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최근 신고리 원전 등에서 성능이 조작된 부품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 원전 3기가 동시에 멈추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가운데 지난 2011년 일어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우리나라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는 공포감이 커지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2011년 3월 일본 동북지방에서 리히터 규모 9.0의 대지진이 발생하면서 일어났다. 당시 지진으로 원자로를 냉각시키는 장치가 고장 나자 원전본부는 바닷물로 원자로를 식혔는데 바닷물을 순환시키는 과정에서 방사능이 누출됐던 것이다.
일단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와 일본의 원자력발전소는 구조적으로 다른 설계로 지어졌고, 우리나라 원전은 일본 것보다 더 안전한 구조기 때문에 일본과 같은 원전사고는 일어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분석하고 있다.
◇지난 5월28일 성능이 조작된 불량부품을 사용한 사실이 드러나 가동이 정지된 신고리 원전1·2호기 전경(사진제공=뉴스토마토)
7일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전본부 관계자에 따르면 우리나라 원전은 '가압경수로형(PWR, Pressurized Water Reactor)'으로 건설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것은 원자로를 식히는 냉각재와 핵분열 속도를 조절하는 감속재를 일반 물(H2O)로 사용하는 원전이다.
가압경수로의 가장 큰 특징은 원전 구조가 원자로 안을 순환하는 1차 계통과 원자로의 핵분열로 발생한 증기를 순환시키는 2차 계통, 2차 계통에서 터빈을 돌리며 전기를 만든 증기가 물이 됐을 때 이를 바다로 내보내는 3차 계통이 서로 분리됐다는 점이다.
<가압경수로형 원전의 구조>
(사진제공=한국수력원자력)
또 각 계통은 서로 차단됐기 때문에 1차 계통에서 나오는 방사능이 2차, 3차로 나갈 가능성이 적어 방사능이 유출될 위험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장점 때문에 현재 전 세계 원전의 60% 정도가 가압경수로형으로 만들어졌다.
반면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일으킨 일본은 대부분 비등수로형(BWR, Boiling Water Reactor)으로 지어졌다. 비등수로형은 가압경수로형과 달리 원자로에서 만들어진 증기가 직접 터빈을 돌린다. 가압경수로형에서 1차와 2차 계통도가 합쳐진 셈이다.
원자로 계통과 터빈 계통이 완전히 분리되지 않아 방사능이 새어 나갈 위험이 크다는 것이 단점이지만 계통이 단순해서 비용이 싸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안전성 문제가 워낙 심각해 일본은 앞으로 건설할 원전은 가압경수로형으로 짓는다는 원칙을 세웠다.
한수원 관계자는 "원전 구조만 보면 가압경수로형은 비등수로형보다 안전성이 훨씬 높다"며 "우리나라 원전은 모두 가압경수로형인데다 일본과 같은 지진 위험도 없고 원자로 외관을 5중 방호벽으로 설치했기 때문에 방사능 누출 위험이 적다"고 강조했다.
<원자력발전소 5중 방호벽 구조>
(사진제공=한국수력원자력)
그러나 단순히 구조적인 안전성만 가지고 원전사고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일본 역시 동일본 대지진 전까지는 비등수로형의 안전성을 의심하지 않은데다 현재 전 세계 원전의 20% 정도에서 사용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에너지정의행동 관계자는 "우리나라와 일본의 원전구조가 다르다지만 일본도 후쿠시마 사고 전까지는 원전의 안전성을 맹신해 50기까지 늘렸다"며 "원전 감축을 목표로 다른 에너지원의 상용화를 추진하고 기존 원전의 안정성도 더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후쿠시마 사고 후 우리 정부는 지진과 해일 등 자연재해에 따른 원전 사고에 대처하기 위해 원전의 안전성을 보강했다"며 "해일을 막는 방호벽을 기존 7m에서 10m로 높이고 지진이 감지되면 원자로를 자동 정지시큰 장치도 설치했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신고리 원전 사태로 전력공급에 차질을 빚는 상황에서 나타나듯 원전에 대한 높은 의존율은 문제로 지적된다. 당장 방사능이 누출되지 않더라도 원전 가동이 중단되면 전력대란이 일어날 수 있어 여기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전력(015760)과 전력거래소 등의 자료를 보면 지난 2012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발전원별 총 설비용량은 8100만㎾ 규모인데 이 가운데 25.3%를 원전이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력 등 신재생에너지의 용량은 10%가 되지 않았다.
에너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는 본격적인 상용화가 더딘데다 이론과 달리 국내는 적합하지 않은 게 많다"며 "원전이 최선도 아니지만 최악도 아닌 만큼 장기적으로 원전을 대체할 에너지를 찾아야한다"고 제안했다.
우리나라는 국토면적이 좁아 여의도 면적의 10배 이상이 필요한 대규모 태양광 발전과 풍력 발전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또 산의 높이가 낮고 산림자원이 부족하며 하천의 유량도 적어 바이오에너지 개발과 수력 발전도 용이하지 않다는 것이다.
때문에 안전성을 강화한 원전을 징검다리 삼아 원전을 대체할 에너지 개발을 위한 시간과 벌어야 한다는 논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