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아름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강력한 보조금 단속에 나서면서 이동통신사들이 결합상품 경쟁에 나섰다. 여러 서비스를 묶은 결합상품에 큰 할인을 제공하거나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이동통신 대리점에서는 '이동통신서비스나 초고속 인터넷에 가입하면 IPTV를 거의 공짜로 볼 수 있다'는 말로 고객들을 현혹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통사 보조금을 누르려다 보니 이 돈이 다른 쪽으로 몰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나는 셈인데, IPTV가 덤으로 얹어주는 공짜 상품으로 전락하면 유료 방송시장 전부가 수렁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11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이어진 보조금 집중 단속 이후 일부 통신사업자들이 초고속 인터넷과 IPTV를 중심으로 한 결합상품에 거액의 보조금을 얹어주고 있다.
방통위가 허용하는 유선통신 보조금 한도는 초고속 인터넷 19만원, 초고속인터넷과 인터넷전화 또는 인터넷TV(IPTV) 등 2종을 묶은 결합상품(DPS)은 22만원, 3가지를 모두 묶은 3종 결합(TPS)은 25만원이다.
(사진=온라인 대리점 홈페이지 캡처)
하지만 최근 온라인을 중심으로 TPS에 3년 약정을 조건으로 가입하는 경우 40만~50만원의 현금을 지급하는 대리점들이 등장하고 있다. 벽걸이 TV 등 고가의 가전제품을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경쟁이 과열되면서 가입을 결정짓는 요소가 보조금으로 귀결되다 보니 IPTV 서비스가 '끼워팔기' 상품으로 전락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SK브로드밴드(033630)와
LG유플러스(032640) 등 IPTV사업자들은 앞다퉈 새로운 스마트 IPTV를 선보이고 있지만 요금은 전과 같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지난달 4개 방송 채널을 한 화면에서 볼 수 있는 '멀티뷰' 기술이 적용된 유플러스tvG의 이용 요금은 월 9900원(3년 약정기준)으로 디지털케이블TV의 절반 수준이다. 결합상품의 경우 요금은 더 내려간다. 클라우드 스트리밍을 통해 셋톱박스 교체없이 스마트 TV 서비스를 즐길 수 있도록 한 SK브로드밴드 역시 요금 인상은 하지 않았다.
모바일 IPTV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SK텔레콤(017670),
KT(030200), LG유플러스 이통3사는 특정 요금제에 가입하거나 결합상품에 가입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모바일 IPTV를 사은품으로 '증정'하고 있다.
이통사들은 "요즘 방송통신 시장의 큰 흐름은 역시 결합상품"이라며 "대부분의 신규 가입자가 결합상품을 통해 확보되는 만큼 신경을 쓰는 것이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유료방송업계는 걱정스러운 눈치다. 이런 과열경쟁이 시장 전반에 타격을 입힐 수도 있다는 얘기다. 특히 직접적인 경쟁관계에 있는 케이블TV 업계에서는 볼 멘 소리가 터져나온다.
한 케이블TV업계 관계자는 "아직 가입자 이탈까지는 나타나지는 않았다"며 "이 문제는 당장 얼마 뺏고 뺏긴다는 단기적 관점이 아니라 좀 더 멀리 봐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치킨 게임으로 유료방송 서비스의 요금이 점점 내려가면 프로그램 공급자(PP)들에게 돌아가는 돈이 줄어든다"며 "IPTV 사업자들은 VOD 판매 등 부가 수익으로 할인된 부분을 충당할 수 있지만 PP들은 고스란히 부담을 떠안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통사 보조금만 '잡도리'하는 방통위에 대한 성토도 나왔다. 유선통신 서비스에 대한 보조금이나 결합상품으로 인한 가격 경쟁에는 손을 놓고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 사업자들이 제 살 깎아먹기 경쟁을 하다보면 콘텐츠의 질도 저하될 수 밖에 없다"며 "새로운 기술 도입 운운하며 플랫폼 간 결합을 용인하는 정부가 왜 이런 부작용은 고려하지 않느냐"고 성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