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사건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침묵이 길어지고 있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국정조사 약속은 외면한 채 본격적인 물타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박 대통령은 대선 투표 직전이던 지난해 12월14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이번 사건이 나를 흠집내고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민주당의 모략으로 밝혀진다면 문재인 후보는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검찰 수사로 국정원과 경찰이 당시 박근혜 후보의 당선을 위해 노골적인 선거개입을 한 것이 확인됨에 따라 반사이익을 본 박 대통령이 어떤 형태로든 입장을 표명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사건의 최대 피해자라고 할 수 있는 문재인 의원이 박 대통령에게 "잘못된 과거와 용기 있게 결별하라"면서 "국정원과 경찰을 바로 세울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주문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문 의원은 16일 기자들과의 산행에서 박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민주당의 국정원 개입 의혹이 사실이 아닐 경우 자신과 민주당이 책임져야 한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뒤집어 말하면 사실로 드러나면 박 대통령이 책임져야 한다는 말 아니겠냐"고 분노를 표출했다.
문 의원은 "저는 박 대통령이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러나 이제와서 선거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박 대통령이 제대로 수사하게 하고 엄정하게 처리하게 하는 것이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고 봤다.
허나 박 대통령이 침묵을 깰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전대미문의 성추문을 일으킨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사건 때도 여야의 반대를 무릅쓰고 임명을 강행했던 박 대통령은 입을 열지 않았었기 때문이다.
한편 새누리당은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을 "민주당이 국가기관인 국정원 전·현직 직원을 교사하여 선거에 이용한 국기문란 사건"이라고 규정하며 대응에 나섰다.
김태흠 원내대변인은 16일 브리핑에서 "국정원 사건의 핵심은 민주당 교사에 의한 국정원 전·현직 직원의 매관공작 여부, 민주당에 의한 국정원 여직원에 대한 인권유린 여부, 원 전 원장 등의 대선 개입 유무 등"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민주당이 국정원 간부 김모씨와 40여차례 통화하면서 총선 공천 등의 '사례'를 약속했다는 매관매직 카드와, 지난 대선 직전에서도 제기했던 국정원 여직원 인권유린 카드 등으로 맞불을 놓는 모양새다.
그러면서 새누리당은 민주당이 '갑을(甲乙)국회'로 불리는 6월 임시국회에서 더 이상 국정원 정치공세를 중단하고 민생 등 현안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김 원내대변인은 "민주당도 이쯤에서 정치공세를 그만두고 남은 6월 국회가 민생문제 등 국가의 미래 현안을 논의하는 생산적인 국회가 되도록 협조해줄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