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기성기자] 한화가 예상치 못한 돌발악재에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일단 대외적으로는 “그룹과는 무관한 개인문제”로 치부하며 입장 표명을 자제하고 있지만, 내부에서는 비상사태에 준하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는 전언이다.
그도 그럴 것이 당장 김승연 회장(사진)에 대한 부정적 여론만 환기시키는 꼴이 됐다. 2007년 청계산에서 있었던 폭행 사건이 자연스레 상기되면서 혹여라도 다가올 대법원 판결에 악영향을 미칠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자칫 김 회장의 공백이 길어질 경우 이라크 재건 등 한화의 숙원사업도 제자리 걸음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평가다. 현재 한화는 비상경영체제를 가동 중이지만 김 회장의 존재감이 워낙 컸던 터라 공백을 쉽사리 메우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올 초 2043명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 재계를 선도했던 의미도 일정 부분 빛을 잃게 됐다. 한화는 당시 경제민주화에 부응하고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앞장서기 위해 이 같은 결단을 내렸다고 밝혔지만, 정치권과 재계에서는 김 회장의 구명을 위한 행보로 받아들였다.
정치권이 온통 재벌개혁으로 대표되는 경제민주화 분위기에 휩쓸려 있는 상황에서 한화로서는 정치권을 움직일 유일한 창구인 여론을 다독일 필요가 있었다는 게 주된 분석이었다. 동시에 사법부 판결에도 일정 부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심 기대되기도 했다.
특히 김 회장의 경우 1심과 2심에서 횡령과 탈세 등의 혐의에 대해서는 모두 무죄를 선고 받은 만큼 비교적 배임에는 관대했던 사법부 관행에 기댈 소지도 있었다. 여기에다 김 회장이 건강 악화에 조울증까지 겹치며 구속집행이 정지되면서 동정론도 일었던 게 사실이다. 김 회장 특유의 당당함이 병상으로 사라지면서 재계의 안타까움도 커졌다.
그러나 10일 예기치 못한 소식이 전해지면서 한화그룹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특히 유흥업소 종업원과의 시비 끝에 아버지인 김 회장마저 논란에 휘말리게 했던 당사자가 이번 대마초 건에 또 다시 연루되자 적잖은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소식을 접한 한화 관계자는 “뭐라 딱히 드릴 말이 없다”고 긴 한숨만 내쉬었다. 그룹과는 별개인 전적인 개인잘못일뿐더러 김 회장 항소심과도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음에도 한묶음으로 비난의 화살 앞에 놓일까 우려가 짙었다. 잘못은 잘못대로 인정하고 마땅히 처벌 받아야겠지만 혹여 불똥이 그룹 또는 김 회장에게로 튀일까 걱정의 눈빛이었다.
앞서 인천지검 강력부(부장 정진기)는 9일 김 회장의 둘째 아들 김모(28)씨가 상습적으로 대마초를 피워온 혐의(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를 포착하고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김씨는 지난해 9월 경기 오산시 미군 공군기지 소속 주한미군 A(23) 상병이 군사우편으로 밀반입한 대마초를 한국계 미국인 브로커로부터 넘겨받아 피운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현재 신병치료 등을 이유로 미국에 체류 중이며, 검찰은 김씨의 변호인을 통해 김씨의 귀국과 조사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그룹은 이에 대해 “김씨가 귀국하는 대로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