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조선업 부실기업 솎아내기가 채권은행들의 이해 관계나 해당 기업들의 로비, 압력, 비방 등으로 흐지부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조선.건설업의 구조조정이 `용두사미'로 끝나면 경제의 부실과 거품 정리작업 전반이 흔들리면서 위기극복에 차질이 생긴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13일 금융계에 따르면 상당수 건설사들의 대표와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은 주채권은행에 찾아와 워크아웃이나 퇴출에서 벗어날 수 있는 B등급 이상을 받아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하는 등 홍보전과 로비전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일부 건설사들은은 자신의 상대적 우위를 드러내기 위해 경쟁사들에 대한 각종 비방도 서슴지 않고 있다.
채권은행의 한 관계자는 "자기 회사의 재무상황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다른 기업들의 부정적인 측면을 얘기해주는 기업들이 많다"며 "오히려 다른 회사를 통해 중요한 정보를 듣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신용위험평가 대상 업체가 은행을 통해 자신들이 어느 등급에 속할지 알아보거나 로비를 할 가능성이 있어 여러 차례 회의를 통해 엄정하고 원칙에 맞게 심사하라고 당부했다"고 밝혔다.
게다가 건설사와 조선사들은 평가기준에 문제가 많다면서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경영진의 평판 등 비재무적 평가기준이 모호할 뿐 아니라 ▲평가기준에 사업의 장래성 등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등 대형사에에 유리하고 ▲지방.해외 분양 사업 비중이 높은 회사가 불리해지는 불평등 구조를 갖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선업체에 대한 구조조정에 대해서는 지자체도 적극 반대하고 있다.
박준영 전라남도 지사는 최근 성명에서 "조선사 구조조정 기준이 중소형 중소산업의 발전 잠재력 등에 대한 구체적인 검토 없이 금융논리만으로 진행되고 있다"면서 "2004년 정부 전략산업으로 선정돼 이제 막 시작한 중소 조선사를 퇴출시킨다면 앞으로 누가 정부 정책을 믿고 투자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런 상황에서 주채권은행들은 거래 기업들을 가능하면 퇴출이나 워크아웃으로부터 보호하려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모은행 관계자는 "주채권은행들은 거래 업체가 실제 D등급이라면 C등급을, C등급이라면 B등급으로 매기고 싶은 유혹을 느낀다"며 "따라서 다른 채권 은행들과 시각 차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 최문박 연구원은 "은행 차원에서 업체 모니터링은 가능하지만 시중은행이 정부처럼 과감하게 옥석가리기에 나서기는 어렵다"며 "이런 상황에서 건설사의 로비 등이 있다면 은행 중심의 구조조정은 더 지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 연구원은 "현재처럼 구조조정이 지연되는 상황이 장기화되면 금융권의 대출 기피가 심화될 수 있다"며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한번에 패키지로 대책이 나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