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커머스3주년)⑤준비된 CEO, 김범석 쿠팡 대표

입력 : 2013-06-14 오후 6:03:31
[뉴스토마토 최용식기자] 현재 쿠팡은 명실상부 소셜커머스 선두업체입니다. 하지만 초창기에는 다른 경쟁자들과 비교해 상당히 불리한 상황에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예를 들면 티켓몬스터는 초기 선점효과와 청년 창업가 신현성 대표의 명성에 힘입어 큰 어려움 없이 순항할 수 있었습니다. 위메프는 게임업계 거물이자 수천억원 자산가인 허민 대표가 투자자로서 뒤를 봐줬고, 그루폰코리아 또한 글로벌 기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쿠팡은 창업시기도 8월로 다소 늦었고, 든든한 백그라운드가 있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굳이 있다면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의 딸로 알려진 윤선주 이사가 창업멤버로 들어와 언론의 조명을 조금 받았다는 점, 초기 자본금이 30억원으로 다른 업체들보다 많았다는 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쿠팡이 티켓몬스터, 위메프, 그루폰 등을 능가할 수 있었던 것은 김범석 대표와 창업멤버들이 우수했고, 추격자로서 모범적인 전략을 잘 구사했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서비스 품질이 논란이 심화됐을 무렵 소셜커머스 업계 대표들과 공정위 담당자들 간의 미팅이 있었습니다. 유독 김범석 대표가 눈에 띄더군요. 그는 자로 잰 듯이 깔끔한 정장과 반짝이는 구두를 신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모범답안만을 말했습니다. 자유분방하고 거침없는 다른 대표들의 모습과 오버랩 되면서 왠지 ‘준비된 CEO’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 김범석 쿠팡 대표 (사진=최용식 기자)
 
그러면 김범석 대표의 과거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는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라다 7살 미국으로 이민을 갔습니다. 초기 해외생활은 결코 쉽지 않았다고 합니다.
 
집안이 별로 넉넉하지 않은 데다 중학교 때까지 체구가 작아 콤플렉스를 많이 느꼈고, 인종차별 경험도 많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만큼 오기를 갖고 공부와 운동에 집중했고, 결국 목표였던 하버드대 입학에 성공했습니다.
 
지금까지 이야기를 살펴보면 현실감각 없고 고리타분한 ‘공부벌레’ 이미지가 떠오를 것입니다. 하지만 그는 20대 창업, 직장생활, 대학원 진학 등 다양한 경험을 통해 경영자로서 내공을 쌓았습니다. 첫 번째 사업은 하버드대 재학시절 대학잡지 ‘커런트’를 창간한 일입니다. 큰 성공은 거두지 못했으나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 다음으로 “하버드대를 나와도 소수만 들어갈 수 있다”는 보스턴컨설팅그룹 본사에서 2년간 근무를 하고, 다시 명문대 졸업생을 타겟으로 하는 ‘빈티지미디어’라는 잡지회사를 세웁니다.
 
두 번째 창업은 나름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다고 합니다. 상업성을 인정받아 ‘애틀란틱 미디어’에 좋은 가격으로 매각해 수십억원의 현금과 훗날 쿠팡에 투자하게 되는 벤처캐피탈 인맥을 얻은 것입니다. 이후 하버드 경영대학원(MBA)에 진학을 했고, 앞으로 진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했습니다.
 
이때 미국에서 그루폰이 막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사업모델을 본 그는 “굉장히 좋은 아이디어”라 생각했고, 직접 파트너사 대상으로 시장조사를 벌였습니다. “괜찮았다”는 답변을 들은 그는 소셜커머스 사업을 하겠다는 결심에 이르렀습니다. 다만 미국에서 사업을 하기에는 너무 늦었다는 판단으로 한국시장을 주목합니다.
 
하지만 당시 업계에서는 앞서 말한 것처럼 수십개 회사가 이미 활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김 대표는 한국에서의 네트워크가 거의 전무한 터라 사업 불확실성도 매우 컸습니다. 그는 지금까지 사업경험을 잘 살려 ‘고객만족’ 즉 기본에 충실하기로 했습니다.
 
먼저 ‘DJ DOC와 함께 하는 풀사이드 파티’ 입장권을 시작으로 어느 정도 규모가 있고, 검증된 딜을 내놓았습니다. 그리고 철저히 데이터를 기반으로 상품을 관리했습니다.
 
◇ 2011년 쿠팡 홈페이지 화면 (사진제공=쿠팡)
 
“경쟁이 심화되고 스트레스가 누적되면 통상 경영자들은 획기적이거나 기상천외한 전략을 구상하게 되죠. 하지만 ‘그림 그리는 것’만큼 쉬운 게 없어요. 정작 어렵고 중요한 것은 현재 하고 있는 일을 잘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고객들이 떨어뜨린 빵조각을 주워 먹고 자라는 비둘기 같은 존재에요.”
 
아울러 김범석 대표는 체계적인 조직구성과 건전한 문화 형성에 힘을 기울입니다.
 
“소셜커머스는 젊은이들의 사업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나이 어린 사람이 경력이나 실적이 없이 그저 먼저 들어왔다는 이유로 높은 자리에 앉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주니어는 시니어로부터 일을 배우고 경험을 전수받아야 되요. 그래서 쿠팡은 유능한 경력자를 영입하기 위해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한번은 이런 적이 있었어요. 매출 상당 부분을 책임지는 한 영업사원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의 평이 별로 좋지 않았어요. 여직원들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했기 때문입니다. 과감히 해고했습니다. 굉장히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벤처에게 건전한 조직문화만큼 중요한 게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다행히 직원들의 애사심과 능률이 올라 더 큰 성장을 할 수 있었습니다.”
 
쿠팡은 “다른 업체들이 내놓은 것보다 서비스 품질이 좋고, 사후관리도 잘 이뤄진다”는 입소문 속에 지속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성과 또한 서서히 나타났는데 2010년 11월 티켓몬스터, 위메프, 데일리픽에 이어 4번째 업체로 자리를 잡더니 그 다음달에는 데일리픽을 제쳤습니다.
 
자신감이 붙은 쿠팡은 2011년 2월 업계 최초로 환불정책을 도입했습니다. 전자상거래법에 따른 ‘단순변심 7일 이내, 상품하자 시 3개월 이내 환불’을 적용키로 한 것입니다.
 
이것은 파격적인 일이었습니다. “일정한 숫자의 구매자가 보장될 때 거래가 성사되는 소셜커머스 사업모델 특성상 환불정책 도입은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게 다른 업체들의 입장이었기 때문입니다. 비로소 티켓몬스터, 위메프, 그루폰코리아 등 선두업체들은 쿠팡의 존재에 위협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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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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