바람

입력 : 2013-06-04 오후 3:34:16
[뉴스토마토 이보라기자] "우리도 제2의 도약을 꿈꾸고 있습니다. 너무 힘들게만 조명되다보니 사람들이 더 안오는 것 같아요. 유통구조를 스스로 바꿔나간다면 이미지도 개선돼 창신동이 새로운 전환기를 맞을 수 있을 겁니다."
 
지난 2월 문을 연 서울의류봉제협동조합 박경모 회장의 말이다.
 
의류봉제협동조합은 의류봉제산업이 처한 현실을 타개하고자 창신동 일대의 의류봉제근로자들이 모여 설립했다. 창신동 647번지 인근 친목모임에서 시작된 봉제사랑회 모임이 협동조합으로 발전해 공동 구매사업, 교육과 기술개발, 공동 브랜드 개발 등을 구상하고 있다.
 
"아이가 어렸을 때 있었던 일입니다. 쉬는 날에도 일하러 가는 저를 보곤, '다른 애들 아빠는 쉬는 날에 노는데 아빠는 왜 나가?'냐고 묻더군요. 정말 마음이 찢어졌습니다."
 
◇박경모 서울의류봉제협동조합 회장이 협동조합의 활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이보라 기자)
 
사실 박 회장처럼 장시간노동에 길들여져 있던 70-80년대 젊은 노동자들이 한국의 의류봉제업을 지탱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침부터 밤11시까지 일주일에 6일 일하는 노동구조에 익숙해진 근로시스템이 요즘세대들, 즉 '신규인력' 진입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장시간 노동에 길들여진 저 같은 사람이야 그러려니 하고 일했지만 요즘 사람들이 그러려고 하나요. 모두 일이 끝난 후 자기 시간을 갖고 싶어하죠. 봉제산업이 유지되려면 이러한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몇십년간 이어져온 도매상의 생리가 하루아침에 바뀔 일은 만무하다.유통시스템을 바꾸기 힘들다면 그들 스스로 바뀌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조합 차원에서 직접 기획, 생산, 판매한다면 지금보다 이윤을 더 남기게 되고 장시간 노동시스템을 개선해나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달 중으로 자체 판매 매장 오픈과 공장 건립을 준비 중이다.
 
"바지 원단이 5000원, 임가공비가 5000원이라고 했을때 소매상인들이 이것을 1만5000원에 가져다가 2만5000원이나 3만원에 판매한다고 칩시다. 여기에서 도매상인 없이 우리가 직접 매장을 운영하고 판매해 1만7000원 정도의 가격으로 판다면, 소비자도 이전보다 낮은 가격에 물건을 살 수 있고, 우리 역시 더 많은 이윤을 얻을 수 있게 됩니다."
 
이 시스템이 자리잡으면 지금 생산량의 절반만 유지하더라도 지금과 같거나 많은  이윤을 낼 수 있다. 장시간 노동시간이 규칙적인 주5일제 근무로 바뀔 수 있고 이것이 곧 새로운 인력이 들어올 수 있는 큰 유인이 될 것으로 이들은 판단하고 있다.
 
한성화 서울의류봉제협동조합 총괄이사는 "우리 조합이 직접 판매할 수 있는 장소를 갖추고 자체 판매시스템을 구축해 나간다면 '제2의 유니클로'도 만들 수 있다"며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물론 처음으로 시작한 협동조합 일이 그리 쉬운 것만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사업체를 운영하면서 하루에도 몇 번씩 회의를 하고 관계자를 미팅하는 등 시간을 뺏기는 일도 적지 않다. 창신동 의류봉제산업을 유지시키고 발전시키기 위한 일이라는 사명감으로 난생처음 해보는 '조합일'에 창신동 일대는 들떠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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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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