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미연기자] 지난 한주간 국내증시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우려와 일본 증시 급락 영향으로 다시 얼어붙었다.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양적완화가 급격히 종료될 것이란 우려는 과도하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불거지고 있는 미국 연방준비제도 정책 변경의 핵심은 양적완화의 '종료'가 아닌 '축소'에 대한 논쟁이라고 입을 모았다. 현 시점에서 미국 경제의 자생력에 대해서는 여전히 물음표가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일 발표된 연준의 베이지북에서는 제조업과 경기 여건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가 직전 보고서보다 하향 조정됐다. 또 이목이 집중됐던 노동부의 고용지표 역시 소폭 개선되긴 했지만 연준이 자산매입 규모 축소를 시행하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 시장의 평가다.
한범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현재 미국 경제는 양호하지만 완전한 상태는 아니다"라며 "연준의 출구전략이 조기에 시행돼 정부의 이자 비용 부담이 빠르게 증가할 경우 미국 경제에 악재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연준의 양적완화는 올해 하반기에 규모 축소, 내년 상반기에 종료된다는 시각"이라며 "따라서 출구전략 시행은 빨라야 내년 하반기, 늦으면 2015년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0년대 이후 선진국에서 발생한 증시 불안 요인들이 오히려 이머징 시장에서 더 큰 파급력을 발휘했기 때문에 긴장을 유지해야 한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임종필 현대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으로 인한 증시 조정기에 이머징 증시가 선진국보다 약 10% 정도의 추가 하락폭을 기록했고, 지난해 유로존 재정위기가 심화됐을 때도 이머징 증시가 5% 이상의 추가 낙폭을 보였다"며 "이머징 증시는 시장위험도 증가 우려가 선진국보다 더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머징 마켓의 현 상황도 이와 유사하다. 선진국의 양적완화 축소 우려와 이로 인한 달러 강세의 영향을 받으면서 지난 한 달 간 이머징 시장의 주식은 선진국보다 5.4%, 채권은 3.6% 추가 하락했다.
임 연구원은 "미국과 일본 증시가 6월에는 조정국면에 들어설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이로 인한 투심의 위축이 국내 증시에도 단기적으로는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증시가 하락한 근본적인 원인이 글로벌 유동성 변화 우려에서 발생한 만큼 투심 안정에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책 방향이나 당국자들의 발언 하나에도 시장이 예민하게 반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려를 키우기보다는 증시의 추스림을 기대하자는 시각이 우세하다. 미국의 양적완화가 급격히 축소되거나 일본의 상황이 구조적인 리스크로 확대될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임 연구원은 "현재 상대적으로 낮은 밸류에이션을 바탕으로 채권 대비 주식의 상대적 투자매력이 높은 상황"이라며 "2분기 실적추정치 역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유동성 축소 우려로 인한 국내증시 조정압력은 PBR 1배(코스피 1910선) 이상에서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