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가 아이언' 나오기까지..실패와 좌절, 눈물의 도전史

입력 : 2013-06-07 오전 9:03:36
[뉴스토마토 곽보연기자] "개발이 한창일 때는 새벽 퇴근이 일상이었어요. 휴일도 없이 출근했지요. 팬택 제품들 중 개발 과정이 가장 험난했던 제품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애플마저 개발에 실패, 혀를 내두르며 포기했던 스마트폰과 메탈과의 결합. 토종기업 팬택이 이를 해냈다. '베가 아이언'이란 이름으로 세상에 나오기까지, 이면에는 실패와 좌절, 눈물의 도전사가 있었다. 개발에 참여했던 이들 모두가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험난했던 과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올 1분기 국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10% 초반대까지 떨어지며 3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가고 있는 팬택으로선 베가 아이언에 거는 기대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전부를 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독하게 만들었다. 팬택의 '오뚝이 정신'이 여지없이 발휘된 것이다. 당연하다. 회사의 회생 여부가 '베가 아이언'에 달렸기 때문이다.
 
베가 아이언은 팬택의 기술력을 대내외에 다시 한 번 과시한 걸작이다. 현재 판매량만을 높고 시장의 평가를 속단하기엔 이르다. 문제는 시장구도다. 애플이 주도하던 '혁신'이 실종되면서 시장은 과거 마케팅 싸움으로 전환했다. 자본 전쟁이란 얘기다. 팬택이 불한해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럼에도 팬택은 베가 아이언이 재기, 나아가 도약의 분명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자신한다. 땀과 눈물이 서려 있어서다. 개발까지 뒷얘기를 들어보기 위해 7일 김규태 팬택 부품개발팀 선임과 배정헌 국내상품기획팀 사원을 서울 상암동 팬택 사옥에서 만났다. 이들에게 베가 아이언은 바로 '나 자신'이다.
 
◇베가 아이언을 만들기 위해 출퇴근을 잊은 채 개발에 매달렸던 김규태 팬택 부품개발팀 선임과 배정헌 국내상품기획팀 사원. 베가 아이언을 들고 웃고 있다.(사진=팬택)
 
◇베가아이언의 생명 '리얼 메탈'..개발 위해 흘린 땀
 
한 손에 쏙 들어오는 4인치부터 노트처럼 사용하는 6인치급까지 스마트폰 사이즈가 다양해졌다. 기존 흑백에 국한됐던 제품 색상은 점점 자연의 색을 닮아갔다. 더 빠른 두뇌 가동속도를 자랑하는 제품이 나왔고, 차별화된 앱을 탑재해 소비자의 이목을 끄는 제품도 출시됐다.
 
시중에 나온 수십가지 종류의 스마트폰들 중 소비자의 눈에 띄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개성을 갖춰야 했다. 팬택의 개발자들이 메탈 테두리를 완성시키기 위해 땀을 흘린 이유다.
 
"우리가 진짜 제품화(상용화)할 수 있는 기술인지를 검증하기 위해 수없이 일본을 드나들며, 엔지니어들과 검증의 검증을 거듭했어요. 개발자들도 고민이 많았고, 모든 부서에서도 고민이 많았습니다. 우려였습니다."
 
기존 스마트폰은 알루미늄이나 플라스틱이 몸체를 감싸는 테두리로 적용됐다. 이 재질들은 제품 무게를 줄일 수는 있어도 긁힘이나 깨짐 등의 상처에는 약했다. 1년만 사용해도 테두리나 몸체에 스크래치가 나는 게 다반사.
 
◇메탈 소재의 테두리와 플라스틱 소재 테두리를 각각 6개월, 1년, 2년 사용한다고 가정하고 테스트를 실시했더니 플라스틱 소재는 흡집과 깨짐, 스크래치 등이 많이 생겼으나 메탈은 큰 변화가 없었다고 팬택은 설명했다.(사진=곽보연기자)
 
팬택은 메탈 테두리에 도전했다. 우려를 넘어 '무리'라는 주위의 비아냥도 있었다. 메탈은 스마트폰의 아이콘인 애플도 시도했으나 결국 접어야만 했던 소재였다. 팬택은 '변하지 않는 가치'를 스마트폰에 접목시키고 싶었고, 방법은 메탈뿐이었다.
 
예상대로 메탈 테두리를 만드는 과정은 처음부터 쉽지 않았다. 김규태 선임은 메탈 테두리 개발 단계에서 안테나를 잡는 부분이 가장 고생스러웠다고 회고했다. 김 선임은 "감도 해결이 가장 곤혹스러웠다"며 "손으로 제품을 잡으면 안테나 감도가 떨어지는 문제가 생겼다. 쉽게 해결이 안 됐다"고 털어놨다.
 
결국 테두리 전체에 안테나를 씌우는 작업을 통해 메탈 테두리를 완성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김규태 선임은 "재료공정에서도 메탈 소재를 쓰면 생산방식부터 조립방식까지 달라지게 된다"며 "이 부분까지 고민을 해야했기 때문에 생산부서에서도 고민이 컸다"고 설명했다.
 
메탈은 그 자체로도 생산단가가 높기 때문에 개발 초기 임직원들의 우려가 컸다. 제품화하고 양산화하는 공정, 특히 제품을 조립하는 과정에서도 메탈 소재에 맞게 조립방식을 변환해야 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생산단가가 높은 소재인 만큼 베가 아이언은 외관을 꾸미는데만 재료비가 3배 이상 들어갔다. 비용적 측면에서도 경영진을 고민스럽게 만들었다.
 
