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공청회에서 드러난 행복주택 '세가지 난관'

주민반대 핵심난관 부상, 소음·악취·건축비 부담도 문제

입력 : 2013-06-13 오전 9:51:13
[뉴스토마토 최봄이기자] 박근혜 정부의 핵심 주택공약 중 하나인 행복주택이 첫 공청회부터 파행을 빚으면서 사업 추진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주민 의견수렴을 위해 지난 12일 경기 안양 국토연구원에서 마련된 공청회에는 목동지구, 공릉지구 대상지 인근 주민들이 피켓을 들고와 강하게 반발했다. 이 때문에 2시간 가까이 공청회가 지연됐다.
 
정부가 시범지구 7곳을 발표한 직후부터 들끓기 시작한 주민반대는 정부와 지자체, 계층·세대간 갈등 양상으로 확산되고 있다. 주민 반발로 충분히 논의되지 못한 소음·악취·방재 문제와 건축비 논란도 여전히 해결해야 할 숙제다.
 
◇"기존 주민, 세입자 모두 불행" vs. "행복주택으로 지역 활성화"
 
정부는 공청회 파행 등 주민 반발을 어느정도 예상하고 있었지만  뚜렷한 해법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업을 추진하려는 국토교통부, LH와 지역 주민들이 행복주택 사업을 전혀 다른 시각으로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실마리를 풀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12일 열린 행복주택 공청회에서 반대 주민들이 패널토론에 반대하며 항의하고 있다.(사진=최봄이 기자)
 
반대 주민들은 "행복주택이 들어서면 기존 주민과 세입자 모두 불행해질 것"이라며 "세입자 역시 사회적 낙인과 열악한 주거환경 때문에 행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가뜩이나 인구과밀로 교통난, 학교 부족 문제에 시달리고 있는 곳에 행복주택이 들어서 봐야 삶의 질은 더욱 악화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패널 토론에 항의한 한 주민은 "목동은 흔히들 말하는 '있는 사람들이 사는 동네'인데 그런 지역에 그분들(세입자)이 와서 행복할지 모르겠다"며 "기존 주민이 낙인찍기 전에 세입자 스스로 위축된 삶을 살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목동에도 임대아파트가 많지만 입주 때부터 섞여살아 임대아파트인 줄도 모르고 산다"며 "행복주택과는 상황이 다르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의 반대에는 '기존 주택 가격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위기의식도 반영돼 있다.
 
특히 이명박 정부의 보금자리 주택이 '반값 아파트' 이미지로 기존 민간주택시장에 타격을 준 것처럼 행복주택도 민간 임대아파트 시장을 교란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행복주택이 오히려 주변 지역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임대주택만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기업도 유치하고 주민간 소통공간과 공원도 함께 조성하기 때문이다.
 
박완수 LH 주택사업본부장은 "철도로 단절됐던 지구에는 '브릿지 타워'를 조성해 지역 간 소통을 강화하고 '우범지역' 이미지가 강했던 유수지도 밝고 활기찬 공간으로 조성할 것"이라며 행복주택의 발전방향을 제시했다.
 
행복주택의 당위성에 대한 호소도 나왔다. 이명섭 국토교통부 공공택지기획과장은 "목동 주민이 자녀를 입주시키고 싶다며 분양조건을 물어온 사례도 있다"며 "행복주택은 높은 주거비 부담에 시달리는 청년들의 문제이자 우리의 아들, 딸, 동생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남상오 주거복지연대 사무처장은 "행복주택은 소비성향이 강한 '2030 에코세대'가 주로 거주하게 돼 골목상권 등 지역경제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대규모 택지개발 방식으로 공급되는 임대주택과 차별화되는 만큼 비용과 편익을 따져볼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행복주택 컨셉(자료=국토교통부)
 
◇논의 시작 못한 소음·악취·방재 문제
 
철도 소음과 유수지 악취·방재 문제는 시범지구가 발표되기 전부터 뜨거운 논란거리가 돼 왔다.
 
철도부지는 소음과 진동이 발생해 생활환경이 열악할 것이라는 우려가 섞인 목소리가 많다. 특히 유수지 위에 들어서는 행복주택은 악취뿐만 아니라 건물의 안전 문제에 그대로 노출 될 수 있다는 비판도 지속적으로 제기 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충분한 대안을 마련했다'는 입장이다.
 
이명섭 과장은 "이번에 공청회를 마련한 취지는 그간 제기돼 온 소음과 악취문제에 대해 정부의 대안을 설명하고 논의하는 것도 있었는데 제대로 설명조차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철도 소음 문제 해결을 위한 용역을 맡은 E&N테크놀로지의 신지웅 대표이사는 "소음과 진동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할 수는 없지만 수인 가능한, 즉 참아낼 수 있는 수준으로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며 "녹지공간과 결합한 방음시설, 창문의 흡음기능 강화, 방음 터미널 등 발전된 기술을 이용해 행복주택의 환경 성능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수지의 악취, 방재 문제에 대해 송유진 삼영기술 상무는 "세척설비를 설치하고 미생물 탈취법 등을 이용해 악취를 어느 정도 제거할 수 있다"며 "주기적으로 퇴적물을 제거하는 등 사후 관리 대책을 잘 운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송 상무는 이어 "펌프장을 증설하고 유수지 복개 후 추가 용수량을 확보해 집중호우에 대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제시된 대안들은 추가 검증이 필요한 만큼 과연 실효성이 있는 것인지, 보완해야 할 부분은 없는지 등에 대한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행복주택 건설비 얼마?
 
◇목동지구 행복주택 조감도(자료=국토교통부)
 
뚜렷하게 제시되지 못하고 있는 행복주택 건설비도 주요 쟁점 중 하나다.
 
이 문제는 이날 공청회에서 주요 안건으로 논의되지 않았지만 패널토론 후 질의응답 시간에 거론되면서 다뤄졌다. 재정상황이 어려운 LH가 사업을 추진할 수 있냐는 질문도 이어졌다.
 
행복주택의 건축 비용은 아직 불명확하다. 당초 건설비용은 3.3㎡당 360만원대(한국교통연구원 추산치)로 예측됐으나 국토부가 정책을 발표하면서 이보다 높은 450만~500만원대로 높아졌다. 이후 '3.3㎡당 최소 690만원, 830만원' 등 다양한 수치들이 거론됐다.
 
이에 대해 박완수 본부장은 "현재 행복주택 공사비와 관련해 상당히 많은 수치들이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실제 공사 비용은 현지 여건에 따라 차이가 클수밖에 없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LH의 재정여력에 대해서는 "그동안 보금자리 주택 등을 무리하게 추진한 측면이 있다"며 "사업추진이 원활하지 못한 지구들은 국토부와 협의해서 조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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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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