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김기돈 전 정리금융공사 사장 등 예금보험공사(예보) 산하 공사 임직원 6명이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서류상 회사)를 설립한 한국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비영리 독립언론 뉴스타파는 15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소유한 한국인 7차 명단을 공개했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김기돈 정리금융공사 전 사장을 비롯해 유근우, 진대권, 조정호, 채후영, 허용 씨 등 예보 및 산하 정리금융공사 출신 직원 6명이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2개의 페이퍼컴퍼니를 소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지난 1999년 9월 외환위기 당시 ‘썬아트파이낸스 리미티드’라는 서류상 회사를 만든 이후 12월 ‘트랙빌 홀딩스 리미티드’라는 회사를 추가로 설립했다. 두 회사 모두 김기돈 전 사장릏 비롯해 정리금융공사 직원들이 등기이사로 등재돼 있다. 이들 중 일부는 삼양종금, 동화은행 출신이다.
◇뉴스타파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페이퍼컴퍼니 '썬아트파이낸스리미티드' 세부 자료.(자료제공=뉴스타파)
예보측은 이 회사가 “당시 삼양종금의 해외자산을 환수하기 위해 세워졌다”고 해명했다. 삼양종금의 자산이 홍콩, 중국 등 각지에 퍼져있었기 때문에 가급적 빠른 회수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것이다.
반면 뉴스타파는 이 회사들이 예보 명의가 아닌 개인 명의로 설립됐다는 사실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아울러 국회, 금융위원회 등 관계 기관이 관련 사실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다는 사실도 문제로 지적된다.
뉴스타파는 “취재 당시 예보 담당직원도 페이퍼컴퍼니의 존재를 몰랐을만큼 비공개로 운영됐다”고 밝혔다. 여기에 예보가 매각 자산 목록, 자금거래 내역 등 페이퍼컴퍼니 운용과 관련한 기록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어 공적자금의 투명성에 대한 논란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편 뉴스타파는 이날부터 ICIJ(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와 함께 조세피난처 프로젝트를 크라우드 소싱, 즉 대중들의 지식과 정보를 모아 새로운 사실을 밝혀내는 형태의 시민참여 방식으로 전환해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ICIJ는 이날부터 버진아일랜드 등 10개 조세피난처에 설립된 10만 여개의 페이퍼컴퍼니 관련 정보를 모두가 열람할 수 있는 ‘인터랙티브 데이터베이스 시스템’을 개발해 홈페이지에 공개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