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종북 40여명이 국회진출"..정치개입글 '1700건' 확인

검찰 "지시 강조말씀 통해 모두 22차례 정치, 선거개입 지시"

입력 : 2013-06-14 오후 1:18:29
[뉴스토마토 최현진기자] 원세훈 국가정보원장이 민주당과 통합진보당 등 야당 국회의원들을 종북좌파세력으로 규정하면서 국정원의 조직적인 선거개입을 지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수사결과 드러난 국정원 심리전단의 정치관여 게시글은 모두 1700여건, 지난해 대선관련 게시글은 73건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윤석열 여주지청장)은 14일 국정원의 국내정치개입 의혹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국정원의 인터넷을 통한 불법 선거운동·정치관여 실행행위와 원 전 원장의 정치개입 지시사항 등을 공개했다.
 
◇ 원세훈, 4대강사업 적극 홍보·무상급식 반대 지시
 
이날 검찰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원 전 원장은 4대강 사업·제주 해군기지 건설 등 정부정책을 적극 홍보하고 무상급식 등 야당정책을 반대하도록 국정원에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원 전 원장은 2009년 2월 국정원장 취임 후, 대통령의 원활한 국정 수행을 위해 효과적인 국정홍보 대응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국정원의 중요한 과업 중 하나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원 전 원장은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야당, 시민단체, 노조 등을 모두 '종북좌파'라고 인식하고 이들을 공격대상으로 삼고, 국회 진출 등 제도권 진입을 차단하는데 국정원 조직을 활용했다.
 
검찰에 따르면 원 전 원장은 '전(全)부서장회의 지시·강조 말씀'을 통해 모두 22차례에 걸쳐 정치관여와 선거개입을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원 전 원장은 2010년 11월19일 지시·강조말씀을 통해 "좌파교육감들이 주장하는 무상급식 문제는 한정된 재원 하에 정작 지원해주고 개선되어야 할 여타분야를 간과시킨다"면서 "이런 포퓰리즘적 허구성을 국민들에게 적극 홍보해야함"이라며 야당 등 정부정책과 대립되는 세력들을 반대하도록 지시했다.
 
원 전 원장은 또 2011년 8월22일 "4대강 사업·제주 해군기지 건설 등 국책사업과 관련, 좌파세력등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한다"며 적극적인 대처와 홍보를 주문하기도 했다.
 
지난해 6월 지시·강조말씀을 통해 "국책사업 등의 성과를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려주지 못하면 종북좌파들의 현혹에 쉽게 넘어갈 수 있다"며 "종북세력 척결과 국정성과 홍보가 별개의 사안이 아니라 연결되는 문제"라고 강조한 것은 원 전 원장이 국정원을 국정홍보를 위한 도구로 보고 있다는 '그릇된 인식'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 2010지방선거·총선·대선 등 광범위한 선거개입 드러나
 
원 전 원장은 자신이 취임한 뒤 치러진 각종 선거에서 민주당과 통합진보당 등 야당 정치인일부를 종북좌파세력으로 규정하고 여당이 선거에서 이길 수 있도록 여론전을 펼치라는 지시를 내렸던 것으로 확인됐다.
 
원 전 원장은 2010년 1월22일 지시·강조말씀을 통해 "지방선거도 이제 있고 좌파들이 여기 자생적인 좌파도 아니고 북한 지령받고 움직이는 사람들 아니예요"라면서 "그런 사람들에 대한 확실한 싸움을 해서…"라고 지난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론전을 지시했다.
 
원 전 원장은 2011년 10월 재보궐선거 직전에도 "인터넷 자체가 종북좌파 세력들이 다 잡았는데 여기에 대한 대책을 우리가 안세우고 있었다"면서 "전 직원이 어쨌든간에 인터넷 자체를 청소한다, 그런 자세로 (종북좌파)세력들을 끌어내야 합니다"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원 전 원장은 총선 직전인 지난해 2월 "종북좌파들은 북한과 연계해 가지고 어떻게 해든지간에 다시 정권을 잡으려하고"라며 야당을 종북좌파 세력으로 규정하는 한편, 총선직후인 4월에는 "통합진보당만도 13명이고 종북좌파들이 한 40여명이 여의도에 진출했는데"라고 국회에 진출한 야당 일부 국회의원들을 종북좌파세력으로 정의내리기도 했다.
 
대선을 앞둔 6월에는 "종북좌파 세력들이 국회에 다수 진출하는 등 사회 제분야에서 활개치고 있는데 대해 우리 모두는 부끄럽게 생각하고 반성해야한다"며 "직원 모두는 새로운 각오로 이들이 우리 사회에 발붙일 수 없도록 해야한다"고 특정후보에 대한 지지·반대 활동을 지시내리기도 했다.
 
◇ 정치관여 게시글 1700여건..야당 후보 반대는 73건
 
검찰은 국정원 직원들이 오늘의유머(오유), 일간베스트(일베), 보배드림, 뽐뿌 등 커뮤니티 사이트와 다음, 네이버, 네이트 등 포털 사이트에 게시글을 남기고 찬반클릭활동을 통해 정치와 선거에 개입한 사실을 파악했다.
 
검찰은 국정원 직원들이 남긴 게시글 5179건을 확인하고 이를 분석한 결과, 정치관련 게시글이 1704건, 73건의 대선 관련 글을 포함한 선거 관련 게시글이 226건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73건의 대선 관련 게시글 중에는 민주당을 반대하는 게시글 37건, 통합진보당을 반대하는 게시글 32건이 포함됐고 안철수 당시 무소속 후보를 반대하는 게시글도 4건이 확인됐다.
 
검찰은 대선 날짜가 임박할수록 국정원 직원들이 남긴 게시글이 급증했고, 이들이 대선과 관련된 이슈가 쟁점화 될 때마다 민주당, 통진당을 반대·비방하는 취지의 글을 게재하는 편향성을 뚜렷하게 드러냈다고 밝혔다.
 
검찰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국정원 심리전단은 지난해 11월 오유 사이트에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천안함 폭침 후 나온 대북제재까지 해제하겠다고 한다. 국민은 어떤 후보가 우리의 안보와 국익을 수호하고 책임질 수 있을 지 봐야"라며 문 후보를 반대하는 내용을 게시하는 한편, 뽐뿌사이트에는 "대통령 되겠다는 사람이 남쪽정부라고 표현하는 지경이라니. 뭐가 그렇게 불편하고 무서워서 폐지, 폐지 외쳐왔는지 이제 좀 알 것 같다"고 이정희 당시 통합진보당 후보를 반대하는 내용을 게시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국정원은 전체 5174회에 걸친 찬반 클릭 활동 실행행위를 하면서 정치·선거 개입 활동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신변잡기(2961건)을 제외한 2214건을 기준으로 대선 관련 찬반 클릭 행위가 57.9%, 정치 관련 찬반 클릭은 19.6%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검찰은 조사결과 이와 같은 찬반 클릭 행위가 여당에 우호적이고 야당에 비판적인 일정한 경향에 따라 이뤄졌다고 전했다.
 
국정원은 일반인을 가장하기 위해 신변잡기와 관련된 글에도 찬반 클릭 행위를 다수하는 등 치밀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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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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