하지만 팬택 임직원들은 '메탈이 아니면 차별화가 힘들다'는 간절함을 공유하고 있었고 결국 메탈을 포기할 수 없었다. 베가 아이언의 개발비용은 200억원이 넘었다. 다른 제품에 들였던 비용에 비해 월등히 많은 돈이 들어간 건 아니지만 메탈 디자인, 하나를 완성키 위해 투입됐다. 집념이었다. 오기이기도 했다.
 
◇지난 4월 팬택 베가아이언 출시회 행사에서 회사측 관계자가 메탈 테두리를 따로 떼어내 보여주고 있다.(사진=곽보연기자)
 
◇LCD의 한계를 뛰어넘은 '인셀 디스플레이'
 
베가아이언의 또 다른 강점은 기존 LCD보다 화질, 색 재현력, 야외시인성 등을 대폭 강화한 인셀(InCell) 디스플레이다. 인셀은 터치 센서와 액정이 개별적으로 붙어있는 기존 터치 패널과는 달리 액정내에 터치 센서가 내장된 있는 방식으로, 밝은 화면은 물론 터치감까지 향상된 디스플레이 형태를 말한다. 애플의 '레티나 디스플레이'가 대표적인 예다.
 
다만 팬택은 이 과정에서 베젤이 거의 없는 '제로 베젤' 디자인 구현을 위해 일반적인 인셀 LCD보다 수십개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야했다. 아이폰이 자랑하는 디자인, 레티나 디스플레이와 동등한 성능을 구현하는 동시에 디자인 차별화까지 잡아야 하는 고충이 있었던 것이다.
 
김규태 선임은 "제로 베젤을 구현하기 위해 LCD를 튜닝하는 과정에서 성능확보가 가장 힘들었다"며 "인셀 LCD는 디자인적 요소를 고려하다보니 베젤을 없애기 위해 일반 터치 윈도를 사용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셀 LCD는 메탈 테두리만큼이나 양산 과정에서 번거롭고 힘든 부분이 많았다고 회고했다. 인셀 LCD를 협력사와 같이 개발하는 과정에서 원했던 만큼의 터치 스펙이 나오지 않은 것. 팬택은 더 높은 스펙을 원했지만 부품 공급사에겐 역부족인 부분이 있었다.
 
결국 일본의 협력업체는 개발을 포기했다. 개발자들이 교착 상태에 빠져 있을 때 재팬디스플레이(JDI)에 도움을 요청했다. 소니, 도시바, 히타치의 중소형 디스플레이 패널 합작사인 JDI는 모토로라 휴대폰의 디스플레이를 제작한 업체로, 일명 '군용스펙'으로 불리던 모토로라 스펙을 만족시킬만큼 품질 검사에 철저했다.
 
제로 베젤과 디스플레이 기술에 대한 팬택의 목표는 더 커졌다. 김 선임은 "인셀과 온셀은 앞으로 제로 베젤을 구현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솔루션이 됐다"며 "이제는 풀HD 인셀을 목표로 갈 것이다. 시제품도 나왔다"고 말했다.
 
팬택의 차기 스마트폰이 어떤 디스플레이를 탑재할지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팬택의 '베가 아이언'은 변하지 않는 가치를 선물해줄 리얼메탈과 업계 최초의 인셀 LCD를 탑재한 제품이다.(사진제공=팬택)
 
◇'베가 아이언' 경쟁상대는 삼성의 '갤럭시S4'
 
팬택이 베가 아이언을 공개한 것은 지난 4월18일이다. 일주일 뒤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이끄는 삼성전자가 차기 전략작 '갤럭시S4'를 시장에 내놨다. 주변에서 걱정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정면대결을 선택한 팬택의 전략에 대한 우려였다.
 
"삼성의 갤럭시S4에는 다양한 앱들이 담겨 있어요. 소프트웨어적인 면에서는 마케팅 요소로 활용되기 좋겠죠. 하지만 소비자가 원하는 기능들이 담겨 있는 건 아니었어요."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의 과잉 탑재는 마케팅 측면에서 훌륭하게 사용될 수 있지만 결국 그 앱을 사용하는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실질적으로 필요한 기능은 많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한 번 붙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팬택은 우선적으로 하드웨어의 스펙과 디자인을 일순위로 고민했다. 다양한 소프트웨어도 중요하긴 했지만, 무엇보다도 안정적인 소프트웨어 구동이 관건이라고 판단했다.
 
소프트웨어들 중 음성인식 기능은 팬택을 통해 세상에 나온 기능이다. 팬택은 목소리로 모든걸 조정할 수 있는 음성인식 기능을 개발했다. 때문에 다른 어떤 기기보다 음성으로 기기를 조정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지고 편리해졌다.
 
팬택은 자사 스마트폰에서 사용할 수 있는 질 좋은 앱을 늘리기 위해 앱 개발업체들과 컨소시엄을 만들고 풀을 구성했다. 미팅을 통해 팬택과 가장 잘 어울리는 업체를 선택해서 앱을 개발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팬택은 베가 아이언보다 더 나은 스마트폰을 개발하기 위해 오늘도 땀을 흘리고 있다. 베가 아이언에 '변하지 않는 가치'를 담기 위해 뛰어온 만큼, 팬택은 지금도 계속 뛰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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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보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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