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농협의 브랜드사용료(명칭사용료)가 '뜨거운 감자'로 부상할 조짐이다. 임종룡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천명한 '지주사의 경영 독립'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중장기적으로 재조정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임 회장은 전날 취임하면서 "부당한 외부의 경영 간섭은 단호하게 대처해 계열사의 자율적인 경영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대주주인 농협중앙회의 권한은 존중하겠다면서도 "지주사의 역할과 기능이 뭔지 성과를 통해 계열사들에게 인정받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농협법에서 명시한 중앙회의 경영참여는 최대한 존중하되 금융계열사의 건전성과 수익성을 높이는 데 할 일은 하겠다는 것이다.
농협금융 입장에서 건전성과 수익성 개선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 바로 '명칭사용료'다. 말그대로 '농협'이라는 브랜드를 쓴 데 따른 대가를 계열사들이 농협중앙회에 지급한다.
농협금융 입장에서는 명칭사용료가 수천억원에 달해 수지를 맞추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농협금융은 매년 매출액 혹은 영업수익의 2.5%를 브랜드 사용료로 내고 있다. 본래 중앙회에 교육사업 지원 명목으로 매년 2000억원 가량을 출연했었는데, 출범 후 관련 비용이 4350억원으로 2배 이상 부풀었다.
이는 농협금융의 당기순이익 4500억원과 맞먹는 규모다. 때문에 농협금융 계열사들 일각에서는 명칭사용료 인하를 줄곧 주장하고 있다. 정관 및 농협법 개정이 핵심이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농협법과 정관에 명칭사용료가 명시돼 있다"며 "명칭사용료를 조정하려면 대의원총회의 의결을 거쳐 농림축산식품부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농협중앙회측에서는 '농촌경제 활성화'라는 명분을 앞세워 명칭사용료 재조정에 사실상 반대 입장이다. 조합원의 교육, 지원 등에 사용되는 명칭사용료를 과도하게 축소할 경우 협동조합 본래의 의미가 퇴색된다는 것.
중앙회 관계자는 "농협 브랜드사용료는 3D유통 사업 활성화에 필요한 안정적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며 "타 금융지주사와는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고 말했다. 농협의 특성상 계열사의 수익보다 명칭사용료가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금융권에서는 명칭사용료 재조정은 농협법 개정이 필요한 사항이라 당장은 중장기 과제로 머물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정관을 바꾸기 위해서는 대의원 총회의 의결이 필요해 설득 과정이 만만치 않다.
금융권 관계자는 "291명의 조합장 대의원과 그들을 중심으로 한 중앙회를 설득하는 게 당장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 회장이 "대주주인 중앙회의 권한과 역할은 충분히 존중돼야한다"고 밝힌 만큼 섣불리 대립각을 세우진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하지만 농협의 명칭사용료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 불거질 전망이다. 타 금융지주와의 형평성을 고려할 때 농협금융의 명칭사용료가 과도하게 책정돼 있는 것도 사실이다.
금융지주사의 고위 관계자는 "과도한 명칭사용료가 농협금융의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라며 "농협금융이 실적을 크게 개선하려면 명칭사용료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