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현진기자] 국가정보원의 정치개입 의혹을 수사해온 검찰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및 국정원법 위반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윤석열 여주지청장)은 국정원 정치개입 의혹과 관련, 원 전 원장을 불구속기소하고,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 민병주 심리정보국 국장, 김모씨(28) 등 심리정보국 소속 직원 3명, 외부조력자인 일반인 이모씨(42)에 대해서는 기소유예했다고 14일 밝혔다.
검찰은 또 국정원 관련 사건의 경찰수사단계에서 외압을 넣어 수사를 방해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경찰공무원법 위반 및 직권남용)로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을 불구속기소했다.
검찰은 원 전 원장이 대남심리전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북한의 주의·주장에 동조하는 세력은 물론, 북한의 동조를 받는 정책이나 의견을 가진 사람과 단체 역시 종북세력으로 보는 그릇된 인식을 갖고 불법적인 지시를 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에 따르면 원 전 원장은 국정원 심리전단에게 지시를 내려 인터넷 공간에서 북한과 종북세력에 대해 대처한다는 명목으로 특정 정당·정치인에 대해 지지·반대 의견을 유포하거나 선거운동에 해당하는 활동을 하도록 한 혐의다.
원 전 원장은 또 지난해 12월 대선을 포함, 국내 선거과정에서 국정원의 합법적인 직무범위를 일탈해 불법적인 지시를 수시로 반복해온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이 전 차장 등 국정원 직원들을 기소유예처분한 이유에 대해 이들이 국정원의 상명하복 관계에 따라 원 전 원장의 지시에 따를 수 밖에 없어 전원 기소유예할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경찰의 수사 외압·은폐 의혹을 함께 수사해온 검찰은 서울지방경찰청이 당시 김모씨의 컴퓨터에 대해 디지털증거분석을 담당하면서 이미 확인한 ID·게시물 등 분석결과물들을 수사를 담당한 수서경찰서에 제공하지 않은 채 수사결과 발표문을 작성·배포하게 한 것을 확인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 전 청장 등은 증거분석 결과물 회신을 거부해 수서경찰서 수사팀의 정상적인 수사진행을 방해하는 한편, 수사결과 발표가 선거 직전에 이례적으로 이뤄지도록 하고 그 내용이 특정 후보자에게 유리·불리하게 왜곡되도록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전 청장과 함께 고발된 김기용 전 경찰청장은 범행가담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어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으며, 별도로 고발된 박모 전 국정원 국장에 대해서 검찰 수사가 계속 진행될 방침이다.
한편, 국정원 정치개입 의혹 폭로 과정에서 불거진 국정원 기밀유출사건과 관련해 검찰은 국정원 직원 정모씨가 국정원 직원들의 신상정보와 '원장님 지시·강조말씀자료'를 전 직원 김모씨 등을 통해 넘긴 사실을 확인하고, 정씨를 공직선거법 위반 및 국정원직원법 위반으로, 김씨를 공직선거법 위반혐의로 각각 불구속기소했다.
아울러 검찰은 지난달 20일 서울지방경찰청에 대한 검찰 압수수색 과정에서 업무용 컴퓨터의 자료를 삭제한 박모 사이버범죄수사대 증거분석팀장을 증거인멸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검찰은 향후 민주당 당직자들의 출석불응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정원 여직원 김모씨 감금 사건 등에 대한 수사를 조속히 마무리 지을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