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광범기자]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4일 국회에서 민주당 국정원대선개입사건진상조사특위 위원들을 만났다. 황 장관은 이 자리에서 "철저히 수사하고 있다"고 전날 광주에서 했던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했다.
황 장관은 국정원 사건 수사에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선거법 위반 혐의 적용을 놓고 검찰 수사팀과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국정원 사건 진상조사특위 간사인 김현 의원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황 장관과의 면담 사실을 밝혔다.
김 의원에 따르면, 황 장관은 국회 본회의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교섭단체대표 연설 직후 진상조사특위 민주당 의원들의 요청에 따라, 법사위원장실에서 20여분 동안 대화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황 장관은 "어제 광주에서 말씀 드린대로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철저히 수사하고 있다.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것이다. 통상적인 업무보고가 진행됐다. 수사 진행과정과 협의 내용은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 이 자리에서 말할 단계는 아니다"라며 "말한 대로 하겠다. 결과를 보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 의원이 '선거법 위반이 아니기를 희망하는 사람도 있다'는 질문에, 황 장관은 "희망을 가지고 (수사)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고 김 의원은 밝혔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사진=박수현 기자)
황 장관과의 면담에 참석한 민주당 한 의원은 이와 관련해 "황 장관이 검찰의 영장 청구를 막은 것은 청와대와 새누리당에 '자신이 이 정도의 노력을 했다'는 시그널을 보낸 것으로 본다"며 "황 장관의 오늘 태도를 보면, 저쪽에 시그널을 충분히 줬기에 앞으로는 검찰의 수사 방향을 용인할 것으로 본다"고 해석했다.
이날 황 장관과의 면담에서 박영선 법제사법위원장은 "경찰, 검찰, 국정원에 의한 불법선거 정치개입문제를 제대로 수사해 신뢰받는 계기를 마련해달라. 공명하게 처리해 재발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희망"이라며 "다른 우려를 하고 있는 점에 대해 불식시켜달라"고 황 장관에게 요구했다.
김 의원의 브리핑에 함께 자리한 정청래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떳떳하고 당당하다면 국정원 악습의 고리를 끊고 새로 태어나는 국정원 상을 재정립해야할 것"이라며 "박 대통령의 국정철학이 확고하다면 황 장관은 주변의 소리와 유혹에 귀를 기울이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함께 자리한 이춘석 의원도 "원 전 원장을 공직선거법으로 기소하지 않는다면 박근혜 정부는 앞으로도 국정원의 정치개입과 선거개입을 용인하겠다는 것이고, 검찰도 앞으로 이런 사태가 재발됐을 때 다시 공직선거법으로 기소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