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염현석기자]
LG화학(051910)이 청주공장에서 폭발사고가 있었지만 경미하다는 자체판단에 의존, 소방당국 등 관련 기관에 신고조차 하지 않아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LG화학이 올 들어 안전을 제1의 경영원칙으로 내세운 상황에서 이 같은 은폐 시도가 일어나 그간의 노력은 무색케 됐다는 평가다. 박진수 대표이사의 현장경영도 빛을 발하게 됐다.
지난 5일 오후 6시쯤 충북 청주시 청주산업단지 내 LG화학에서 광학필름을 생산하는 공정에서 압력을 이기지 못한 진공펌프가 내부에서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일부 유리창이 깨지고, 인근에서 작업하던 직원 1명이 깨진 유리창에 부상을 입었다.
비록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유독물질을 다수 취급하는 석유화학 특성상 화재 발생이나 추가 폭발사고 등 '2차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다는 게 다수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자칫 큰 인명피해를 낳을 수 있는 대형사고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는 얘기.
그럼에도 LG화학은 경미하다는 자체판단에 관련당국에 사고 발생을 신고하지 않았고, 이에 이틀이 지난 7일 논란에 이르렀다. 재난 관련 전문가들은 사고의 경중을 먼저 따지기 보다 사고 발생 즉시 관계 당국에 신고하고, 2차 사고 방지에 최선을 다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한 재난관리 전문가는 "사고가 발생하기까지 300번 이상의 이상징후가 발생한다"며 "사소한 사고를 그냥 지나칠 경우 반드시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투명한 사후처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사고가 발생한 지 1시간 정도가 지난 오후 7시쯤 112 상황실로 접수된 한 시민의 신고를 받고서야 뒤늦게 사고 발생을 확인했다. 충북소방본부는 경찰보다 늦은 오후 7시40분쯤 언론사의 사고 확인 요청을 접하고서야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사고가 발생한 공장이 유독물질을 취급하는 화학공장이 아닌데다 상황 파악 후에 곧바로 고용노동부와 경찰, 소방당국에 사고 경위에 대한 설명을 마쳤다는 게 LG화학 측 해명이다.
LG화학 관계자는 "화재나 인명피해, 유해물질 누출 등이 없는 경미한 사고였기 때문에 의무신고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그럼에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고용노동부와 소방당국에는 상황을 전파했다"고 해명했다. 또 "상황 파악에 앞서 신고가 접수됐을 뿐, 그 어떤 은폐 시도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늑장신고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 시인하겠지만, 은폐 기도 등의 의혹에 대해선 억울하다는 항변이었다. 사실이 왜곡돼 전달되는 것에 대한 우려를 숨기지 않았다.
한편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LG실트론 불산 누출 사고 이후 계열사 CEO들을 불러 "준법활동과 환경안전이 뒷받침되어 얻는 성과만이 의미있다"며 안전제일주의를 강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