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익환기자] 국토교통부가 오는 2015년 개통 예정인 수서발 KTX 노선 운영에 '독일식모델'을 도입하기로 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지주회사를 설립한 후 자회사 간 경쟁을 유도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독일식 모델이 정작 우리나라에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또 자회사 간 경쟁체제의 실효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사진제공=코레일)
◇독일모델 적용 무리.."철도환경 크게 달라"
많은 전문가들이 독일식 철도경쟁 모델을 우리나라에 적용하기는 무리가 있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철도 영업거리가 현격하게 차이가 나는 등 환경 자체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박흥수 공공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현재 우리나라의 철도 영업거리는 3500㎞정도"라며 "대략적으로도 철도가 효율성을 가지려면 4500㎞ 이상은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독일의 경우 우리나라의 10배 수준인 3만8500㎞ 정도"라며 "이렇게 협소한 구멍가게와 같은 환경에서 그걸 또 자회사로 나눠 경쟁을 한다는 건 말이 안된다"고 꼬집었다.
일본의 경우 9개 철도회사가 각 권역(노선)을 나눠 독점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의 각 철도회사의 운행거리는 평균 4000㎞를 넘어선다. 각 회사가 독립채산성을 갖출 수 있을 정도의 규모를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박 연구위원은 "규모의 경제학이라는 측면에서만 봐도 우리나라 철도환경 특성상 운영권을 쪼개면 득보다 실이 많을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자회사 간 경쟁체제 도입을 통해 서비스 향상 등의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실제 오스트리아의 경우 우리보다 더 작은 규모임에도 경쟁체제를 도입해 절반가격으로 요금을 제공하고 있다"며 "자회사 설립으로 서비스와 경영 경쟁이 유발되고 요금 인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 철도구조 특성상 실효성 반감될 것"
이와 함께 자회사 간 경쟁체제 도입은 실효성이 크게 떨어질 것이란 지적도 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와 같이 철도 운영과 시설 부분을 코레일과 철도시설공단 등 상하로 나뉜 사업구조 특성상 지주회사 도입으로 경쟁체제에 따른 시너지를 내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김재길 철도노조 정책실장은 "진정한 독일식 모델을 적용하려면 운영과 시설 부분이 통합된 국가 주도의 철도공사가 존재해야 한다"며 "그러기에 지금의 우리 철도산업 구조상 자회사 경쟁체제 도입은 어려움이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 유럽을 제외한 거의 모든 나라들에는 철도운영과 시설을 총괄하는 철도기관이 존재한다. 유럽의 경우에도 유럽연합(EU) 출범에 맞춰 철도 기반시설과 운영을 분리했지만 이 과정에서 효율성이 떨어지고, 중복 기능으로 낭비가 많다는 지적이 나왔다.
상하 분리를 했던 프랑스의 경우, 철도 운영과 기반시설 조직 사이의 연계 저하 등으로 다시 상하 통합으로 돌아섰다.
김 실장은 "국토부는 철도 개편 방안이 독일식이라고 주장하지만 시설과 운영이 분리된 채 선별 입찰제도를 통해서 민간 사업자를 진출시키려는 것"이라며 "이는 이미 실패한 철도라고 불리는 영국식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