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항소심 재판부, 펀드 출자 선지급금 '자금흐름' 주목

입력 : 2013-06-10 오후 6:16:45
◇최태원 SK그룹 회장(오른쪽), 최재원 부회장(왼쪽)
 
[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SK(003600)그룹 총수 형제의 항소심을 맡고 있는 재판부가 '펀드 출자금'이 조성된 경위, 즉 '자금 흐름'에 주목하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4부(재판장 문용선)는 10일 열린 공판에서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이 이 건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것 같고, 그 다음이 김준홍 전 베넥스 대표인 것 같다"고 운을 뗐다. 이어 "최태원 회장은 알 수도 있을 것 같고 모를 수도 있어 보인다. 법리상으로는 알 것 같기도, 사실상으로는 모를 것 같기도 하다. 그 반대의 경우도 생각된다"고 말했다.
 
또 "최재원 부회장은 (자금 흐름에 대해)김 전 대표와 비슷한 수준으로 아는 것 같다"며 "최 부회장이 최 회장에 대해 뭐라고 진술했던지 간에, 최 부회장은 일단 수사기관과 1심 법정에서 자신의 범죄사실에 대해 자백한 다음, 항소심에서 부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 부회장은 (자금 흐름에 대해)분명히 많은 것을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증거로서 드러났다"며  "자금 흐름은 이 사건의 핵심이자 결정적 그 자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문 부장판사는 이날 공판에서 김 전 대표를 상대로 무려 2시간 가까이 'SK 계열사가 펀드 출자금을 선지급 하게 된 경위'에 대해서만 집중적으로 증인신문했다.
 
재판부는 'SK가스 등 각 계열사 대표를 만났을 때, 대표들이 선지급 받는 이유에 대해 묻지 않았는가'라고 김 전 대표에게 물었고, 그는 'SK텔레콤과 SK E&S 측에서는 '회장님 지시사항'으로 알고 있었고, 별다른 질문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전 대표는 다만 "SK가스 측이 펀드 출자금을 선지급 받는 경위에 대해 묻자' M&A시장에 물건이 급하게 나오면 계약할 수 있으니 먼저 돈을 받고 펀드를 조성하겠다'는 취지로 설명했다고 답변했다. 
 
재판부가 어째서 '김 전 전무에게 보낼 돈'이라고 설명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김 전 대표는 "회장이 선물에 투자하는 게 흉이 될까봐 제 선에서 설명하는 식으로 말했다"고 답했다.
 
이어 김 전 대표는 'SK가스의 2차 출자는 1차 출자와 달리, 실무진들이 선지급에 반발했다. (M&A 시장의 물건 게약 이야기를 꺼낸 건) 실무진들의 반발을 무마할 명분이 필요했던 것 아닌가'라는 검찰의 질문에 "그렇다"고 말했다.
 
또 검찰은 "최 회장을 찾아가 펀드 출자금 선지급 이야기를 꺼낼  당시, 최 회장이 10월말까지 선지급이 안된다고 했는데, 그때 김 전 전무 이야기는 왜 꺼내지 않았느냐'고 물었고, 김 전 대표는 "김 전 전무 이야기는 절대 안한다. 그 분은 두 형제 분하고는 깊은 이야기 나누는 사이다. 최 부회장은 (김 전 전무에게)거의 복종하는 관계"라며 "회장님이 말 안하는데, (내가)김 전 전무 이야기 꺼내는건 터부시되는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증인신문을 마친 이후 "선지급 경위에 대해 재판부가 왜 묻는지 검찰과 변호인이 의아해할 수 있는데, 그 이유는 나중에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만 말했다.
  
다음 공판기일인 14일에는 김 전 대표에 대한 검찰과 변호인 측 증인신문이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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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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