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명정선기자] 지난해부터 내리막길을 걸었던 원자재 상품시장의 수퍼사이클이 종료됐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최대 수요국인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 경제성장 둔화우려로 수요가 부진하면서 그 동안 몰렸던 유동성이 빠져나갈 것이란 지적이다.
◇금값 최고치 대비 30%폭락..구리 올 들어 16%↓
원자재 상품의 수퍼사이클 종료 우려를 키우는 요인 중 하나는 금의 추락이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값은 지난 2011년 9월 온스당 1920달러였는데 현재는 1411달러로 27%나 떨어졌다.
일각에서는 금값 1000달러 붕괴도 머지 않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월가의 대표적 비관론자인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3일(현지시간) 금 '거품'이 꺼지기 시작했다면서 이 추세로 가면 2015년까지 온스당 1000달러 밑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 경기를 예측하는 구리 역시 마찬가지다. 중국 경제성장 둔화 우려에 직격탄을 맞은 것은 구리로 올 들어서만 16% 하락했다. 이날 런던 금속거래소에서 구리 가격은 톤당 6762.25달러로 18개월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알루미늄 선물 3개월물은 지난달 말 톤당 1864.25달러를 기록, 한계 생산비용선인 톤당 1900달러가 붕괴되기도 했다. 국제유가도 지난해 2~4월까지만 해도 100달러를 넘겼으나 현재는 80~90달러대에 머물고 있다.
이와 관련 빌지 에르텐 컬럼비아대학 교수는 “역사적으로 상품시장은 세 번의 수퍼사이클을 경험했으며 현재는 10년전 중국 산업화로 시작된 네 번째 수퍼사이클의 중간 지점에 와 있다”며 "앞으로 수퍼사이클이 5년 이내에 종료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中 성장률 둔화..사이클 종료 빨라질 수도
원자재 가격 내림세가 멈추질 않으면서 일각에서는 원자재 상품 수퍼사이클 종료가 더욱 빨라질 것이란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마르셀로 쥬갈 세계은행 경제정책 이사는 “원자재 상품시장이 곧 슬럼프를 겪게 될 것”이라며 “이에 대한 대비를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수 년간 원자재 상품 붐은 자원개발국에 부를 안겨줬지만 지금은 이를 둘러싼 환경이 달라지고 있음을 직시해야한다는 것이다.
특히, 악명 높은 원자재 상품 시장의 변동성은 이들 국가를 재앙 수준의 위기로 내몰 것이란 우려다. 자원개발국들은 1980년 원자재 위기로 금융시장 뿐 아니라 사회 정치적 불안이 심화됐었다.
쥬갈 이사는 특히, 상품시장 최대 수요국인 중국의 경제성장이 최근 7%대로 낮아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가 상품가격의 가장 큰 하락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어 수퍼사이클 종료시기가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지난 1분기 경제성장률은 7.7%로 전분기 7.9%에서 0.2%포인트 낮아졌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8%에서 7.75%로 하향 조정했다. 전망치가 8%를 밑돈 것은 13년만의 일이다.
지난달 씨티그룹도 올해 상품 수퍼사이클 종류를 알리는 종이 울리고 있다고 경고했으며 삭소 뱅크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역시 원자재 가격 사이클이 무너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골드만삭스 역시 지난달 중국과 유럽 등의 수요 감소를 이유로 상품시장에 대한 단기 투자전망을 ‘비중 확대’에서 ‘중립’으로 낮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